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룸살롱 경기가 어렵다해도 아가씨들이 이곳에서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업소측으로부터 받은 마이낑이 있거나 생활을 보장받을만한 다른 직업을 가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화류계의 로또’라 불리는 ‘공사’때문이다. 공사란 아가씨들이 손님들에게 ‘사랑’을 빙자해서 돈을 ‘뜯어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강제로 뺏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사랑하기 때문에’ 돈을 지원해준 것일 뿐이다. 공사 금액은 때로는 1~2억원에 달하는 고액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 화류계 사람들은 ‘공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코믹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공사 : 선수(룸살롱 아가씨)가 손님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을 기망하여 몸을 무기로, 또는 사랑을 가장하여 금전을 편취하는 행위’ 하지만 이러한 공사도 금액에 따라서 부르는 정도가 다르다. 액수가 2,000만원 이하의 ‘소액’일 경우에는 ‘농사’, 1억원 이상의 고액일 경우에는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것.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한순간에 자동차와 아파트, 혹은 더 나아가 상당액의 현금을 챙길 수 있으니 아가씨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한눈에 상대 남성 찍어야

잘나가는 아가씨들에게는 매달 버는 자신의 수입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사실 아가씨들이 많은 돈을 번다고는 하지만 그 씀씀이가 큰 탓에 돈을 모으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따라서 한번에 거금이 들어가는 아파트나 자동차를 구입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공사에 성공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즉 공사는 아가씨들의 입장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로또’인 셈이다. 그렇다면 공사에 성공하기 위한 아가씨들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일단 아가씨들은 상대남성의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따져본다. ‘저 남자는 뭔가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오기 시작하면 그 첫 단계로 ‘가견적’을 뽑아본다. 즉 상대 남성이 ‘과연 공사를 할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아가씨들은 손님이 정말 부유한지, 아니면 부유한 척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재산이 많다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힘으로 번 것인지까지 파악한다고 한다.

재산의 출처 파악은 기본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은 향후 대화를 통해서 파악되기도 하지만 일단 손님의 행동 양태에서도 드러난다는 것. 돈을 생각없이 물쓰듯 쓰거나 재산의 상당액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면 이는 자신의 재산이 아닐 경우가 많다고. ‘가견적’ 상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옷과 신발, 소품이 어느 정도 명품이냐 하는 점이다. 명품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훤히 꿰고 있는 아가씨들의 경우 명품 브랜드를 입으로 줄줄 외울 정도다. 따라서 상위급 명품이 아니면 일단 쳐다보지도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구두의 경우에도 비록 명품이라고 하더라도 늘 깨끗하게 닦여있지 않으면 영업직 등 외부에서 활동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필기구도 눈여겨 본다. 손님이 몽블랑 등 고급 브랜드의 만년필을 가지고 있다면 회사 내에서 큰 돈을 좌지우지하는 최종결제권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년필만 봐도 돈 줄 파악

주의할 점은 위에서 언급한 경우와 정반대인 경우에라도 ‘알짜배기’가 있다는 사실. 겉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남성의 숨겨진 가치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고 후줄근한 옷차림을 했다고 하더라도 룸살롱에 자주 드나들면서 말과 행동에서 기품이 있어 보이면 오히려 ‘진국’. 이런 부류중에는 자신이 돈이 많다는 것을 애써 감추는 것으로 아가씨들의 공사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전체적인 ‘가치평가’가 끝나고 나면 추가 정밀 견적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집을 방문해 보는 것이다. 유부남의 경우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싱글일 경우에는 ‘오빠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거의 100% 집으로 데려간다고. 이렇게 집으로 가면 대개 집의 수준과 인테리어, 가구, 소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자세한 정밀 견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혹시 청소를 도와주는 아줌마까지 있다면 상당히 부유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세부적인 평가가 끝나게 되면 다음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공사의 첫 단추는 ‘튕기기’

그 첫 번째 단계는 ‘튕기기’다. 일단 상대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서 때로는 갖은 애교를 부리지만 한편으로는 서서히 튕기기 시작하는 양동 작전을 쓴다는 것. 이를 위해서 일부 아가씨들은 약속시간에 늦거나 핑계를 대고 나가지 않는다. 물론 이 단계에서 자칫 상대가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슬쩍 귀띔하는 것이다. 힘들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은연 중에 꺼내기 시작하는 단계다. ‘부모님이 아프다’, ‘가난 때문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마이낑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는 등의 사정 이야기를 하지만 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는 꺼내지 않는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을 앉아서만 볼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 즉 순수한 사랑을 가장, 자신의 고통을 토로함으로써 남성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순진한 사람일 경우라면 이렇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 소위 ‘배팅’을 하며 돈을 주거나 화류계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단계에서 배팅이 들어오지 않으면 ‘마무리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 전보다 자신의 고통을 더욱 더 강조하면서 ‘미끼’를 던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별을 통보하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는 ‘눈물’ 이용

이때는 그 명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단순한 헤어짐이 아니라 ‘당신과 나는 신분의 차이로 서로 이루어질 수 없다’거나, 혹은 ‘나같이 빚도 많고 문제도 많은 여자는 당신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등 마치 드라마에나 나올 듯한 ‘순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결론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남성 쪽에서 최종적으로 배팅을 하거나 이별수순을 밟는 것이다. 남성 쪽에서 반응이 없으면 아가씨들은 자신의 작업을 ‘부실공사’라고 단정짓고 깨끗하게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진짜 이별은 남성이 거액을 배팅한 이후에 시작된다. 물질적 지원을 받은 아가씨들은 처음 몇 주간은 남성들과 꿈같은 연애를 한다. 그러나 이내 서서히 연락을 줄이기 시작한다. 최종적으로는 휴대폰 전화번호를 바꾸고 업소를 옮긴다.

그리고 약 4~5개월간의 잠수기간을 갖는다. 남성들이 ‘당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었다. 모든 일이 정리되고 잠잠해지면 아가씨들은 다시 화류계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때로 프로젝트 수준의 거액 공사에 성공했을 때는 아예 완전히 화류계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화류계 아가씨들이 이러한 농사, 공사, 혹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손님이 스스로 공사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게 하는 것’이다. 일단 상대가 눈치를 채기 시작하면 아무리 공을 들였더라도 모두 허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공사’ 성공 아가씨 인터뷰“사랑?…ㅎㅎㅎ 돈이 유일한 목적일 뿐”

강남 고급 룸살롱 업소인 소위 ‘텐프로’에 근무하는 김모양(25)은 한눈에 봐도 눈부신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두번 정도 공사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 공사의 대상자는.
▲ 강남 텐프로에는 돈많은 사람 아니면 거의 오지 않는다. 부동산 사업주와 대기업 임원이었는데, 천 만원 정도는 우습게 썼다. 공사를 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대상이었다.

- 공사금액은.
▲ 자세히는 밝히기 곤란하다. 억 단위라고 보면 된다.

- 현재도 연락을 하는가.
▲ 공사의 생리는 공사가 성공하는 그날부터 이별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모두 유부남들이었다. 나와 결혼해서 살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섹스 파트너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대로 섹스 파트너로 살고 싶은 여자가 있겠나. 공사의 목적은 돈이고 돈이 들어오면 그것으로 끝이다.

- 상대 남성들은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을텐데.
▲ 말은 그렇게 해도 그들에게 우리는 한순간의 놀잇감에 불과하다. 그들이 이혼을 하고 나와 결혼할 것 같은가.

- 나중에 문제는 없었나.
▲ 공사는 성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도 중요하다. 상대가 눈치 못채게, 그래서 한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끔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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