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 ‘입막아 듀오~’ 1등 결혼정보업체 무책임 실태


결혼정보업계 1위로 최다 회원을 보유한 전문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VIP급 회원들 사이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무책임으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남녀회원이 모두 명문가 출신의 최고급 VIP, 즉 ‘노블레스’급이라는 사실이 <일요서울>의 취재결과 드러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자신을 성추행 피해자라고 밝힌 A씨(29·여)는 “일을 당한 뒤 너무 무섭고 어이가 없어 담당 여성 매니저에게 항의전화를 했더니 ‘짧은 치마 입고 나갔느냐. 남자들이 충동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소리만 늘어놨다”고 울분을 토했다.

반면 A씨가 성추행범으로 지목한 B씨는 공중파 방송과 유력 신문에 수차례 이름을 알린 인기 심리상담가로 “A씨가 엉뚱한 사람을 잡고 있다”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 11월 관련 사건으로 검찰에서 벌금형의 약식 기소 처분을 받은 뒤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정작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듀오의 태도다. 업체 측은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건 회원들 사이에 정보를 제공하고 연결해주는 것 까지”라며 “두 남녀가 만나 이후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인생 최악의 경험을 한 해당 회원들에게 300만원이 넘는 가입비마저 고스란히 떠넘긴 업체의 지독한 상술은 공분을 살 여지가 충분하다. 더구나 고르고 골랐다는 ‘대한민국 0.1%’ 배우자감 사이에서 성추문이 터졌다는 사실에 ‘VIP회원들이 이런데 일반회원은 어떻게 업체를 믿고 만나겠느냐’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결혼을 서두르는 싱글족들이 늘어나 결혼정보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일요서울>이 단독 추적했다.

본지에 최초 제보된 내용에 따라 기자는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A씨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오랜 부재 끝에 어렵게 전화를 받은 A씨는 아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서럽게 울면서 당시의 사건을 털어놓았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8월 2일 듀오를 통해 명문대 석사출신 인기 최면치료사인 B씨를 만났다. 부산의 명문가 외동딸인 A씨는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자취를 하고 있었고 그날 저녁 7시 경 두 사람은 A씨의 집 근처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심리치료 핑계로 강제추행 당해”

저녁식사를 한 뒤 B씨는 함께 노래방에 가자고 권했고 주차장이 딸린 노래방을 찾던 중 갑자기 B씨는 낯선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B씨가 A씨를 데려온 곳은 바로 그의 사무실.

최면을 이용한 심리치료사로 여러번 방송 출연까지 했던 B씨는 A씨에게 심리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B씨의 설득 끝에 최면의자에 앉은 A씨는 기자에게 “죽어도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며 울먹였다.

A씨는 “나에게 최면을 걸던 B씨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며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B씨는 ‘내 손이 당신 몸에 닿으면 온몸이 짜릿해지며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해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혹시 자신이 반항할 경우 더 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그러던 순간 B씨는 최면의자에 누워있는 A씨의 입술을 덮쳤고, 놀란 A씨는 서둘러 사무실 문 쪽으로 달려 나갔다. A씨는 “B씨가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와 ‘왜 그러느냐’며 자신을 붙잡아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A씨는 “낯모르는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두려움과 불쾌감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A씨에게 닥친 상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B씨를 소개한 듀오에 항의 전화를 건 A씨에게 담당 여성 매니저가 모욕에 가까운 말로 면박을 줬다는 것.

A씨는 “사건이 벌어진 뒤 당시 담당 매니저 J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 이야기를 하자 ‘짧은 치마 입고 나갔느냐’고 묻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그것도 모자라 같은 여자인 J매니저가 ‘남자들이 충동적으로 손이 올라갈 수도 있다’며 무조건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도 기가 막혀서 ‘매니저님도 딸이 있어 듀오에서 맞선을 봤는데 저랑 똑같은 일을 당했다면 가만있을 수 있겠느냐’며 따졌지만 결국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자는 J매니저에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J매니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짧은치마 운운하는 말은 한 적이 없지만, A회원님이 워낙 미모가 뛰어나 두 분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위로를 한일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의 분노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A씨는 “듀오에 가입할 때 1년 단위로 가입비만 315만원을 냈다. 환불도 환불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개인 상담까지 거친 VIP회원에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닥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A씨는 이 사실을 친오빠에게 털어놓았고 A씨의 오빠는 직접 듀오 H담당이사와 담판을 지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H이사는 “당장 환불과 해당 남성회원을 탈퇴 조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듀오 측이 이 같은 협상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B씨 “A는 악감정으로 똘똘뭉친 악질 중 악질”

