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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하다기보다는 끈끈하게 무더운 여름 밤이었다. 허공에 손가락을 대도 땀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바깥 공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방안마다 훌쩍거리는 소리 속에 눈물이 찔끔찔끔 뺨을 타고 내리고 있었다. 10층, 11층으로 솟아 있는 아파트의 비둘기장마다,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의 비좁은 안방마다, 하여간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4천만이 모두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느라고 숨을 죽인 그러한 밤이었다.이산가족찾기가 근 한 달째 계속되던 여름 밤. 모두가 텔레비전 앞에 붙어 나는 이 날도 목마른 감동을 짜내 가며 민족의 비극이니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2.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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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들라 일러라.”말을 마치자 왕은 다시 비취 불상을 바라보며 눈물을 의수로 훔쳤다. 봉상시와 산기상시 그리고 서운관이 예조와 협력해 장의 절차를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김용세는 윤신달 판사, 유한우(劉旱雨) 부정(副正) 등과 함께 능터를 잡는 일에 배속되었다. 그는 삼베 단을 단 간이 상복을 입고 빈궁 마당으로 서둘러 나가 보았다.평소 현비의 부름을 받고 가끔 서운관에 있는 비기(秘記)들을 설명해 주면서 본 현비의 얼굴은 온화하지는 않았지만 오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라고 생각했었다.현비가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나 막내 아들인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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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박정우 기자
2024.02.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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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명춘인가 하는 기생 오래비 같은 젊은이하고 배향림은 아주 붙어 살다시피 했다더군요.”“......?”추 경감은 빙그레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대단히 호기심이 있는 모양이다.“경숙이는 원래 조형래 씨 집 일을 봐주러 다니는데, 낮에 한 시간씩은 강명춘 씨의 아파트에 들러 일을 해준다고 2,3시께 그 집에 들러 설거지며 양말 빠는 일 등을 해주고 간대요. 그 집 아파트는 카드열쇠가 아니고 그냥 열쇠인데 열쇠 하나를 아예 파출부가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그래서.......”추 경감이 재촉하자 강 형사가 신이 나서 들은 이야기를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2.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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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형은 그의 말은 듣지 않고 호랑이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이게 웬일, 화살을 맞을 호랑이는 더욱 사나워져 이원계에게 덤벼들어 요절을 내버렸다.이성계는 형을 잃고 울면서 산을 내려왔다. 산 밑에 이르자 그는 허탈감과 갈증으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때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한 처녀가 눈에 띄었다. 숱이 많은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땋아 늘인 것으로 보아 처녀임이 분명했다.흰 피부와 갸름한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가 첫눈에도 드물게 보이는 미인이었다. 태조는 그 처녀에게 마음이 끌려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낭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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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경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칼을 들고 그 집을 나왔다.옆에 있는 백태균의 아파트로 갔다. 죽은 배향림의 아파트는 1508호, 백 사장의 집은건너편인 1505호였다.만나지 못하고 16층의 강명춘의 아파트로 찾아갔다.1609호란 조그만 명패가 붙어 있었다.1609호라면 1509호인 조형래 아파트의 바로 위층이 되는 셈이다.강명춘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얼떨떨한 채 소파에 앉아 강 형사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제발 우리 마누라한테는 제가 한 말을 하지 말아 주십시오.”강명춘은 입술이 타는지 혀를 내밀어 침을 묻혀가면서 사정을 했다.“아니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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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왕의 슬픈 사랑태상왕께서는 신의왕후를 지극히 사랑하사 한시도 잊으시지 않았으며 정릉을 잡으시매 온갖 보배를 부장하시고 언제나 능에 거동하시었도다. - 영추문 위로 긴 그림자를 늘어뜨린 느릅나무 잎이 일영대(日影臺)에 그림자를 드리울까 봐 서운관(書雲觀) 승직에 서있는 김용세(金容笹)는 신경이 쓰였다. 일영대란 해시계의 일종으로 돌 위에 시각을 알리는 금을 긋고 영침이라는 막대를 세워 그 그림자를 보고 시각을 짐작하는 장치이다.추분이 눈앞에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햇볕은 제법 뜨거웠다.“미시未時(오후 2시경)라, 아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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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박정우 기자
2024.01.2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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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는 의외로 시원스럽게 나왔다.“뭐 별로 물어볼 것이 없군요. 꼭 한 가지만 여쭤 보겠어요.”“예.”조형래가 미소를 띄우며 추 경감의 심각한 모습을 건너다 보았다.“미스 배와는 어떤 사이였습니까?”“이웃집, 사이좋은 이웃집이죠.”“옆집에 그냥 살아도 잘 몰랐는데 한 두어 주일 전 동네 테니스 코트에서 인사를 하게 되었지요. 미스 배는 마음씨도 곱고 붙임성이 있어 사람들과 잘 친해져요. 저하고는 최근 레스토랑이나 나이트 클럽 같은 데 몇 번 같이 갔었어요. 그런데 누가 그 아가씰 죽였어요? 나를 용의자라고 생각하나요?”조형래는 거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1.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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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방 남원의 첩실 일타의 집은 불길에 휩싸여 밤을 낮처럼 밝혔다.“우리 집 마루 밑에 어떤 뚱뚱한 놈 하나가 상투바람으로 숨어 있습니다.”웬 사나이가 뛰어나와 정안군 방원 앞에 고했다.“댁은 뉘시오?”이숙번이 물었다.“저는 여기 사는 민부(閔富)라는 사람입니다. 전에 판사를 지냈습니다.”“숨어 있는 그놈 모양이 정도전임에 틀림없었다.”“들어가서 정가 놈은 끌어내라.”이숙번이 소리치자 갑사 여러 명이 우르르 민부의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죽이지 말라.”정안군이 소리쳤다.소근과 다른 세 명의 갑사가 조금 뒤에 정도전을 개 끌듯이 끌고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1.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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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박정우 기자
2024.01.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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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여기 계셨군요."걸직한 남자의 목소리에 그가 옆을 돌아보았다."아, 저는 방배 경찰서에 있는 경찰관입니다. 사모님이 내 놓은 소장 때문에 여쭐 말씀이 좀 있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경찰서로 가시겠습니까?"정채명은 얼른 사태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자기가 내각 정보국에서 나올 때부터 미행자가 있었고 이런 일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 좋아. 당신들의 함정 속으로 내가 순순히 들어가 주지. 그러나 언젠가는 내가 너희들의 입장이 될 날이 올 거야."그는 형사가 알아듣지 못할 얘기를 중얼거리며 따라 일어섰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4.01.1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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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한 흉기는 뭐야?”“검시의 말로는 예리한 칼 같다고 합니다. 배와 가슴 등 세 군데를 찔렸는데심장을 찌른 것이 치명상 같다고 합니다.”“현장에 없었습니다.”“배향림과 특별히 친하게 지낸 사람이 이 아파트에 있나요?”추 경감이 천병일을 보고 물었다. 천 씨는 얼른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남의 사생활을 잘못 말했다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괜찮아요. 아무도 당신이 죽은 사람 흉보았다고 욕하진 않을 거요. 당신이 입을 여는 것은 수사 협조로 범인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돼요.”강 형사가 천병일을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1.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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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박정우 기자
2024.01.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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