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빼먹는 하마 2년 만에 쪽박

경북 고령군에 있는 대구.경북 조경수유통 영농조합 법인(고령 조경수 유통센터로도 불림), 건물 내부가 텅텅 비어 있다. · 건물밖에는 거름으로 쓰일 제품 100여포가 쌓여있다.

국고 8억 4천만원을 무상지원 받은 영농조합이 설립 2년 만에 8억 3천만원의 부채를 안았다. 명목은 대표이사가 차입한 돈이다. 그런데 올해 5월 영농법인은 차입금 가운데 2억원을 갚았다. 이 돈은 산림청 산하 조합으로부터 장기 저리로 대출받은 운영자금이었다.

운영자금을 부채 갚은데 다 써 버려 자재창고는 지금도 비어있
다. 경영실적도 저조한 실정이다. 운영자금 2억원을 상환할 길이 막막하다. 그런데도 산림조합과 영농조합 사이를 중재한 한국 조경수협회는 건물과 토지를 담보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운영자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건물은 산림청 돈 8억 4천만원을 무상 지원받아 지었다. 조경수 협회 논리대로라면 산림청 산하기관인 산림조합이 상급기관인 산림청의 돈을 좀 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라 돈은 이들에게 단지 ‘봉’에 불과한 것인가? 그 기막힌 현장은 <일요 서울>이 근성 취재 4탄에서 파헤친다.


운영자금 2억 받고도 자재 창고는 비어 있어

이 영농조합은 지난해 5월 13일 운영자금 2억원을 지원 받았다. 국비가 무상지원된 건물을 담보로 융자받은 것. 이 융자금은 농특회계 대상 사업으로 고령군 산림조합이 한국 조경수협회의 중재로 고령 유통센터에 지원했다. 금리는 연3%,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 조건이었다.조합은 이 돈으로 유통센터 운영에 필요한 각종 자재를 구입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그러데 조합은 이 운영자금으로 대표이사 치입금을 상환해 버렸다. 법인통장에서 5월 28일 1억 5천만원, 7월 10일 5천만원 등 2억원이 ‘대표자 상환’명목으로 인출됐다.

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출시 정부자금이 투입된 건물 부분을 설정담보로 할수 없음에도 대출조건 때문에 선정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다 대출자금을 유통영농법인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은 부분은 직무유기에 해당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가 의도적으로 영농조합의 부채를 부풀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합 관계자는 “2006년 12월 28일 토지 구입 명목의 법인 차입금 2억 8천만원과, 2007년 1월 17일부터 2008년 2월 18일 까지 모두 10여차례에 걸친 대표자 입금 명목 1억 8천여만원 등 모두 4억 6천여만원이 가공계수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가공계수로 법인 부채 의도적으로 부풀려

<일요 서울>확인 결과, 대구.경북 조경수유통 영농조합은 지난 2006년 12월 법인설립이후부터 지난10월말까지 모두 8억3천여만원을 차입한(토지구입 차입금 포함)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토지구입 명목의 차입금 2억 8천여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모두 대표자가 빌린 것으로 돼 있다.

조합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이 돈을 실제로 법인에 입금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공계수로 처리한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운영자금 2억원 가운데 1억 5천만원이 통장 입금 보름 만에 ‘대표자 상환’으로 지급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 돈이 대표자를 통해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지급됐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고 8억 4천만원을 무상지원 받은 영농조합이 설립 2년 만에 이처럼 부실 투성이로 변하고 있지만 법인 이사들은 ‘쉬쉬’하는 입장이다.

영농조합 관계자는 “당초에는 법인 이사들도 대표의 비리 의혹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었다. 지난달 중순경 대표이사를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경찰이 서류 미비로 고소장을 반려시키면서 크게 위축된 것 같다”면서 “법인의 부실운영과 관련한 각종 자료에도 불구하고 이사들이 너무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경북 조경수유통 영농조합 최모 대표는 ‘기자의 취재요청에 답변할 필요가 없다”며 조합 모 이사에게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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