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치기’로 하룻밤 쾌락?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성인들의 나이트클럽에는 ‘엎어치기’라는 은어가 있다. 여자들이 먹은 술값을 남자 손님들의 술값에 더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여자들은 공짜로 술을 마시고 춤도 추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남자들은 여자들과 하룻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그리 서로 간에 나쁜 거래는 아니다. 남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는 있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술 사주고 밥 사줬다고 몸을 대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별도의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엎어치기’ 정도에 하룻밤의 순정을 허락하는 것이다. 물론 요즘 시대에 ‘순정’이 의미는 없지만, 일부 여성들은 빠르게 자신의 몸을 허락하고 쾌락을 즐기는 추세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심지어는 파트너를 바꿔서 섹스를 즐기는 여성들도 있다. 성인나이트클럽에 벌어지고 있는 이 시대의 풍속도를 집중 파헤쳤다.

30대 중반임에도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이모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성인나이트클럽을 주 무대로 놀아왔다. 더 젊었을 때에는 룸살롱에도 많이 갔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워 그보다는 훨씬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성인나이트클럽을 자주 다닌다. 여자들이 ‘엎어치기’를 해봐야 10만 원 이하인데다가 조금만 더 돈을 쓰면 2차로 거나하게 소주에 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과 섹스를 즐길 수도 있다. 여성들이 허락해주면 다음 날 아침에는 파트너를 바꿔서 섹스를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룸살롱에서 2차를 가봐야 돈도 비쌀뿐더러 아가씨들은 다음 날 아침까지도 잘 있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성인나이트클럽에서의 하루는 돈을 들인 만큼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솔직히 다른 유흥업소의 경우에는 돈만 많이 들고 수확이 없어 입맛만 다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도 1시간에 5만 원인데다가 밖에서는 잘 만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돈만 들고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성인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은 좀 다른 부류이다. 부킹을 했다고 모두가 다 밖으로 나가 모텔에서 잠을 자지는 않지만 서로 코드가 맞으면 상당수의 여성들이 그렇게 한다. 물론 이는 ‘엎어치기’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다른 유흥업소에 비해 훨씬 이득이 많고 남는 것도 있다. 서로 마음에 들면 전화번호 교환도 가능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섹스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다른 어떤 유흥업소도 따라올 수 없는 성인나이트클럽만의 아주 특별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들이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감을 표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작 여자들에게는 별로 이득이 없어 보이는 거래이기도 하다. 엎어치기라고 해봐야 10만 원도 되지 않는데 이 정도의 돈에 자신의 몸을 허락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성인나이트클럽의 그녀들은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성인나이트클럽에 자주 간다는 한 이혼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10만 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남자랑 모텔에 가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여자들도 정말 절실하게 놀고 싶고, 낯선 남자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성인나이트클럽에 오는 남성들의 생각이 뭔가. 낯선 여자들과 섹스를 하고 싶은 것 아닌가.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낯선 남자와 섹스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모험심이 강하고 섹스에 굶주린 여자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여자들은 성인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자주하고 남자들을 만난다. 특히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은 남성보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더욱 적기 때문이다.”

실제 남성들의 유흥문화는 적지 않다. 여자를 만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돈이 문제일 뿐이지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모텔에서 부를 수 있는 티켓 다방의 아가씨에서부터 골목까지 침투한 휴게텔, 노래방, 룸살롱, 안마 등 곳곳에서 여자들을 만나고 그녀들과 섹스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보니 그녀들은 남자들을 만나 섹스를 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와 장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이 성인나이트클럽에 가서 엎어치기와 섹스로 이어지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 친한 친구 중 한명은 성인나이트클럽에 자주 가는 편이다. 근데 그 친구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도 성인나이트클럽이 아니면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다고 한다. 호빠 같은 곳도 있겠지만 그런 곳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갈 수가 없고 남성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은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 결국 해답은 성인나이트클럽일 뿐이다. 거기다가 그곳에서 엎어치기가 일반적인 관례이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일 뿐, 엎어치기는 해준다고 해서 남자랑 자는 건 아니다.”

결국 여성들은 성인나이트클럽에서 엎어치기를 해줘서 남성과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남자를 만나고 싶었을 뿐이고 엎어치기는 그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배경에는 남성 중심적인 유흥문화와 돈으로 뭐든지 가능하다는 배금주의가 동시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이혼이 늘어난 것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비록 결혼을 했던 사람이 지겹고 같이 사는 것이 힘들어서 이혼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성에 대한 그리움까지 버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성인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이성이 장기간 연인의 관계로 발전할 수는 있을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대부분은 끝이 안 좋다는 것이 여성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유부남의 경우에는 결혼 안했거나 이혼했다고 속인 후 여자를 만나다 들켜서 한판 난리가 나는 경우가 있고, 미혼인 남성들은 즐기기는 하겠지만 결국 사랑과 결혼은 자기 또래의 직장 좋은 여성을 만나지 성인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미래를 약속하는 연인이 되지는 않는다. 적은 확률로 존재할 수 있지만 실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는 남자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직장 남성의 이야기다.

“솔직히 성인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물론 극히 일부는 좋은 여자들도 있겠지만 술 먹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여자들이다. 연인이나 결혼 상대자로서는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놀기는 좋다. 남자들도 술 먹고 섹스 하는 것을 좋아하니 그런 여자들은 섹스 파트너가 잠시 즐기는 용도(?)로는 더할 나위 없지만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결국 성인나이트클럽의 문화란 것은 남자든 여자든 그저 쾌락을 두고 벌이는 한판의 게임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그것이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하룻밤의 부나방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나이트클럽은 언제나 남녀들로 붐빈다. 비록 그것이 하룻밤의 쾌락에 불과할지라도 그 쾌락은 강렬한 느낌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밤도 남성들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엎어치기를 할 준비를 하고 있고, 여자들은 또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근사한 모텔에서 하룻밤의 섹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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