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경제부장관은 16일 대기업들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이익잉여금)이 자본주의 경기순환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들이 과도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가 저축을 하고 기업이 그 돈을 적절히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그걸 가계에 돌려주는 게 정상적인 자본주의 구조이지만 지금은 가계가 오히려 빚을 쓰고 기업이 저축하는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래서 그는 “사내 유보금이 시중에 흘러들어가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의 과도한 유보금에 대한 최 부총리의 지적은 수치상으론 옳다. 우리나라 10대 재벌 그룹의 대표 계열사가 갖고 있는 현금은만 해도 104조원에 이른다. 그들의 유보금은 최근 3년만에 두 배로 늘었다.

기업들이 유보금을 풀어 공장을 짓고 근로자를 고용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사내 이익잉여금으로 임금을 올려주면 구매력을 자극,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사내 유보금이 시중에 흘러들어가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최 부총리의 주장도 일리 있다.

그러면서도 쌓아 둔 기업의 유보금이 “정상적인 자본주의 구조”를 왜곡한다는 최 부총리의 비난은 적절치 못하다. 자칫 반기업 정서를 유발할 수 있다는데서 그렇다. 그는 기업들이 이익잉여금을 풀지못하게 된 피치못할 사정도 부연설명 했어야 옳다. 국내 전투 노조, 노동시장의 유연성 결여, 기업의 해외 공장 건설 증대, 미국과 선진국들의 푸짐한 투자 유인책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암덩어리 규제” 등이 기업들의 국내투자를 막고 있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 부진은 그들의 해외 공장 건설 증대와 반비례한다. 2010년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고용 순증가 인원이 국내에선 2만1000여명에 불과했지만, 해외에서는 무려 11만여명이나 되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도 국내에선 6400여명 순증에 반해 해외에서는 1만8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한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 축적 원인으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새 유망 사업을 찾지 못한 점도 들 수 있다. 그밖에 적지 않은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문제로 상속세와 지배구조 재편에 필요한 현금을 미리 확보해 두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다.

최 부총리는 대기업들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과 관련, 저와 같은 기업들의 고충도 이해하고 있음을 표출했어야 했다. 실상 기업 경영인들은 “정부도 사내 유보금이 단순히 쌓아만 두는 현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너무한다.”며 반발했다. 이어 “현금성 자산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안한 미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대로 투자할 곳만 있다면 왜 투자를 안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는 거두절미하고 기업들이 과도한 사내 유보금으로 자본주의경제 흐름을 비튼다고 몰아붙이면서 돈을 풀라고 압박하였다. 그의 기업 압박은 보수정권 국무위원으로서 너무 일방적으로 기업을 몰아부친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좌편향 노무현 정부가 재벌을 우리 경제의 “자산이자 모순”이라고 때리던 반기업 정서를 상기케 한다.

보수정권 경제부총리의 기업 압박은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킨다는 데서 신중해야 한다.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시중에 흘러들어가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지만, 투자를 방해하는 “암덩어리” 등에 대한 대응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투자 활성화는 권력으로 윽박지른다고 되지 않는다. 권력 만능시대는 지났다. 투자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돈은 윽박지르면 도리어 숨는다는 돈의 순환원리를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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