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ㆍ보좌관 X파일 주도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국회 의원회관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회 여비서를 지칭하는 말이다. 꽃다운 나이 20대가 주축을 이루는데 미모도 출중하다. 한나라당 강용석 전 의원실에 근무한 여비서는 ‘미모’가 출중해 방송에 출연할 정도였고 국회의장실 전 여비서는 미인대회 입상자 출신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여비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회의원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의원회관내 ‘은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의원실 근무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여비서 그룹이 네트워크화 돼 서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들조차 여비서의 눈치를 봐야 한다. 국회 의원회관 내에서 여비서에게 ‘찍히면 끝이다’는 말이 단순히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 은밀한 세계를 엿봤다.

K 전의원 ‘X파일’ 폭로 당해 의원직 상실

지난달 말 국회의원 회관 7층, 국회의원 회관 여비통신(여비서들의 SNS 통신공간)이 후끈 달아올랐다. 다름아니라 주말 7층 회관 복도에서 ‘여비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면서 그 사건이 여비통신에 걸렸다. 내용인즉, 여당 중진 모 국회 의원과 모 여비서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가 지나가는 모 여비서의 귀에 들렸다는 내용이었다. 삽시간에 여비통신을 통해 국회회관 내로 퍼져나갔다. 여비통신의 결론은 여당의 A 의원이 정치적 경쟁관계인 B의원을 음해하기위해 퍼뜨린 해프닝으로 정리하면서 유야무야됐다.

최근 여비통신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일화다. 만약 사실로 밝혀졌을 경우 해당 의원은 정치적 생명까지 위험에 처할 뻔한 아찔한 사건이다. 다행히 늘 여비통신의 자정 역할과 여비 수사대의 진위파악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이렇게 좋게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멍청한 보좌관” 글 올려인턴 해고 등 인사 태풍

또 다른 여비통신으로 여비서뿐만 아니라 7명의 전 보좌진이 옷을 벗게 될 위기에 처한 방도 있다. 다름아닌 야당 의원실의 인턴 여비서가 SNS에 “멍청한 보좌관이 쥐뿔도 모르고 일을 지시하니까 빡친다”, “영감 가족이 너무 싫어 환장할 거 같음”, “우리 사무실 성인 ADHD(과잉행동장애) 환자는 너무 많아서 뇌질환이 의심된다” 는 등 의원실 내 분위기를 전하다 의원이 SNS를 우연찮게 보면서 사달이 났다. 결국 인턴 여비서가 ‘본보기’로 잘리고 나머지 보좌관, 보좌진 역시 관리 감독 소홀로 전부 경질될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인턴여비서와 친한 여비서에게 전해지고 내용이 여비통신을 타고 외부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의원은 ‘인턴 여비서’만 자르고 나머지 보좌진들은 시간을 둬 인사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여비서가 사적인 공간에 올린 글의 파장이 여비통신이라는 SNS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해당 의원에게 ‘피드백’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하루 이틀뿐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비통신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국회에 선남선녀들이 많다보니 보좌관과 여비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알려져 해당 의원실이 곤혹스런 경우도 있었다. 18대 국회 시절 미모의 여비서는 같은 방 총각인 비서관과 서로 호감을 갖고 몰래 만남을 가졌다. 문제는 해당 의원이 같은 방에서 ‘연애’를 금지시킨 것. 이런 둘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같은 방 수석 보좌관에게 들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부남인 이 보좌관이 ‘비밀로 할 테니 하룻밤 자자’고 여비서에게 제안을 한 것. 이런 제안을 여비서는 거절했고 급기야 보좌관이 영감에게 ‘고자질’하면서 여비서, 비서관 둘다 옷을 벗게 됐다.

여비통신은 이후 힘을 발휘했다. 평소 여비통신을 통해 친하게 지낸던 모 의원실 ‘왕언니’로 통하는 여비서가 문제의 두사람이 출근을 안 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해 연락을 했고 자초지종을 들은 ‘왕언니’는 여비통신에 익명으로 폭로하면서 일파만파로 커졌다. 급기야 해당 보좌관은 자진 사퇴했고 의원은 비공식적으로 의원회관에 ‘해명서’를 돌려 망신을 당했다. 여비통신은 해당 보좌관이 ‘유부남’이 아닌 ‘이혼남’이라는 사실도 밝혀 주변 보좌관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여비서급 보좌관? 보좌관급 여비서?

국회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경우 여비서가 8억 원 상당의 ‘뭉칫돈’을 관리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K 전 의원 역시 회계를 담당하는 여비서를 통해 불법정치 자금을 관리했다. 하지만 K 전 의원이 회관 내 인사 전횡이 심해지자 불이익을 당한 여비서는 언론에 ‘불법정치자금’을 폭로하면서 검찰에 단초를 제공해 K 전 의원의 금배지를 떼게 만들었다. 이 역시 여비통신의 또 다른 보이지 않는 힘이다.

이처럼 여비서가 국회 의원회관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국회 의원의 은밀한 정보와 돈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들이 다선을 하더라도 보좌관과 비서관은 교체해도 운전기사와 여비서를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데리고 가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여비서들이 고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한국비서협회 이민경 회장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9급 별정직 공무원 신분에서 시작해 7급, 5급, 4급으로 승진하는 여비서는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다”면서 “최근에는 인턴제도가 생겨 9급도 아니고 행정인턴으로 들어와 9급 여비서 역할을 하는 직원도 많다”고 애환을 전했다. 9급이면 4대 보험에 150만 원 이상 급여를 받지만 인턴의 경우 100만 원 미만의 돈을 받고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여비서가 승진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영감(모시는 국회의원 통칭)이 보좌관과 비서관을 자주 교체하면 여비서가 가장 오래돼 비서관, 보좌관 역할을 하게 된다. 7급이든 5급이 주어지는 경우인데 해당 여비서는 비서 본연의 업무에다 질의서, 법률안 등 의정활동 지원까지 과잉업무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인사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또한 여비서의 신분이 불안정해 부당해고를 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점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여비서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데 영감이 부당해고를 하거나 억울하게 퇴직할 경우에도 데모나 법적 투쟁을 벌일 수가 없다”면서 “항의나 법적 절차를 밟는다고 하면 ‘의원이 4년마다 선출되는 비정규직인데 보좌진 고용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며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나아가 이 회장은 최근 여비 통신이 횡행하는 것과 관련해 “국회의원은 유권자와 부딪치ㄴ 고 정치도 해야하는 만큼 방을 챙길 겨를이 없는 반면 의원실 분위기는 조직의 영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좌우되는 동네라 여비서급 보좌관이 있는 반면 보좌관급 여비서가 존재한다”라며 “최근 10년 미만의 보좌관이 넘쳐나면서 조직 장악력이 떨어져 그같은 사건이 터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출 조건 “성형보다 호감도”

한편 국회 여비서 선출하는 데 미모의 비중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미모는 영원한 과제”라면서도 “국회 여비서는 미모보다는 호감도가 높아야 한다”며 “성형보다는 독서나 내공을 통해 내적인 미를 키우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미모보다는 호감도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실상 국회의원 여비서를 뽑는데 6~70%이상 이 호감도가 좌우한다고 전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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