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를 아시나요

약 10년 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에 대한 다수의 문제점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였다. 정부는 의욕적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분쇄’했고 이를 통해 다수의 성매매 집결지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기 때문에 이러한 처벌이 두려워서라도 성매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성매매로 피해를 보고 있는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다. 성매수 남성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성욕을 해결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성매매업주들은 여전히 큰돈을 벌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또 어떻게 해야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성매매 여성과 바퀴벌레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존재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하적 의미가 다분하지만, 그 만큼 오래됐고 또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일부에서는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 아무리 많은 단속을 해도 결코 성매매가 뿌리 뽑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유흥가에서 지난 20년 동안 일을 해왔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매매를 근절한다는 것, 취지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생각만큼 쉽게 되는게 아니다. 10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성매매 집결지가 완전히 없어질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그때보다 더 많이 생겼으면 생겼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았다. 지금도 전국에 거의 40여개가 넘는 성매매 집결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 줄 아는가. 강남 일부 지역의 오피스텔 타운은 아예 그 자체가 섹스타운으로 변했을 정도다. 오피스텔 성매매가 성행하다보니 많은 성매매 업주가 임대를 했기 때문이다. 성매매 집결지가 없어진다고 성매매가 없어지는 것도 어불성설일 뿐더러 성매매 집결지 자체도 사라지지 않는다.”

조폭들이 감금·금품 갈취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부 조직폭력배들이 인신매매에 가까운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프리랜서로 돌아선 것에 대한 인력부족인 것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돈을 갚지 못하면 모텔 등지에서 여성을 찾는 남성들에게 보내고 화대를 갈취한다는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구타와 감금 같은 것은 없을지 몰라도 거의 그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일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실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조폭이 이러한 강압적인 성매매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한 유흥업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근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지 않은가. 천호동의 한 조폭들이 여자를 감금하고 심지어 약을 투여하면서까지 성매매를 하게 한 사건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극히 일부의 경우이겠지만 실제로 조폭들이 성매매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별한 여자들이나 이혼한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사채를 빌려주고, 만약 이를 갚지 못할 경우에는 강압적으로 성매매를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여성들은 처음에는 노래방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갚아 나가지만 빚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에는 결국 하루에도 3~4명씩 남자들의 정액 받이가 되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고스란히 조폭에게 가져다 바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덫에 한번 걸리게 되면 결코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심지어 남성들을 상대하다가 몸이 아프게 되면 법적으로 금지된 약물을 투여하거나 더욱 심할 경우 마약에도 손을 대는 상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나마 자신의 집에서 출퇴근 하면서 성매매를 하는 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못할 때에는 성매매 집결지로 가서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그곳에 있는 여성들이 전부다 어쩔 수 없이 온 것은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런 곳에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든 성매매 집결지에서의 생활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 우선 업주의 강압적인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일정한 손님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본인 스스로 호객행위를 해야 된다. 그것마저 되지 않을 때에는 부족한 금액이 다시 빚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고죄 두려워 신고도 꺼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일반인들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그런 세계가 있는가’라고 반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법적인 효력이 그녀들을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신고를 하는 여성 자체도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법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못할 때에는 오히려 무고죄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조폭들은 해당 여성과 특별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뿐더러 설사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철저하게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이 이를 입증하기는 힘들다. 또한 조폭들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것이지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발뺌을 해버리면 이를 입증하기 힘들다.

또한 여성의 경우 신고를 하게 되면 자신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무척 두려워하는 경향이 대다수라고 한다. 그도 그런 것이 대다수의 성매매 여성은 그저 성매매를 할 뿐이지, 그 이외의 범죄를 저질러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들은 자신이 '범죄자'가 되는 것에 극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스스로 신고를 하기 쉽지 않은 점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취재진은 과거 성매매를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오해중 하나는 그녀들이 상당수 법을 악용하고 심지어 남들에게 사기를 치거나 혹은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부분 오해다. 대개 잘 배우지 못하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러 나왔을 뿐이지, 그녀들 자체가 나쁜 여자들은 아니다. 심지어는 일반 여성들보다 더 마음이 여리고 가슴이 따뜻한 여성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범죄자의 딱지가 붙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한다. 나중에 자식도 낳고 또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그 시간 동안 범죄자라는 죄의식과 자책감에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그녀들이 용기 있게 자신의 상황을 경찰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성들을 보호하고 잘못된 함정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법 개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비록 여성이 성매매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처벌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성을 산 남성과 성을 판 여성이 동시에 처벌을 받는 구조기 때문에 여성의 신고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한 시민단체 여성의 이야기다.

“자신이 범죄자가 될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서로 발길을 옮길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신매매와 비슷한 지금의 상태가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법개정이 시급하다. 지금도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하고 그곳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여성이 있는 이상 이들을 국가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성매매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 가까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성매매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하루 빨리 법 개정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구제할 수 있는 여성들을 최대한 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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