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당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재로 돌입하면서 야권 모두가 여성 리더십에 의해 운영되는 정국이 이변이 없는 한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을 점치는 소리가 높지만, 속단할 단계가 아닌 것이 박 비대위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대여 투쟁 방식이 아주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청와대 여야 대표단 회동 때 여권 관계자들이 손에 땀을 쥘 만큼 긴장 했었다는 후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으로 “국민공감 생활정치를 실현 하겠다”는 박 위원장이 야당이 돌아가야 할 ‘기본정신’으로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3인을 제시했다.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정신, 바보 노무현 정신, 민주주의자 삶을 살았던 김근태 정신이 새정치연합의 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정치철학을 발전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략공천을 배제하겠다는 분명한 뜻도 나타냈다. 전략공천이란 것이 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민주당의 계파정치, 친소관계에 따른 것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유권자들이 ‘새정치’의 뜻이 뭔지를 몰라 하고 스스로 새정치의 정의조차 못 내리는 새정치연합의 궁색함을 그가 모를 리 없었을 게다. 친선으로 하는 동네 스포츠 경기까지 룰(rule)을 못 지키면 지는 게 당연하다.

‘새정치’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덩치만 부풀린 ‘오월동주’의 형국이 돼서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공천이 확실시 되던 기존의 인물을 밀어내고 선거구를 빼앗아 그 난장판이 일어나고, 그마저 야권단일화란 명분으로 야합 거래 하는 꼴을 심판 안 받을 도리가 있었겠는가. 벌써 오래전에 전 세계적으로 사라진 이데올로기에 갇혀 노선싸움에 매몰된 야당에게 진저리를 치는 유권자들 마음을 모르고서는 박영선 비대위가 각광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제1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복하고 과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박 위원장이 표현한 대로 ‘삶의 정치’를 펼쳐야 떠나버린 민심이 돌아올 것이라는 ‘정답’을 이젠 삼척동자까지 알 것 같다. 야당이 반대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망상을 버리지 않으면 점점 더 설자리가 좁아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당더러 대선공약을 지키라고 몰아세우는 모습도 딱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야당이 한 약속도 아닌데 대통령 공약이 지켜지고 안 지켜지고의 여부에 관한 판단은 유권자들이 할 몫이다. 공약 불이행으로 표를 잃게 되는 건 야당 아닌 여당이란 말이다. 여러 가지 겹친 악재 때문에 급격히 하락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멈추기 시작한 것은 여당이 대응을 잘해서가 아니다. 야당이 워낙 엉망이어서 그 덕을 본 것이다.

박영선 위원장이 자신의 처지를 빗대 독배(毒杯)를 마신다고 했는데, 그렇게 죽을 각오로 제1야당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진정성을 확인했을 때 민심은 박영선을 환호하게 될 것이다. 검찰이 새정치연합의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에 대한 금품수수혐의를 수사하고 있는데 대해서 “야권 인사를 끼워 넣은 전형적인 물 타기 수사”라는 주장은 비대위 시작부터 유권자들을 식상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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