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라!”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인 손학규가 정계은퇴선언을 할 당시 한 참모가 던진 말이다.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당에 입당해 정계은퇴하기까지 손학규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걸었다. 두 번의 대통령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 당안팎에서는 불쏘시개용이라고 조롱을 받았다. 당 대표에 올라 혁신과 통합을 기치로 민주통합당 몸집을 늘렸지만 당 대표직은 내려놓아야 했다.

손 전 고문은 당 안에 있을 때 온갖 수모와 열패감을 가져야 했고 역설적으로 패하고 내려놓았을 때 당안팎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번 정계은퇴 선언이후 야권 안팎에서 큰 인재를 잃었다’, ‘손학규만한 인물이 없다는 등 낯간지러운 찬사를 보낸 대다수의 진보 진영 사람들이 그가 경쟁선상에 서 있을 때는 상대방 편에서 서서 날카롭게 손학규를 비판하던 인사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맞서 을 쓰던 민주당 문재인은 새정치슬로건을 들고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로 인해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비로서 대선 후보감이 됐다. 자신과 당의 능력보다 안철수와 야권연대 기대감으로 몸값이 높아진 그다. ‘통큰 양보론을 주장하던 문재인은 막상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하자 변심했다. 오히려 민주당 자강론을 내세워 안철수가 대선후보직을 자진 사퇴까지 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애초 예상대로 대선 패배였다.

안철수가 대선출마 선언을 한 이후 민주당과 함께한다고 할 때만해도 민주당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쌍수를 들며 안철수는 지켜야 할 소중한 보배라며 극진히 대접하던 야당이었다. 하지만 안철수가 경쟁자로 돌변하자 민주화에 기여한 게 없다느니 무소속 대통령은 안된다느니하며 민주화 전통을 계승할 사람은 문재인이라고 울부짖었다.

또한 민주화 전통세력은 DJ-노무현 후계자는 문재인뿐이 없다며 대선에서 승리를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은 보수 진영이 똘똘뭉쳐 박근혜를 지지할때도 진보진영 매체는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에게 우호적인 기고문과 사설을 내보냈다. 무소불위가 된 문재인은 투표율 77%가 넘으면 광화문에 말춤을 추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다행히도 대선 투표율이 75.8%에 그쳤기 망정이지 77%넘어 패했다면 그는 패하고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말춤을 추는 망신을 당할뻔 했다.

하지만 이런 뼈아픈 반성은 2014년 현재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손학규가 그렇고 안철수가 그렇다. 차기 총선, 대선에서 승리를 하기위해선 소중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야당으로부터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한명은 정계은퇴를 했고 한명은 평의원으로 돌아가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번의 선거에서 보여준 안철수식 정치가 탐탁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당 대표직에서 보여준 세불리기는 충분히 민주당에게 양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사람 심기에 안철수가 포함돼도 아무도 변호를 하지 않는 게 현재의 야당 모습이다. 진보 진영 매체 역시 죽은 손학규에는 소중한 자산이었다고 애도의 표현을 대놓고 쓰면서 죽어가는 안철수에게는 과감하게 짱돌을 던지고 있는 게 진보 진영이요 야당의 맨얼굴이다.

그 뒤에 정파별 노림수는 단연 20대 공천이 걸려 있는 당권이고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대권주자가 내편이 되길 바라는 권력욕이 자리잡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이젠 민주당에 남은 인재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동영에 이어 김부겸, 김두관, 천정배 등 있는 사람을 잘 돌봐야 한다. 밖에서 데려 올 인재도 없다. 새정치연합이 손석희를 지방선거때 영입할려고 했다는 보도는 제발 사실이 아니길 빈다. 또 누구를 불러 망치려고 하는가. 제발 손학규 참모의 말처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

이젠 이념적 선명성 경쟁은 그만두고 정파간 이해관계속에 이합집산도 그만해야 한다. 오히려 치열하게 몸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80년대 젊은 시절에 원래 잘 했던거 아닌가. 이념 다툼하다 쪽박차고 자칫하면 민심이라는 짱돌을 맞게 생긴 게 야당이다. 그동안 말도 안되는 패배가 적은 내부에 있다는 격언을 망각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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