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대비 전문 보안팀까지 구성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기업형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경찰에 적발됐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6일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포커와 바둑이, 맞고 등 게임을 제공하고 환전의 대가로 수백억 원을 챙긴 국내 총책임자 심모씨(43) 등 7명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해외로 달아난 총책 박모씨(49)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이들은 해외 여러나라에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근거지를 두고 총본사를 포함, 모두 4단계 걸친 점조직 형태로 운영했다. 또 철저한 보안유지를 통해 경찰 수사에 대비해 왔으며, 국내 성인 PC방을 총판 등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도박 사이트는 총본사 순이익만 1년여 간 48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적발된 국내 도박사이트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기업형 도박사이트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사이트에서 오가는 게임머니는 강원랜드 못지않을 것으로 경찰은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트 운영자들은 다양한 수법으로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고 있어 적발이 쉽지않다.

경찰은 사이트 운영책과 회원 모집책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대리점 운영자와 회원들을 추적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박씨는 지난해 5월경 일본에 도박사이트 서버를 설치한 뒤 국내에 환전사무소, 프로그램개발팀, 자금관리책을 두고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개장했다.

이어 이들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일본에 서버를 두고 태국에는 충전팀과 상황실, 보안팀, DB관리팀을 뒀으며 조직구성을 총본사, 소본사, 총판, 가맹점(대리점)의 다단계로 구성해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해왔다.


7000여개 조직망 갖춰

특히 이들은 도박이나 성인사이트들에 대한 해킹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보안장비와 보안팀을 따로 구성하는 등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또 이들은 도박자들이 돈을 입금하면 게임머니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의 돈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박씨 등은 국내에 산재한 소본사나 총판, 가맹점 등에서 도박참여자를 모집해 이들이 돈을 입금하면 금액에 따라 소본사와 총판에게는 각 0.5%, 가맹점은 9%, 박씨 등 총본사는 1~2%의 수수료를 챙겨왔다. 하루 많게는 8억 가까운 도박자금이 입금됐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사이트에서 오가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일 최대 2500여명이 접속하는 이 사이트의 판돈은 최대 2조원대에 이른다.

경찰은 국내 소본사와 총판으로 일부 성인 PC방 업자들이 활동, 비교적 손쉽게 조직망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런 소본사와 총판, 대리점 등 국내에 포진하고 있는 조직망이 7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이런 수법으로 지난 1년간 올린 순이익은 확인된 총본사의 경우만 약 480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이에 따라 소본사와 총판, 대리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입금 통장 분석을 통해 도박자금 규모가 크고 거래 횟수가 많은 도박참여자를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소재한 총본사의 순이익을 감안했을 때 규모가 큰 소본사나 총판의 이익금도 상당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 철저한 추적을 할 방침이다. 또 사이트 운영과 도박에 가담한 이들이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수익금도 모두 환수조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도박참여자들 중 상당수가 다른 도박사이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자영업자와 회사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를 통해 며칠 밤새 일년치 월급을 모조리 날린 회사원도 있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영업자도 있었다”며 “도박사이트가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낳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계속 집중 단속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형 도박사이트는 그동안 불법 도박사이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 도박사이트는 여러 번 문제가 됐었다.

하지만 판돈의 규모가 크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게 대부분이다. 아울러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처벌받은 운영자들 대부분은 수개월간의 공백기를 가졌다가 다시 도박사이트를 열어 운영한다.


처벌 무겁지 않아 계속 활개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해외에 서버를 두는 경우다. 이렇게 하면 추적이 쉽지 않고 적발한다 해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 또 한 업자가 동시에 여러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시로 서버와 사이트 주소를 바꾸는 수법도 보편적이다. 이런 수법을 통하면 경찰의 추적이 쉽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는 도박자들은 사이트 변경 정보를 훤히 꿰뚫고 있다. 서로 도박 사이트에 대한 정보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난립하는 도박사이트들에 반해 경찰 인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자들을 일일이 추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속 당국이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기업형 도박사이트들 끊임없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