부유한 고위층들의 전유물이었던 골프가 점차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지만 캐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사장님’들 비위 맞춰가며 볼이나 주우러 뛰어다니는 ‘천박한’ 직업이라는 인식은 사라졌다. 그러나 현직 은행장으로부터 ‘화풀이’로 발길질을 당하는가하면, 드라마에서조차 캐디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이 서슴없이 등장하는 등 ‘캐디들의 수난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누구나 꿈꾸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캐디가 자리잡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현직 은행장이 골프경기도중 캐디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비난을 받고있다.

문제의 인물은 광주 ㄱ은행의 정○○(51)행장. 사건은 지난 3일 오후 5시경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 있는 C골프연습장에서 일어났다. 이날 정행장은 지인과 함께 골프를 치던 중이었다. ‘여름’코스 3번홀에서 경기를 마쳤을 때 정 행장 쪽으로 골프공이 날아들었다. 정행장의 뒤에서 골프를 치던 경기자의 볼이 잘못 날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행장의 태도. 몹시 불쾌해하던 정행장은 곧바로 사과하기 위해 온 캐디 김모(30)씨에게 발길질을 해버린 것이다. 느닷없이 발길질을 당한 캐디 김씨는 광주 H병원에 입원해 이틀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행장측은 “사과하러 온 캐디의 태도가 불성실해 홧김에 저지른 행동”이라고 변명했지만 캐디를 한낱 개인 ‘몸종’으로 여기는 듯한 비신사적인 행동에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현재 ㄱ은행의 홈페이지는 정행장의 행동에 대한 비난글로 도배되어 그야말로 ‘전쟁중’이다. 해당은행의 Q&A게시판에는 “고객에게 서비스정신을 실천해야할 은행 책임자가 캐디에게 발길질이나 해대는 꼴이란…”, “골프칠 자격도 없으면서 개나 소나 골프친다고 설치는 게 문제”, “인간이하의 행동을 저지른 정행장은 즉시 물러나라”는 식의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다.

또 “요즘이 어느 시댄데 은행장이 뭐 그리 큰 감투라고 거드름피우셨습니까?”, “정○○행장은 골프치지 말고 축구하시오!”라며 비야냥거리는 글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정행장측의 태도다. 은행측에서는 정행장의 문제성 행동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게시판에 올린 항의성 글들을 은행측에서 실시간으로 삭제하고 있다는 것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5일 현재 수천건에 달하는 글이 올려지고 있지만 ‘노골적’인 비난을 해대는 상당수의 글이 지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본문의 내용은 볼 수조차 없도록 잠금장치를 해놓았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화를 돋우고 있는 것이다. “은행장이 정식으로 사과의 글 한번 올리면 끝날 일 가지고 사건을 숨기기에만 급급한 은행측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입장이다.

# 캐디들 화났다! “오늘밤 어떠냐? 네가 좀 비싸다면서?”

SBS의 ‘루루공주’가 캐디에 대한 성적비하 발언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3일 방영분에서 일일 캐디로 등장한 김정은을 두고 정준호와 사업가가 내뱉은 말이 문제가 된 것. “어디서 저렇게 예쁘고 몸매 좋은 캐디를 구했냐”는 사업가의 말에 정준호는 “돈 좀 썼다. 쟤가 좀 비싸다”라고 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업가는 라운딩 도중 캐디인 김정은에게 “오늘밤 어떠냐. 네가 좀 비싸다며?”라는 말을 건넨다.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캐디를 마치 돈주고 살 수 있는 ‘하룻밤’ 상대인양 여기는 그들의 대화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수많은 항의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사과를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방송을 지켜본 많은 캐디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현직 캐디들은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종사해온 직업이 한낱 접대부로 비하된 것에 비참한 생각이 들 정도”라며 분노하고 있다. 현재 캐디로 일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캐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에도 캐디를 깔보고 폄하하는 내용을 내보낸다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캐디는 엄연한 전문직이자 프로”라며 “개인 비서나 몸종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골프 칠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캐디 노조의 상부조직인 민주노총서비스연맹측도 SBS에 공식적으로 사과방송을 요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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