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경 유화(여, 당시 22세)는 해모수(남, 당시 23세)와 일시 동거를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유화가 임신 사실을 해모수에게 말하자 해모수는 경제적인 능력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낙태를 요구했다. 유화는 고민하다가 혼자라도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했다. 해모수는 얼마 후 입대를 하게 되었고 유화는 해모수가 입대하고 5개월 뒤에 주몽을 출산했다. 그 후 해모수는 연락이 끊겼다. 유화는 주몽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면서 부(아버지)란은 공란으로 출생신고를 했고 주몽은 엄마인 유화의 성을 따랐다.

주몽은 유화가 해모수와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해모수의 자로 추정되지 않는다. 주몽은 ‘혼인외의 자’로서 해모수가 인지를 하거나 해모수를 상대로 인지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서류상 해모수와 주몽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해모수는 주몽의 양육비를 부담해야 할까?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양육비를 부담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혼인 외의 자는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양육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자관계를 부인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인지절차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인지절차를 통하여 부자관계가 인정될 경우 아버지는 자녀의 출생일에 소급하여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대법원도 “부모는 그 소생의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며, 이는 부모 중 누가 친권을 행사하는 자인지 또 누가 양육권자이고 현실로 양육하고 있는 자인지를 물을 것 없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최근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권양희 판사는 필리핀에 사는 A군과 B군이 한국에 사는 아버지 C씨를 상대로 낸 인지청구소송에서 A군 형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군과 B군은 한국 국적의 아버지와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코피노(Kopino)’다. 코피노 형제는 확정된 인지판결에 의하여 인지신고를 하면 C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고, 법무부장관에게 국적취득 신고를 하면 대한민국 국적도 취득하게 된다.

C씨는 인지판결에 따라 부자관계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코피노 형제가 태어난 시점부터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코피노 형제가 인지신고를 하지 않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않더라도 C씨의 양육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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