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7.30 재·보선에서 참패한 것을 계기고 패인 분석과 생존전략 모색으로 떠들썩하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동반 사퇴했고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패한 뒤 그해 12월 대선에서도 졌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패했고 7.30 재·보선에선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절대 참패했다. 내리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박 위원장은 5일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낡은 과거와 관행으로부터 어떻게 지혜롭게 결별하느냐가 새정치연합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고 선언했다. “투쟁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생활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정치연합이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정신, 바보 노무현 정신, 민주주의자 삶을 살았던 김근태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낡은 과거”에서 벗어나려 한다면서도 낡은 틀에 묶여 있음을 드러냈다. 새정치연합의 “낡은 과거와 관행”은 김대중·노무현·김근태 세 사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데서 그렇다.

김·노·김 세 사람은 “민주주의 투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원래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 투쟁은 세 사람 등장 이전인 1950년대에 시작, 80년대말 까지 40여년 계속되었다. 민주화 투쟁은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에 의해 주도되었다. 김·노·김 세 사람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정치인으로 튀었다.

새정치연합은 민주당 승계 정당임을 자처하며 민주 투쟁을 당의 존재적 가치와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새정치연합은 야당으로서 장외 투쟁, 전투적 강경파 득세, 묻지마식 폭로, 지역감정 선동, 친북 정서, 반기업 생리, 생떼 쓰기, 중도·온건 배척, 등에 의존했다. 전투적인 강경파와 운동권이 득세하고 중도·합리주의자는 “사쿠라” “여당의 제2중대”로 내몰린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을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독재 권력은 사라졌고 자유민주체제가 정착된 지도 20여년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지난 날의 “낡은 투쟁 정당”과 운동권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좌편향이거나 전투적인 행동으로 형무소에 갔다 온 사람들을 중용 내지 우대했다. 김·노 정권 시절엔 출세하려면 좌편향이어야 하고 전과 기록이 있어야하며 전투적이어야 한다는 왜곡된 정치풍토를 조성해 놓았다. 김·노의 낡은 정치 유산이다.

지금도 새정치연합은 구시대 전투적 투쟁과 운동권 의식 그리고 반기업 정서 등의 구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쟁 만능의 낡은 유산이 아닐 수 없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 참패한 근본 이유이다.

새정치연합은 20세기 투쟁방식에서 벗어나 21세기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의회정치로 나서야 한다. 김대중·노무현·김근태의 민주 투쟁과 좌편향 “정신”을 벗어나 주고받는 상생정치, 경제성장과 민생복리 증진, 합리적 중도 노선에 귀를 기울이는 “생활정치”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새정치연합이 지난 날 처럼 야당으로서의 투쟁성과 선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투쟁 정당으로 되돌아간다면 미래는 없다. 백전백패일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압축성장과 권위주의 유산을 벗어난지 오래다. 새정치연합은 당명(黨名)인 “새정치”에 어울리는 생활정치로 나서야 한다. 새정치연합도 살고 나라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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