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키지도자연맹이 평창군청에서 인터스키대회 총회를 진행할 업체에 대한 공개 P/T를 가진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P/T에는 지엘코프를 비롯해 J사, K사 등이 참여했는데, 지엘코프가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문제는 스키지도자연맹에서 좀처럼 계약체결을 제의해 오지 않은 것. 여러차례의 협의 끝에 양측은 두달여 후인 5월19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억3,000만원. 당초 협의된 금액인 1억8,000만원보다 5,000만원 깎인 상태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게 지엘코프측의 주장이다. 선법규 지엘코프 사장은 “스키지도자연맹측에서 1억3,000만원에 행사를 진행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통보를 해왔다”면서 “총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들인 간접비는 투자로 생각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계약이 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

<일요서울>이 입수한 당시 계약서에는 5월20일까지 6,000만원을, 23일까지 5,0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행사 종료 후 잔금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기재돼 있었다. 계약서 마지막 장에는 회장의 도장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러나 총회를 1주일여 앞둔 시점까지도 선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선 사장은 “20일과 23일 선수금과 중도금을 집행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입금한다고만 해놓고 감감 무소식이었다”면서 “공신력 있는 단체가, 그것도 공개 P/T를 통해 선정된 업체와의 계약을 어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선 사장은 일련의 과정이 J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지작업 차원이라 해석하고 있다.

그는 “스키협회 J부회장으로부터 공개 P/T에서 떨어진 J사에 일부 작업을 이양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일련의 과정이 J사에 특혜를 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선 사장은 현재 스키협회 및 스키지도자연맹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회사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오랜 기간 쌓았던 거래처와의 신뢰도 한꺼번에 날아갔다”면서 “법적 절차를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선 사장은 이어 “이같이 허술한 시스템으로 과연 동계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설사 올림픽을 유치한다 해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스키협회나 스키지도자연맹측은 “할테면 해보라”는 분위기다.

스키협회 J부회장은 “지엘코프는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대행사로서는 자질이 부족했다. 계약 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업무진행 매뉴얼 제출을 미루는 등 신뢰를 잃었다”면서 “오죽하면 J사에 일부 작업을 위임하겠느냐”고 말했다. J부회장은 그러나 J사에 대한 특혜지원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J사는 20년 넘게 협회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발주액도 전체 계약액의 10% 정도인 1,70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J사에 특혜를 주려 했다면 전체 프로젝트를 위임해야 정상 아니겠냐”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협회에서는 당초 서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앞날이 창창한 사업가의 미래를 생각해 참았다”면서 “서 사장쪽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스키지도자연맹측도 서 사장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 사장과 함께 당시 사업을 진행한 유은영 간사는 “이번 일로 인해 연맹의 모든 이사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고, 아직도 이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있다”면서 “화를 내야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쪽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J사에 대한 특혜 지원 문제는 이미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대한체육회로부터 필요한 감사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키협회측은 계약서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흐려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스키협회 Y부회장은 “모든 것은 법정에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냐”면서 “분명한 사실은 최고 책임자인 나도 도장이 찍힌 줄은 몰랐다”고 말해 계약 이면에 사정이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삐걱대는 사연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항해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인 인터스키대회 총회 진행 대행사 선정을 놓고 특혜의혹이 불거지는 등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스키협회 산하 대한스키지도자연맹은 지난 3월 총회를 앞두고 대행사 선정을 위한 공개 프리젠테이션(P/T)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지엘코프라는 이벤트 대행사가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스키협회가 공개 P/T에서 탈락한 J사를 작업에 참여시킴으로 해서 특혜지원 의혹이 일고 있는 것.지엘코프측은 현재 스키협회와 스키지도자연맹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스키협회가 당초 계약내용을 뒤집고 J사를 참여시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위 인사의 개입 의혹도 일고 있다.

# 스키협회, 특혜지원 의혹 4 대 쟁점
공개 P/T에 탈락한 업체가 왜(?)

스키지도자연맹은 지난 3월 평창 인터스키총회 행사를 대행할 업체에 대한 공개 P/T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지엘코프가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 5월 공개 P/T에서 탈락한 J사가 프로젝트에 포함됨으로써 특혜 지원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키협회측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스키협회 J부회장은 “지엘코프는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대행사로서 신뢰를 잃었다. 오죽하면 J사에 일부 작업을 위임하겠느냐”고 해명했다.

J부회장 계약서 정말 몰랐나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정식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다. 계약서를 작성했을 경우 스키협회는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상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됐을 경우 지엘코프는 공문서 위조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지엘코프측은 현재 스키지도자연맹과 합의한 계약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키지도자연맹이나 스키협회측은 이 계약서가 정상적인 루트를 거쳐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때문에 계약서 문제는 법정에서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창군청 중재 나선 이유는?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급기야 평창군청은 양측의 중재에 나섰다. 평창군청 스포츠사업단은 5월23일 언론플레이 자제 요청을 지엘코프측에 보낸 데 이어, 대한스키협회측에도 법적 대응 자제를 권고했다. 이번 사건 이면에 평창군청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평창군청 스포츠사업단 관계자는 “큰 대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다투는 모습을 외부에 비치기 싫었을 뿐”이라면서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기획사가 중간에 바뀌었던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스키지도자연맹 이사들 무더기 사표 왜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개 P/T 등 행사를 주관하던 스키지도자연맹 H전무를 포함해 이사들 대부분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 자리는 아직까지도 공석으로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스키협회측은 이같을 사실을 부인한다. 스키협회 Y부회장은 “협회나 연맹의 임원들은 무보수 봉사직”이라면서 “행사를 원할하게 진행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떠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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