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불안심리 증가 “사람이 무서워”

사진은 영화. '빨간 마스크'의 한 장면

불황으로 인한 사회심리 불안으로 최근 범죄 발생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범죄는 날로 잔인해지고 지능화되는 반면 우리는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며 성토하는 글이 인터넷 곳곳에 올라오고 있다. 유일한 희망인 경찰도 이제야 미아와 실종자 수사문제에 대한 수사 개선책을 발표하는 등 둔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납치실종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 안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들을 비롯한 어린이 교육기관에서는 경찰이 8세 이하의 미아로 분류된 아동 외에는 실종자 신고를 해도 즉각 수색에 나서지 않는 관행을 문제 삼고 있다.

경찰이 9세 이상인 사람들의 실종신고에 소극적인 이유는 9세 이상인 사람은 가출이나 미아가 돼 실종되더라도 경찰서를 찾거나 집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9세만 넘으면 실종자 찾는 역할은 대부분 가족이 떠맡아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중, 고교생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납치 실종되는 사례가 빈번한 현실에서 이는 철저하게 현실이 무시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부모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이에 경찰청장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납치 살해, 부녀자 실종 사건 등과 관련 가출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현장 출동해 수사에 나서고 범죄혐의가 명백할 경우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실종자

그러나 경찰은 이미 ‘미아. 실종자 인권보호 및 수사체제 대폭 강화안’을 내놓은 적 있지만 이를 제대로 실행해 옮기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살인마 강호순이 저지른 범죄가 드러나면서 이런 비난은 더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강씨에 살해당한 피해자들을 단순 가출 또는 실종으로 처리했을 뿐 정밀수사를 벌이지 않은 채 방관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경찰을 못 믿겠다며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최근 경찰이 보이는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은 한마디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연간 6만 3천여 건에 달하는 미아 가출 사건에 대해 경찰력 동원능력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시민들은 경찰의 이번 대책 발표가 여론 진화용으로 결국 유명무실해 질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우선 우리나라 미아. 실종 사건의 발생 빈도를 보면 지난 2001년부터 경찰에 신고된 미아. 가출인 사건은 대략 연평균 6만 4천여 건에 달한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는 미아 2천871건, 가출 6만499건(도합 6만3천370건), 2003년은 미아 3천 206건, 가출 6만628건(도합 6만3천834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접수된 미아. 가출사건의 연령층을 보면 2003년도 경우 8세 이하 3천206건, 20세미만 청소년 1만3천374건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20세 이상성인의 경우 4만 7천254건으로 가출사례 중 가장 많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경찰은 앞으로 신고 접수 즉시 순찰지구대뿐 아니라 형사계 직원과 여성청소년계 담당자, 112타격대가 그야말로 총출동해 실종 의심 지역 일대 수색작전에 투입할 것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력 동원에 따른 업무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경찰은 지속적으로 지원력을 보강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지만, 현재 상태를 개선하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일선 경찰서를 새로운 방침대로 운영할 경우 인력. 재정에 빈곤 현상이 더 뚜렷이 발생해 다른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강력범죄의 발생률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계속 급상승해왔다. 2001년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의 발생 건수는 53만건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97년에 29만 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순식간에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2002년에는 경제적 안정과 월드컵 개최 등으로 47만건이 발생, 2001년에 비해 다소 줄어 들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49만건을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에서 하루 20건의 살인 강도 강간 등의 끔찍한 사건이 터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범죄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난을 꼽고 있다. 실업과 카드빚이 범죄로 이어지는 생계형 범죄가 많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실업자는 82만5천명(3.6%). 15~29세의 청년층 실업자는 전체 실업자의 절반이 넘는 43만2천명이다. 이는 생활이 어려운 서민층과, 충동적인 젊은 층의 범죄가 늘고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된다.

잠재적 범죄발생률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카드빚이다. 현재 신용불량자는 3백70만명을 넘어섰다. 더 이상 현금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 '돌려막기'조차 어려워진 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검시제도의 문제점

우리나라 검시제도의 문제점도 개선돼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륙법에 의거 겸임검시제를 택하고 있어 검시의 책임자는 검사이며 실무는 경찰관과 의사가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또 부검의 허가는 법원의 판사가 하는 등 검시에 4직종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분업이 되어 있어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 실무면에서는 많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는 간혹 검시의 목적마저도 그 의의를 상실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원시적인 검시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검시에 대한 주체부터가 모순이다. 검시의 책임자가 형사소송법(제222조)의 규정에 의하여 검사로 규정되어있는 것.

그나마 검사의 수에 비하여 발생되는 변사의 수가 많아 검시의 집행을 사법경찰관에게 위임하기 때문에 검시를 실제 집행하는 것은 경찰관이다.

즉 집행책임자는 경찰관인 셈이다. 이에 반해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우 감찰의 제도를 실시하여 사법검시 위주에서 행정검시 우선으로 전환하였다. 변사자의 검시를 우선 법의학의 지식을 지닌 감찰의로 하여금 검안케 하여 사법해부에 해당되는 것을 검찰로 넘기고 행정해부에 해당되는 것은 자신이 부검을 할 수 있는 재량을 주어 보건 정책, 민사적 책임분배, 의학발전 및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 등의 목적으로 충실히 실현시키고 있다.

독일은 부검을 의과대학내의 법의학 교실들이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학생시절부터 부검을 경험하여 정확한 판단력을 키워 나갈 수 있고 대학 중심으로 법의학 연구소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한편 놀랍게도 우리나라 법의학자들은 사건현장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일차적으로 검사 및 사법경찰관에 의해 사건처리가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검시를 위한 최소한의 해부학적 지식도 교육받지 않은 비전문가 집단이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판단과 보고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고성죽음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는 부검을 국과수 한곳에서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조차 부검에 관련된 경험도 부족하며 설사 법의학을 전공했어도 취직을 할 수 있는 곳이 국과수 한곳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시체만 갖고 사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검시의의 현장에 대한 감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범죄 전문과학자들과 수사관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정적인 단서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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