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다녀온 업소들에 대해 설명하는 ‘유흥업소 탐방기’는 이제 어느 유흥 사이트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다. 유흥 사이트들은 저마다 관련 게시판을 만들어 놓고 유흥업소의 시설에서부터 서비스의 수준, 아가씨들의 수질(?)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보를 공유하게끔 하고 있다. 업소탐방기에 실린 내용들은 업소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들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특정 업소를 방문해보지 않은 회원들 및 화류계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 이들 정보는 더없이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최근에는 손님 입장이 아닌 유흥업에 종사하는 아가씨의 입장에서 손님을 ‘탐방’하는 ‘역탐방기’가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들은 자신이 경험한 손님들의 외형은 물론 말재주와 매너, ‘진상여부’에 대해 적나라하게 적어놓고 있다. 아가씨들이 털어놓는 ‘역탐방기’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지금은 바야흐로 대통령도 인터넷에 댓글을 달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대다. 인터넷에 글쓰기가 보편화된 요즘,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아가씨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그동안 아가씨들은 몇몇 유흥 사이트나 업소 종사자가 운영하는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왔다. 내용은 주로 유흥업소에 몸담게 된 계기나 과정, 업소 일을 하면서 느끼는 애환,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느낌 등이 주를 이루었다.아가씨들은 그 외모나 서비스의 수준 등과 관련되어 손님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평가되는 입장이었던 게 사실이다.

웬만한 유흥업소라면 홈페이지를 갖추고 있는 요즘, 아가씨들의 서비스 수준 및 외모에 따라 업소의 흥망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소에서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인터넷에 ‘폭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업소 관계자들은 고객들의 탐방기를 항상 눈여겨보고, 그 고객들을 상대로 특별 마케팅을 펼치는 등 부수적인 노력을 쏟아붓기도 한 실정이다. 또 일부 아가씨들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단골을 묶어두기 위해 자신을 홍보하는 일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아가씨들도 손님들을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왔다.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 있는 아가씨들이 손님을 평가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지만, 손님에 대한 평가는 아가씨들 개개인의 취향 및 개성을 여실히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A양의 역탐방기 “이런 손님, 저런 놈”

일명 ‘대딸방’에 근무하고 있는 A(21)양. 그녀는 최근 모 유흥 사이트에 ‘대딸방 시리즈’라는 글을 올려 뭇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A양의 글은 스무살을 갓 넘은 신세대답게 전체적으로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글 중간중간에는 읽는 사람을 한바탕 뒤집어놓을만한 엽기적인 표현들도 삽입되어 있다. 업소여성으로서의 애환과 슬픔도 아직 어린 그녀에게는 단순히 ‘재수없게 진상을 만났다’거나 ‘짜증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다음은 A양이 기재한 글의 일부.<두 번째 아저씨: 조용 그 자체. 나이 : 40대 중반. 와꾸/몸매 평가 : 그야말로 평범. 대화능력 : 말 정말 없음. 한마디도 안함. 입 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음. 마사지 :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있음. 스페셜 : 무슨 때미시나. 만지는 건 거의 없는데, 내 몸을 때 나올 정도로 뻑뻑 문질러댄다. 목욕했기에 망정이지 목욕 안했으면 진짜 때나왔을지도 모른다. 끝나자마자 도망가듯이 나가버렸음.>

<세 번째 아저씨 : 암내나는 아저씨. 나이: 30대 초반. 와꾸/몸매평가: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이미지.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음. 대화능력 : 내가 말하는 것을 듣더니 엽기라고 함. 얘기는 재미있게 잘했음. 마사지 : 마사지 별 관심없음. 내 얘기 하는데 푹빠져서 웃고 깔깔댔음. 스페셜 : 분위기 좀 타려고 하셨나. 처음엔 조용하다가 점점 심해짐. 구석구석 확인해 봄. 확실한 인터넷 손님. 절대 핸드 플레이 5분이상 안하는 내게 ‘오늘 이상하게 잘 안된다’면서 그곳에 대고 ‘꼬추야, 꼬추야, 나를 위해 빨리 노력하렴’이라고 말해달라고 함. 나도 그렇게 말했음. 웃겼음. 암튼 암내만 안났더라면 꽤 괜찮았을 듯.>

