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 前이사장·박지만 회장 20여건 소송 중


세계일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씨와 그의 동생 박지만(EG테크 회장)씨가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지난달 1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이 박지만씨가 추천한 임시이사 9명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부터 두 남매간에 냉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들 임시이사 9명은 이원우 안양대 석좌교수를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전 이사장인 박근령씨는 박지만씨가 이사들을 선임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영재단 내부에선 박지만씨가 조만간 재단의 운영권을 손에 쥘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에 당사자들을 통해 신경전의 내막과 근령·진만 남매의 근황을 알아봤다.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고 육영수 여사가 1969년 4월 14일 세운 육영재단이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남매의 세력다툼장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0년 동안 재단을 운영해 오다 박근령씨에게 재단운영권을 빼앗기다시피 넘겼고 이번엔 그 바통이 박지만씨에게 넘어가려 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근령씨는 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육영재단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성동교육청에 의해 이사장 자리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성동교육청은 재단 내부 인사들의 비리와 전횡을 문제삼아 2004년 박근령씨에 대해 이사장 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 박 전 대표와 박근령씨 모두 불명예스럽게 퇴진해 재단 설립 가문의 자녀로서 재단과 가문에 먹칠을 했다.


고소·고발 진흙탕 속으로

육영재단이 각종 고소 고발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은 성동교육청이 이사장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다. 박근령씨 퇴진 이후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재단분쟁 2막이 올랐다. 바로 임시 이사 선임 건이었다.

박근령씨의 퇴진을 확정짓는 대법원 판결이후 법원은 성동교육청의 요청을 받아 임시 이사 선임에 나섰다. 임시 이사 후보는 육영재단 측에서 9명, 박근령씨 측에서 9명, 박지만씨 측에서도 9명이 나섰다. 이에 법원은 박지만씨 측 후보 9명을 임시 이사에 선임, 박지만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단 한쪽에서 “박지만씨가 누나를 밀어내고 육영재단 운영권을 빼앗으려한다”는 소리가 새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부 재단관계자들은 “그동안 재단 운영에 전혀 관계하지 않았던 박지만씨가 재단을 운영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새로운 운영진에 의해 거듭나야 할 육영재단이 박지만씨의 손에 넘어간다면 재단의 정상화를 낙관하기 힘들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단의 정상화가 우려되는 이유는 박지만씨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그가 운영권을 쥘 경우 재단이 남매간의 권력 쟁탈전으로 만신창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우려를 뒷받침하듯 최근 그런 기미가 보이고 있다.

박근령씨는 헌법소원과 재심청구 등으로 박지만씨의 입성을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박지만씨의 재단 운영을 반대하기는 재단의 주요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재단 관계자들은 “재단을 더 이상 흔들지 마라”며 두 남매의 재단 운영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말하자면 육영재단엔 지금 재단내부인사-박근령-박지만 간의 삼파전이 벌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성동교육청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성동교육청은 일단 법원의 결정에 따라 현 임시 이사 선임을 인정하고 이사회의 운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 이사회의 운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문제를 생산할 경우 다시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성동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육영재단 내부 문제에 대해 교육청에선 잘 모른다. 교육청은 공공기관으로서 법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육영재단이든 박근령씨든 법의 결정에 불만이 있으면 법적으로 이를 해결해야한다. 법원이 선임한 이사회가 있기 때문에 우리(성동교육청)가 직접 내부적인 문제에 개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남매간의 다툼’ 사실과 달라

육영재단 등에 따르면 박근령씨는 지난 달 1일부터 ‘육영재단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으로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 2층 육영재단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법정 소송 중이던 지난해 12월부터 중단한 출근을 10개월 만에 재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박지만씨에 대한 ‘출근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육영재단의 한 관계자는 남매간의 신경전이란 표현은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령씨 측은 임시이사 파견을 승인한 동부지법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이것이 외부에 잘못 알려진 것 같다”면서 “내가 알기로 재단 내부 인사가 박지만씨 측근을 경찰서에 고발한 사건이 있는데, 이런 사건들이 외부에 새나가면서 와전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근령씨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부에 무슨 말을 하면 그것이 자꾸 와전돼서 전해지니 주변에서 아예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며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남매간의 다툼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형제간에 서로 협조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면 모를까 싸울 이유가 뭐있나”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근령씨는 “아직 말하지 못한 내용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상황이 좀 정리된 후에 따로 밝히겠다”며 “아무튼 이번 일은 동생과 다툼을 벌이는 게 아니라 그와는 별도의 일이라는 것만 말하고 싶다. 당분간은 재단 운영과 관련해 섣불리 말할 수 없고 빠른 시일 내로 뉴스를 하나 전할 게 있으니 그때 이야기 하자”고 마무리했다.

한편 [일요서울]은 박지만씨와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이밖에 세계일보는 지금껏 박근령씨와 박지만씨 양측이 서로 제기한 소송만 20여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소송의 종류를 살펴보면 폭행, 출입금지가처분신청, 통장 가압류 등이라고 이 신문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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