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흥가에서 손님 유치를 위한 차별화 경쟁이 벌어지면서 술값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낮춰주는 ‘극한 가격파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심지어 ‘양주 무한 리필’의 개념까지 도입되면서 가격 파괴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파괴의 경향은 IMF이후의 상황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전언. 유흥가 사람들은 ‘없는 손님을 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같은 가격 파괴지만 그 양상이 조금 달려졌다는 얘기다. 유흥가의 피 튀기는 전쟁, 가격 파괴의 현장을 취재했다. 정통 룸살롱인 R호텔 <스카이>의 대리 전모(34)씨는 최근 가격 파괴를 통해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전체적인 요금을 대폭 낮춘 ‘퍼블릭 수준’의 가격으로 정통 룸살롱에서 즐길 수 있는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이러한 서비스가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 대리는 전했다.

입소문 타고 손님 북적

강남 최대의 북창동식 룸살롱 중의 하나인 <초원의 집>의 황호준 상무는 17년산 양주를 12년산의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 몇 만원의 차이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고객들의 심리를 이용, 이러한 가격 파괴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자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취재진이 고객들 상대로 인터뷰 해본 결과 ‘파격적인 가격 인하 때문에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주로 유흥 동호회를 통해서 업소를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사실 양주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해도 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술을 많이 먹는 주당들은 이러한 세심한 서비스에도 감동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각종 파격 이벤트도 ‘풍성’

북창동에 위치한 룸살롱 <추카추카> 한국인 상무는 매주 7명의 고객들에게 소위 ‘테이블 차지’라 지칭되는 봉사료 10만원만을 받고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정요일, 특정시간 이벤트로 진행되는 이러한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에 기존 룸살롱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한 상무는 “처음 이벤트를 시행했을 때 그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운 좋게도 한상무의 이벤트에 2번씩이나 참여하게 된 정모(38)씨는 “솔직히 몇 만원 되지 않는 테이블 봉사료만 주고 술을 먹을 때는 약간 미안했지만, 돈이 적게 들기 때문에 즐거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 미안함 때문에라도 손님들을 많이 데리고 오게 되므로 아마 이곳 룸살롱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익 남는다”

요정의 경우는 양주를 무한정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삼동에 위치한 요정 <다보>의 경우 ‘양주 무한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마시고자 한다면 술은 무조건 원하는 대로 주겠다는 것. 이러한 서비스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서비스라고 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손님들이 급증했다는 다보의 김소영 대표는 “술을 좋아하는 손님들의 입장에서 이런 양주 무한 리필 서비스에 군침을 흘리게 마련이다”라며 “일부 손님들은 ‘도대체 남는 게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우리는 고객감동의 차원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시행하기 때문에 이익이 남느냐 남지 않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손님 접대할 때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벤처사업가 박모(45)씨는 “다보는 한국 전통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에 외국 손님들을 접대하는데 안성맞춤”이라며 “게다가 외국인들은 소주나 막걸리보다는 위스키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양주 무한 리필 행사가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유흥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인기

이 같은 유흥업소들의 극한에 가까운 가격 파괴 서비스는 최근 유흥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고객 유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부 업자들은 이러한 가격 파괴가 예전 IMF 이후에 많이 유행했던 가격 파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원가라도 건질 생각에 가격 파괴를 했지만, 최근 가격 파괴 트렌드는 더 많은 손님들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소비 심리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무리 가격 파괴를 해도 고객들의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조금의 매력만 주어도 금세 시장이 반응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잠재 소비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의 이러한 가격 파괴는 이러한 잠재 소비를 적극적인 소비로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가끔씩 친구들과 룸살롱을 찾는다는 이모(32)씨는 “모든 소비가 마찬가지겠지만 유흥쪽도 보다 더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찾아가기 마련”이라며 “최근 업소들의 이러한 가격 파괴 경향은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있으며, 더 자주 술집에 가게끔 충동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 룸살롱 구좌인 최모씨는 “유흥가에서의 소비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양상이다”라며 “이러한 소비 심리를 더욱 자극하기 위해서 좀 더 색다른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룸살롱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향후 업계들은 더욱 파격적인 발상으로 가격 파괴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이러한 서비스는 유흥가의 전반적인 추세가 될 전망이다.


# S유흥업소 전대리 인터뷰“룸살롱 술값 거품 많다”


리버사이드 호텔 <스카이 123>의 전대리는 유흥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손님들의 소비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시도함으로써 유흥가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기존 퍼블릭 룸살롱의 가격으로 정통 룸살롱을 즐길 수 있는 가격 파괴를 시행하고 있다.
다음은 전 대리와의 일문 일답.

- 이러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사실 기존의 룸살롱 술값에는 거품이 너무 많았다. 한마디로 룸살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좀 비싸게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의 경제 불황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보다 저렴하고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심리가 확산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제 유흥업소들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 가격을 저렴하게 하면 수익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아닌가.
▲ 결국 ‘박리다매’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방식으로 다른 업소와의 차별화룰 두면 입소문이 나게 마련이고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 현금 흐름도 용이하고 결국에는 수익도 올라가게 된다. 지금 당장 손님들에게 많은 돈을 받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면서 내 사업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손님들이 한 두번은 비싼 값에 술을 먹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가기 마련 아닌가.

-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 이 이벤트는 나름대로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반응은 굉장히 좋다. 손님들이 스스로 나서서 입소문을 내주고 있으며 찾아오는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 기왕에 시작한 것이라면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하루 이틀에 승부를 내려한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장기적으론 저렴한 가격에 기존의 서비스를 접목시키려하는 내 생각이 적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