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연극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실 연극 <슬픈 연극>이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남편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희망에 기대려고 하는 아내의 어느 저녁. 그 풍경을 담담하고 잔잔한 어조로 풀어내는 연극<슬픈 연극>은 지난 8년의 공백만큼 삶과 죽음, 그리고 부부의 우애를 더욱 깊고 진솔한 시선과 목소리로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관객들은 이별을 앞두고 있지만 여느 일상과 다름없이 때로는 퉁명스럽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풀어놓는 부부의 이야기를 보며 관객들은 바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된다. 이번 공연은 오는 11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윈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어느 오후, 사과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한 부부. 평범한 부부의 일상모습 같지만 사실 남편 장만호는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차분하게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그와 애써 남편의 죽음을 외면하려는 그의 아내. 서로 처음 만나던 날 다방에서 흘러 나왔던 팝송인 DEBBY BOONE의 ‘You Light Up My Life’를 들으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마치 퍼즐 맞추기 같은 그들의 '기억 맞추기'는 현재의 아픔을 다독여 준다.

“이젠 그냥, 뭐 그냥 혼자는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내가...”
만호는 주특기인 만담으로 아내를 위로하기도 하고, 간직하고 있던 아내의 첫 데이트 의상을 선물하기도 한다. 아내의 웃음은 만호의 발목을 더욱 안타깝게 붙잡는데...
부부가 아닌 친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그들. 이제는 사진 속에서만 함께 웃을 수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했다.

연극 <슬픈 연극>은 2인극이면서도 두 인물의 대화보다는 각각의 독백이 주를 이루는 트윈-모놀로그(twin-monologue) 형식의 공연이다. 두 명의 배우가 마치 관객과 대화하듯이 진행되는 Monologue 형식의 독특한 구성은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냄과 동시에 두 인물이 함께 했던 과거로의 회상을 이야기하듯 유려하게 풀어내면서 연극적 효과를 더욱 높인다.

극 중 두 인물은 극도로 정제된 감정을 독백으로 표현하며 절제된 연기를 펼친다. 이는 관객이 연출가가 보내는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극적 장치이다. 과장된 연기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절제된 연기가 오히려 독특하게 와 닿는다. 이런 독특한 내러티브에 관해 민복기 연출은 "관객이 제목 때문에 '슬프겠다', '많이 울겠다'라는 상상을 하고 온다. 하지만 슬픔에도 여러 가지가 있듯, 서로 모든 것을 알지만 평소 생활을 하면서 아픈 것을 감추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 연극의 ‘슬픈’ 포인트”라며 “배우들이 최대한 감정을 감추고 드러내지 못하게 연기를 주문한다”고 말한다.

이별을 앞두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담담한 일상으로 그려내며 북받치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이야기처럼 조용히 풀어놓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눈물을 글썽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티켓 가격은 전석 3만5000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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