<네 번째 아저씨 : 나이 33세. 와꾸/몸매평가 : 중상, 지하세계 아저씨. 몸에 그림 그려서 몸이 검정색이었음. 대화능력 : 말하는 건 참 좋았음. 마사지 : 마사지 필요없음. 계속 만지작 거림. 스페셜 : 오늘의 최고 진상, 으악!!! 하려고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임. 왕짜증. 그럴라면 (섹스)하는데 가지. 6만원 내고 볼장 다볼라하는 아저씨들 왕재수. 이 아저씨는 개진상처리.>

<다섯 번째 아저씨. 나이: 34살 포경수술 안함. 와꾸/몸매평가 : 중하. 그야말로 곰돌이. 푹신함. 안고있으면 좋음. 대화능력 : 약간 말 더듬음. 더듬어서 더 귀여움. 마사지: 안만지고 가만히 잘 누워있음. 스페셜 : 밑에 딱 내려가는 순간 화장실 냄새가 올라옴. 토할뻔 한거 간신히 참았음. 비제이(블로우+W) 공식업소라 비제이는 해야겠고 냄새는 나고 고민 한참 함. 맨입으로는 도저히 못할 거 같아서 수건으로 닦고 가글 물고 함. 근데 껍질안에 하얀건 뭐지? 이상한 때 같은 거 있었음. 진상은 안피웠으나 냄새가 심했으므로 진상처리!>


남성들에게 뜨거운 호응

이같은 여성들의 ‘역탐방기’는 남성들의 성적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본 한 네티즌은 “남성들이 업소를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손님을 탐방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기발하고 신선하기까지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이어 접대상 룸살롱을 자주 찾는다는 L(35)씨는 “업소 아가씨들은 돈받고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로만 생각했다”며 “그들이 쓴 글들을 통해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애환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J(32)씨는 “업소 여성들도 손님들을 하나하나 기억한다는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했다”며 “글을 읽는 순간, 나를 손님으로 받은 여성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되새겨보게 됐다”고 전했다.

애인과 관계를 맺을 때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지만, 돈을 주고 성적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는 사실 무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남성들의 고백이다. 무엇보다 ‘돈’이 오가는 만큼 최대한 본전을 뽑으려는 심리는 종종 무례하고 불쾌한 언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 한편 이러한 글들을 통해 여성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내린 회원들도 있었다. 실제로 회사원 K(29)씨는 “솔직히 여자를 별로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었다”며 “비록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여성들이지만 남성들의 어떤 면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업소여성의 애환 호소 눈길

대딸방이 아닌 안마시술소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글도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도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근무한다는 B(27)씨. 그녀는 자신이 올린 들을 통해 억지로 여성의 은밀한 곳을 보려하거나 강제로 만지는 남성들에 대해 ‘충고’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언니’들의 편의를 봐줄 것을 애교있게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그녀의 ‘당부’는 많은 남성들로 하여금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겪는 그녀들만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많은 회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B씨는 업소를 찾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업소여성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며 인격적인 모욕을 일삼는다고 전했다. 일을 하다보면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알아주세요. 이런 일을 하는 저희들도 사람입니다.

비록 지금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지만, 저희도 ‘여자’고, 언젠가는 한남자의 사랑스런 여인이 되기를 꿈꾸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에게도 엄연히 꿈이 있어요. 지금은 각자 사정이 있어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들 이 일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을 조금만 아껴주세요. 조금만 더 인간적으로 대해주세요.”이에 대해 남성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일부는 “비록 성매매가 불법이기는 하지만 아가씨들과 우리는 함께 밤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아니냐”며 “즐길 수 있는 선에서 적당히 즐기고 너무 심한 것을 요구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비록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는다해도 인격적인 치부는 건드리지 않는 매너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않다. 한 남성은 “불법적인 성매매를 하면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기 원하는 사고방식부터가 문제”라며 “부끄러운줄 모르고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일부에서는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고 싶으면 음성적인 성매매를 부추기는 업소에서 발을 빼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회원 역시 “아가씨들이 올린 글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에 단순한 재미거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불법적인 행위를 미화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