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삐끼 룸살롱’으로 인한 사기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채팅 상대에게 “외로운 사람끼리 가볍게 술 한 잔 하자”는 식으로 유혹을 한다. 그러나 이 말만을 곧이 들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들은 다름아닌 룸살롱에서 고용된 ‘삐끼 아르바이트생’들이기 때문이다.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비슷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경찰에서 수사에 나설 정도다.

<일요서울>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삐끼 룸살롱’의 폐해를 짚어본다.삐끼 룸살롱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사냥을 한다. “오빠, 기분도 꿀꿀한데 같이 술 한 잔 안 할래요~”와 같은 애교 전술이 이들의 주요 무기다. 낯선 여성의 술자리 제의에 혹한 남성은 곧바로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달콤한 사탕에는 독이 있는 법. 둘 사이의 1:1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상대 여성은 본색을 드러낸다. 잘 아는 술집이 있는데 거기서 만나 양주나 한 잔 하자는 것이다. 장소를 묻자 자신이 현재 논현동 근처 PC방에 있고, 단골 술집도 근처에 있으니 그곳으로 오라고 제의한다. 이렇게 해서 사냥감이 오면 업소 주인과 짜고 술값을 바가지 씌우는 게 이들의 주요 수법이다.

채팅 도중 술 제의 알고보면 ‘삐끼녀’

최근 피해를 당한 직장인 박모(34)씨가 대표적인 예다. 유명 채팅사이트인 S클럽에 접속한 박씨는 한 여성으로부터 쪽지를 받는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게 제의 내용. 박씨는 고급 양주만을 고집하는 이 여성의 행동이 다소 이상하기는 했지만 약속 장소로 나갔다. 상대 여성이 데리고 들어간 곳은 지하에 위치한 허름한 바(BAR). 바(BAR)라기보다는 룸살롱에 더 가까웠다. 내부는 칸막이가 드리워져 있었고, 방마다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보통 여성이라면 결코 좋아할 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상대 여성을 따랐다. 주거니 받거니 잔이 오가는 사이 양주 2병과 안주 3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상대 여성이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나간 것. 그러나 이 여성은 1시간이 지나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박씨는 할 수 없이 혼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카운터 앞에 선 박씨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술값이 자그마치 100만원. 양주 한 병이 30만원이란다. 박씨는 “계산 전만 해도 이상하단 생각은 했었지만 사기를 당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중에 보니 이곳이 말로만 듣던 ‘삐끼 룸살롱’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전전긍긍하던 박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사연을 올렸고, 비슷한 피해를 당한 남성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사기를 당한 술집으로 가서 같이 술을 마신 여성이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이 남성이 시키는대로 술집을 방문하자 자신과 같이 술을 마시던 여성이 다른 남성 옆에 앉아 있었다. 박씨는 문제의 여성과 술집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박씨와 유사한 피해를 당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같은 업소들은 보통 매상의 30~40%를 리베이트를 주는 조건으로 여성들에게 술을 마실 남성을 물어오도록 유도한다”면서 “정확한 피해규모는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상당수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사기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수법이나 규모가 점차 기업화, 조직화되고 있는 것. 이 관계자는 “신고를 받아 문제의 아이디를 수사해 보면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한 아이디인 경우가 많다”면서 “때문에 신고를 받아도 수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묻지마 데이트’ 피해사례도 늘어

채팅 상대에게 일정금액을 입금하면 자위쇼나 스트립쇼를 보여주겠다고 유혹한 뒤, 돈을 보내면 자취를 감추는 사기수법도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경우도 보통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접속한 뒤, 대포통장 번호를 알려주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묻지마 데이트’를 가장한 피해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묻지마 데이트’는 채팅상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이같은 점을 악용해 사기를 벌인다. 성관계를 미끼로 “성폭행을 당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36)씨는 “하룻밤의 실수로 아직까지도 협박성 문제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상대 여성이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고 해서 응했는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피해자 강모(35)씨도 “즐거운 마음으로 헤어졌는데 다음날 ‘나를 너무 쉽게 본 것 아니냐’ ‘너무 수치스럽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황당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만난 짓이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 “피해 막기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 필요”

최근 채팅 사이트 등을 통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기수법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가 ‘삐끼형’이다. 이들은 주로 자신이 잘아는 술집에서 한 잔 하자며 상대 남성을 불러낸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면 손님을 끌어온 대가로 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하다. 두 번째가 ‘묻지마 데이트형’이다. 이들의 경우 보통 아무런 조건없이 데이트를 하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성관계를 맺고 나면 안면을 바꾼다. 상대 남성 몰래 찍어 놓은 사진을 미끼로 거액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칫 경찰조사까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세 번째가 ‘셀카형’이다. 돈을 보내주면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겠다고 유혹한 뒤 잠적하는 게 이들의 주요 수법이다. 물론 이들도 도용한 아이디나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이같은 사기유형의 경우 범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고, 찾아낸다 해도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면서 “피해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미리 조심하는 것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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