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혼법정의 모습도 달라졌다.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분할대상 재산이 없어서 빈손으로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정법원 실무에서는 위자료 액수를 증액함으로써 재산분할을 보충해주는 사례도 있지만 재산분할을 받지 못하는 것을 만회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2013년 3월 18일 대법원은 ‘세금 미납자가 이혼 전에 미리 재산분할을 해줬더라도 이를 가장이혼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이혼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이루어진 재산분할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국가가 “가장이혼을 통해 세금부과 대상인 아파트 매각 대금을 나누어 가졌다”며 전 처(여, 62)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서 “전 처가 이혼신고 6개월 전 남편으로부터 재산분할 명목으로 아파트 매각 대금을 받은 것을 두고 ‘정상적인 재산분할이 아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전 처가 최근까지 전 남편과 함께 거주했고 전 남편의 통신료 등을 대신 납부해줬다는 사정만으로는 가장이혼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전 처가 받은 아파트 매각 대금은 실질적으로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재산분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 이전에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가미된 제도임에 비추어,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이혼을 하면서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일정한 재산을 양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되어도, 그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왔다.

다만,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부분에 대하여는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재산분할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

이 사건 피고였던 전 처는 2007년 12월 당시 남편 소유의 아파트 매각 대금 중 일부인 3억3천만원을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명목으로 증여받은 뒤 이듬해 5월 이혼했다. 한편, 위 피고의 전 남편은 2007년 8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등 시가 총액 10억7800만원인 아파트 세 채를 팔았다가 삼성세무서로부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4억3000여만원의 세금을 부과 받았다.


‘언니가 여동생 이름으로 한 혼인신고’는 무효
유부녀인 언니가 여동생 이름으로 동거남과 혼인신고를 하고 15년을 살았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은 혼인 무효라고 판단했다.

A씨(41세, 여)의 언니 C(44세, 여)는 남편과 법률상 부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여동생인 A씨의 이름을 사용하는 등 A씨 행세를 하면서 B씨(42세, 남)와 교제했다. C씨는 B씨와 교제를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됐고,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에 자신이 A씨인양 B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며, 출산 후 아이에 대한 출생신고도 마쳤다.

한편, C씨의 남편은 C씨가 A씨 이름으로 B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1년이 지나 C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후 이혼신고를 했다. A씨는 이와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B를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가정법원 가사1단독 남동희 부장판사는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혼인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B씨는 A씨의 이름을 도용한 C씨와 부부로서 혼인생활을 하면서도 단지 C씨가 A씨의 이름을 도용한 관계로 A씨와 사이에 혼인신고를 마친 것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A씨와 B씨 사이에는 혼인의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A씨와 B씨 사이의 혼인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혼인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에는 혼인신고가 되어 있더라도 효력이 없다. 또 허위 혼인신고를 한 사람이 형사처벌(공전자기록불실기재죄)을 받게 되면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가족관계등록부(구 호적)를 정리할 수 있다.

일반적인 혼인무효 판결은 가족관계등록부(혼인관계증명서)에 혼인신고 사실과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나타나는데, 허위 혼인신고와 관련하여 형사처벌까지 받은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혼인관계증명서)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 자체가 말소되게 된다.

<엄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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