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대기업 없이 못 살아”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몇년 동안 경제 불황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정작 유흥가는 정반대였다. 겉으론 배고픈 소리를 해도 알고 보면 호황이었던 셈이다. 모든 유흥업의 경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 유흥가로 들어가는 돈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들의 접대비는 계속해서 늘었다. 2008년에 7조 수준에 머물던 것이 2012년에는 9조에 육박했고 2013년에는 9조를 넘은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이 유흥가로 들어갔을까? 그리고 과연 유흥업자들에게 대기업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그곳에는 술만 있었고 여자와 성매매는 없었을까? 유흥업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호황이던 유흥가의 실태와 대기업의 성매매에 대한 속내를 짚어봤다.

기업 접대비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때였다. 50만 원 이상에는 증빙서류를 첨부하라는 강력한 법조항 때문에 대기업들은 접대비 지출에 몸을 사려야했다. 그런데 이것이 2009년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폐지됐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명목에 불과할 뿐, 친 대기업 정책의 일부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실제 이때부터 대기업들의 접대비는 수직상승했다. 몇 백억, 몇 천억 수준이 아닌 조 단위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유흥가들은 계속해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대기업 접대비 상승의 수혜를 누린 곳은 대표적으로 요정과 고급 룸살롱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흥가들이 경제 불황에 몸살을 앓고 있던 반면, 이들 업종은 겉으로는 울었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던 것이다. 이제까지 흔히 알려졌던 ‘유흥가 불황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취재진은 한 고급 룸살롱의 관계자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근 몇 년 동안 불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밤마다 손님들이 넘쳐났고 2차는 성행했다. 아가씨들도 점점 늘어났고 이곳에서 돈을 벌어가는 수준을 본 다른 아가씨들이 부러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돈이 넘치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아마도 최근 10년 간 가장 많은 아가씨들이 몰렸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몇년 새 최대의 매출을 경신한 대기업들이 많았다. 사회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돈이 일부로 몰렸고 서민들은 그 수혜를 입지 못했다. 또한 임금까지 오르지 못하면서 대기업에는 돈이 넘치는 상황이, 서민에게는 돈이 쪼그라드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기업들은 이 돈을 접대비에 쓰면서 더욱더 음성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요정에서 최근 3년간 일을 했다는 어느 아가씨의 이야기다.

“내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대기업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접대비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며 술을 마셨고 말 그대로 돈을 물 쓰듯 썼다. 어차피 자기네들 돈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겠나.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경제가 불황이라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불황인데 어떻게 회사 직원들이 돈을 그렇게 쓸 수 있겠느냐하는 생각에서였다. 우리 가게만이 아니라 동종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대부분 대기업 직원들이 매출의 주요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최근 대기업 접대의 특성을 요약하면 ‘요정’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고급 룸살롱이 주를 이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약간은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요정일까?

요정은 룸살롱과는 사뭇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단 아가씨들이 ‘아마추어’라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고, 술과 안주가 무제한이라는 장점도 있다. 거기다가 한국의 전통 춤과 문화를 보여줄 수 있으니 외국 거래처에 대한 접대로도 안성맞춤이다. 단순히 고급 룸살롱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욕구가 요정에서 채워진다는 이야기다.

대기업 직원들의 성매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연 ‘성매매는 없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술과 여자가 있는 곳에서 단순히 여자의 손목만 잡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 대기업 기술직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연구직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접대하고 접대 받을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한 회사에 있다 보면 들리는 소문이 있다. 접대란 것은 기본적으로 성매매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접대 받는 사람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성욕이 있는 상황에서 술만 먹고 고스란히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기업이 돈을 벌어 접대비 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건전하지도 못할 뿐더러 장기적인 사회의 경제 건전성 유지에도 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개 직원들이 뭘 어찌 하겠는가? 그저 불만을 말할 뿐이지 그것이 개선될 리는 없지 않은가?”

대기업 직원들의 2차 성매매 관행이 이렇게 풍문으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도우미 아가씨들 역시 대기업 직원들과의 성매매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고급 룸살롱 소속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자 있는 술집에 와서 술만 먹고 가는 남자가 어디 있겠나. 그러려면 차라리 호프집에 가는 게 낫지 않겠나? 거기다가 회사 돈으로 접대를 하는 건데 그런 2차에 돈을 아낄 리는 없다. 나 역시도 대기업 직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손님하고도 거의 2차를 나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가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여기 현장에 있다 보면 불법이라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성매매가 합법인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행동한다. 가끔씩 보면 성매매 업소에서 단속을 당했다는 뉴스가 나곤 하는데, 사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돈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급 룸살롱이나 요정에서 성매매 하다가 걸린 대기업 직원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 사회가 이런 사회다.”

그녀의 이야기대로 하룻밤에 성매매에 쓰이는 돈이 엄청난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추산되지는 않지만 단적으로 9조 원을 365일로만 나눠 봐도 그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여기에는 술값이 포함이 된다고 하지만 정작 아가씨와의 2차 금액이 더욱 비싸다는 점에서 그 비중은 2차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거의 전무하다. 사실 대기업 정보 직원들 역시 만만치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국정원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이들의 정보력은 막강하다. 그런 그들이 괜한 순찰차량의 단속에 걸리거나 혹은 어설프게 신고나 당하는 요정이나 룸살롱에 갈리는 만무하다.

결국 돈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대기업 직원들은 마음껏 돈을 써 가며 성매매까지 접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현실이 빠르게 변할리는 만무해 보인다. 기업 접대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9조원이라는 돈이 풀리는 유흥시장을 규제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이 돈을 풀어야 경제가 살아나야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오히려 정부보다는 대기업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직한 일일 것이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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