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은 울상인 듯하다. 유흥업소들에 있어 월드컵은 ‘악재’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예약전화가 빗발치는 이름난 유흥주점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손님들은 우리나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리 응원에 나서거나, 이른 귀가를 서두르기 때문에 이들 업소들엔 또 하나의 ‘불황 쓰나미’인 셈이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집단으로 응원할 수 있는 호프집이나 포장마차 등의 경우 대형 TV 등을 이용해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매출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룸살롱이나 요정, 안마시술소 등의 업소들은 이러한 이벤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거의 한 달이란 기간 동안 때 아닌 개점휴업상태가 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이들 유흥가에서도 본격적으로 월드컵을 대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월드컵과 관련한 유흥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취재했다.



일단 고급 룸살롱의 경우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서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맘껏 고조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형 호프집의 경우 월드컵 시청도 시청이지만 함께 있는 수십 명의 손님들이 함께 환호하고 아쉬워하는 것 자체가 큰 재미이기 때문이다. 반면 룸살롱에서는 이러한 시청 문화가 그 자체로 차단될 수밖에 없다. 일단 건물의 내부 구조 자체가 많아야 10명 정도면 꽉 차는 룸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설사 큰 룸이 있다손 치더라도 손님들끼리 서로 마주치기를 꺼리는 이들 업종의 특성상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서초동 K업소의 최모 전무는 “지난 월드컵의 경우 일하는 아가씨들이 일단 응원에 심취, 출근을 하지 않거나 그 시간에는 경기시청을 강력히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오는 손님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다”며 “일단 접대 손님이 많은 가게의 특성을 감안해볼 때 이 기간 동안은 영업 자체가 역부족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며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벤트 입소문에 전력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경기시간에 업소를 찾는 손님들에게 이른바 ‘스코어 맞히기’같은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한다. 해당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면서 경기를 관람, 각 경기의 스코어를 맞히면 주대를 할인해주거나, 술을 무료로 서비스하기도 한다고 한다. 심한 경우 주변 호텔의 무료 숙박권을 증정하기도 한다고.

논현동 L룸살롱의 한 상무는 “각 경기를 보는 흥분과 긴장감을 호텔로 그대로 이어가게 한다는 것이 이번 이벤트의 컨셉”이라며 “스코어를 정확히 맞히는 당첨자가 없을 경우에는 약간 비슷하게라도 맞힌 사람에게도 할인권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법 비용이 들겠지만 이러한 이벤트를 시행하여 입소문이라도 나면 좋겠다”면서 “어차피 재미나는 게임을 하는 것이니 모두가 함께 즐기는 월드컵에 나름대로 한몫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월드컵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일부 유사성행위업소는 아예 월드컵 기간 동안 업소의 이용금액을 반으로 뚝 다운시키는 방안도 실시할 예정이다. 어차피 손님이 없을 거라면 그나마 반값에라도 운영을 해야 최소한의 비용이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인 것. 가끔씩 친구들과 업소를 찾는다는 대학생 김모씨는 “월드컵이 아니면 언제 50%나 인하된 가격으로 이들 업소를 이용해볼 수 있겠냐”며 “자신은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벤트는 적극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우미들 휴가로 시간때우기

일부 숙박업소나 안마업소의 경우 아예 길거리 응원 장소를 업소 홍보의 장소로 삼겠다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발상을 실천할 예정이다. 역삼동의 모 안마업소의 경우 일단 월드컵 기간에는 업소의 전 직원이 붉은 악마 T셔츠를 입는 것은 물론 거리 응원에 참가해 업소홍보용 음료수와 물 등을 무료로 제공하려고 한다.

강남역 인근의 한 숙박업소 지배인 김모씨는 “비록 많은 사람들의 정신이 모두 월드컵으로 쏠려 있다고는 하지만 틈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2002년 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열렬한 거리응원을 한 후에 서로 자연스레 눈이 맞아 모텔을 찾는 젊은 커플이 많아 대부분의 숙박업소들이 방이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 상징적인 것 아니겠냐”며 “이른바 월드컵베이비가 많이 생겼다는 후일담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거리응원을 하기 위해 많은 잠재적 고객들이 모인 장소에 홍보도우미를 투입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이들을 모텔로 유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것. 또한 일부의 업소도우미들은 이 기간 중에 평소 짬이 없어 하지 못했던 성형수술 등의 일정을 잡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등 아예 미리 휴가를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국가대표 평가전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날은 손님이 뜸한 것이 사실이에요.

어수선한 분위기에 가게에 나가느니 차라리 미리 휴가를 즐기고 많이 빠지는 여름 피서철에 일을 하는 것이 낫죠.” 강남 역삼동의 한 업소 도우미 양모 씨의 말이다. 덧붙여 그는 “물론 손님이 없기도 하지만 2002년엔 가게에서 일을 하면서도 경기결과가 궁금해 손님 여러 명을 포기하고 축구시청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가히 전 국민이 열두 번째 선수라고 할 만큼 높아가고 있는 월드컵. 이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는 유흥가에서도 멀리 있지 않은 듯하다.


# 월드컵관련 이벤트를 하는 안석상무 인터뷰“첫골 넣는 선수 맞히면 아가씨도 반값”

서울 북창동에 위치한 ‘초원의 집’ 안석상무는 이번 월드컵 기간에 자신의 룸살롱을 찾는 모든 손님들 중 한국팀의 첫경기때 첫골을 넣을 선수를 맞히는 손님들에게 ‘2인 무료이용권’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한 경기 스코어를 맞히는 손님들에게도 서비스양주 등을 제공하고 아울러 50%할인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 50%할인이벤트의 내용이 무엇인가.
▲ 룸살롱에서 제공되는 모든 술과 안주, 그리고 아가씨 팁을 모두 50% 인하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 팀에서 첫 골을 넣을 선수를 맞히는 고객에 한해 추첨을 통해 룸살롱 완전 무료이용권을 줄 생각이다. 현장에서 게임을 본 후 즉석에서 무료 이용권을 주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가격을 50%나 인하하면 손해 보는 것 아닌가.
▲ 어느 정도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월드컵을 손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이 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최소한 업소를 굴러가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내 자신의 수입은 없을지 몰라도 나름의 홍보도 될 것 같고….

- 이번 이벤트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 일단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격이 상당히 싸기 때문에 삼삼오오 몇 만원씩만 모아도 월드컵도 보고 술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룸살롱을 접해보지 않은 직장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아주 많은 손님이 찾지는 않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예약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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