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민주연합이 경찰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중했다. 특히 권 씨가 사표를 낸 시기가 ‘새정연’의 보궐선거 공천을 코앞에 둔 시점이란 데서, 또한 광주 광산을 지역이 보궐선거지가 됐다는 점에서 그의 향후 거취가 주목됐던 터다. ‘새정연’이 그녀를 ‘광주의 딸’로 추켜세운 결말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그래도 설마 건전한 상식에 반하는 전략공천이 실제로 이뤄지리라고는 회의적 시각이 강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야당이 권 씨 정도의 정치 신인을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텃밭 선거구에 공천하기에는 기득권의 반발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면에서도 그랬지만, 더 중요한건 국민의 눈이 무섭다는 판단에서였다.

다 아는 대로 2012년 대선 당시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서 현장수사책임자였던 그녀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축소 은폐 수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해 뉴스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표를 낸 김 전 청장은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정의로운 폭로”라는 권 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법원 판단이 내렸다. 물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남아있지만 ‘검찰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한사람(권씨)의 주장만 믿고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1,2심 판결문 내용이 달리 범죄증거가 없다는 말로 들린다.

검찰이 권 씨 말만 믿고 김 전 청장의 공소장에 적시했다가 뒤늦게 사실이 확인돼 재판 도중에 공소장을 변경하는 지경이었으니 전후사정은 짐작하고 남을만하다. 재판부가 “겉면만 봐도 아이디와 닉네임이 송부된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는데 검사가 무엇을 근거로 이 부분에 공소를 제기했던 것인지 의문”이라고 검사를 질책하는 수준이었다.

이를 훤히 알고 있을 한 판사출신 야당 국회의원이 1,2심 재판부를 향해 야유를 퍼부은 대목은 정치가 치졸하다 못해 참 측은해졌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새 시대에 새로 모여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생산해 내는 새정치의 모습이 ‘새정치’ 간판이 부끄러울 노릇으로 진화되고 있다. 권은희 씨의 7.30보궐선거 공천 과정은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하다가 야당 국회의원 되기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는 조소까지 낳았다.
권 씨의 2004년 변호사 시절 ‘위증교사 혐의’ 논란은, 이 마저 때 묻지 않은 당시 30세 청초한 여변호사의 ‘정의’에 입각한 것이었는지 말이라도 한번 들어봤으면 싶다. 또 그녀의 석사논문 표절의혹에 대해서는 논문 표절에 집중적 십자포화를 퍼부어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를 낙마시킨 야당의 울타리가 행여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스캔들’인식에 투철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김 모 386 서울시의원의 청부살인 혐의와 관련해서도 그렇고, 머리 좋은 사람이 빗나가면 일낸다는 속언이 어느 때보다 가슴을 때리는 현실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더라도 권은희 씨가 ‘양심’과 ‘정의’를 따라 행동했다면 그런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그녀가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볼 사람은 이제 없게 됐다. ‘새정치 작폐(作弊)’를 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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