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부터 18일까지 우리나라에 머무는 동안 종파와 연령층을 초월, 모든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교황의 모습은 2000년 전 예수가 살아서 돌아온 느낌이었다. 때로는 록 스타 같기도 했고 왕년의 미국 희극배우 바브 호프 같이 익살스럽기도 했다. 미국의 주간지 타임은 작년 12월23일자에서 그를 ‘록 스타’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엄격하고 단호한 천주교 교회 수장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에게는 대중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자질과 능력의 카리스마가 넘쳤다. 우리나라 지도층이 배워야 할 카리스마가 아닐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여느 종교 지도자들과 같이 용서, 자비, 화해, 화합,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 섬김 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많이 듣던 복음이지만 교황의 강론에는 더 열광하였고 더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언행 일치의 진정성, 겸손, 소탈, 자기 희생, 권위 탈피, 타고난 휴머 감각 등에 연유한다.

교황은 4박5일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작은 기아차 1600cc ‘쏘울’을 탔다. 우리나라의 정치계 경제계 교육계 종교계 지도층이 차창을 짙은 선팅으로 가린 채 대형 승용차를 타고 거들대는 위압적 작태와 대조됐다. 우리 국민들은 교황이 첫날 쏘울 타고 차창을 활짝 열어젖힌 채 자비스런 웃음을 짓는 모습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12억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는 교황의 상징인 빨간 구두를 신지 않고 고향 아르헨티나의 허름한 구두방에서 산 싸구려 구두를 신었다. 낡은 검은 색 가방을 비서에게 맡기지 않고 늘 손수 들고 다녔다. 탈권위적이며 겸손 소탈함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교황은 사람들을 접할 때 온화한 미소와 함박 웃음을 지었고 엄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 올리기도 했다. 마치 바브 호프의 환한 웃음과 짓궂은 제스쳐를 연상케도 했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황은 순박할 정도로 솔직했다. 충남 당진 설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영어 원고를 읽어 내리던 중 갑자기 “사실 내 영어 실력이 형편없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로 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운집한 청년들은 근엄한 교황의 자기 비하와 솔직함에 감동해 열렬한 환호로 답했다.

교황은 음성 꽃동네에서 열린 400여 명의 가톨릭 교직자들에게는 성직자로서 엄격한 교리대로 살아갈 것을 주문하였다. “겉으로는 가난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부유한 삶을 사는 성직자들의 위선 때문에 교회가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 대교구장 직위에 있었을 때 관저를 거부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으며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식사 조리와 설겆이도 손수 했다. 교황의 “위선” 질타는 겉으로 청빈을 외치면서도 속으론 부정에 물씬 젖어버린 우리나라 각계 지도층의 “위선”을 꾸짖는 것 같아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교황이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복음에 있지 않다. 화해와 용서를 빌며 낮은 데로 임하라는 강론은 종교인 누구에게서나 흔히 듣는 내용이다. 교황의 중세기 수도승같은 자기 희생적인 엄격한 청빈 생활과 카리스마가 뿜어내는 마력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지도층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리스마를 배워야 한다. 소형 차를 타며 겸손 소탈하고 탈권위적이며 청빈에서 우러나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이 존경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돈 좀 벌었거나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위엄과 권위부터챙기는 좀팽이 속물 근성을 버려야 한다. 교황처럼 처신하다면 따르고 존경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중순 이 땅에 남기고 떠난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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