한편 성추행범으로 몰린 B씨 역시 듀오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인기 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인 B씨는 기자의 취재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며 “A를 만난 것 자체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최대의 오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A씨는 듀오의 노블레스(VIP) 회원으로 들어올 자격조차 없는 여자였다”며 “명색이 노블레스 회원인 내가 뭐가 아쉬워 여자를 성추행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A씨는 정신적으로 좀 안 좋은 사람 같다. 완전히 사람을 성추행범으로 몰아붙여 고소까지 했는데 다음달 법원에서 진실이 다 밝혀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B씨가 주장하는 당시 상황은 A씨의 말과 사뭇 다르다. 그에 따르면 저녁을 먹은 뒤 자신의 사무실에서 차 한 잔 하자는 제안을 A씨가 순순히 받아들였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가볍게 입을 맞췄을 뿐이라는 것.

오히려 B씨는 “가벼운 입맞춤 중에 A씨가 혀를 굴리며 적극적으로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첫 만남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와 불편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신붓감으로는 아니다 싶어 더 이상 손대지 않았는데 오히려 화를 내며 뛰쳐나간 뒤 일방적으로 연락조차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B씨는 A씨와의 첫 만남에서 계속 만나볼 가치가 있는 여자인지 단순 테스트를 해본 것인데 A씨가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일을 망쳤다는 얘기다.

B씨는 “며칠동안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경찰에서 강제추행으로 고소가 들어왔으니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여자 아버지가 부산에서 케이블 방송사를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A씨가 나에게 악감정을 품고 일부러 아버지를 이용해 복수극을 펼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B씨는 또 “그 여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했는데 막상 내가 거절하니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해 이런 모략을 하는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따지기도 했다. 한편 그는 ‘도대체 제보자가 누구냐’ ‘기사를 내보내면 당신(기자) 회사 앞으로 소송을 걸겠다’며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B씨 역시 A씨와 만난 사흘 뒤 듀오 측에 불만사항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그런 형편없는 여자를 소개 받았다는 것 자체가 듀오에 불만이다”며 “처음부터 노블레스 회원으로 들어올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나와 엮으려 했다는 사실이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오는 4월 17일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B씨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A씨와 A씨의 친오빠 등을 무고죄로 맞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듀오 측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듀오 H이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두 남녀 회원 모두에게서 상담센터에 불만사항이 접수됐지만 두 분의 입장이 완전히 정반대라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듀오 “회원 간 만남은 전적으로 본인 의사일 뿐”

또 A씨가 듀오 측에 회원비 반납과 관련된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도 반박했다. H이사는 “B씨가 경찰조사까지 받은 상황에서 여성분이 우리 측에 가입비 환불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당시 A씨 가족에게 ‘두 분이 만남 중 합의아래 사무실까지 들어간 것을 왜 업체에 항의하느냐’고 하자 가족들이 수긍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듀오 측은 두 사람에게 서로의 프로필을 건네주고 만남을 주선했을 뿐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육체적 접촉이나 상해에 관해서는 전혀 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상류층 자제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양가의 가풍과 가문까지 선별해 결혼을 성사시키겠다’는 업체 홍보문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해명이다.

H이사는 또 “우리는 미팅 전에 상대방에 대한 프로필과 정보를 준다. 상대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전적으로 해당 회원님의 몫이다”며 “일부 회원들은 사진만 보고 외모만 뛰어나면 다짜고짜 만나겠다고 한 뒤 퇴짜를 놓고 회사 탓을 한다”고 이번 사건 역시 개인회원들의 탓으로 돌렸다.

완벽한 이상형을 찾아 300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가입한 결혼정보업체에서 결국 얻을 수 있는 것은 만날 사람의 얼굴 사진과 프로필 몇 장이 전부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현재 A씨는 듀오 회원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듀오 측은 “이번 사건이 법적으로 마무리 된 뒤 A씨가 원하면 가입비 환불을 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업계 1위 타이틀을 믿은 결혼 적령기의 두 남녀는 서로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채 다음 달 법정에서 원수로 다시 만나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을 보상해줄 곳이 전혀 없다는 것은 실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혼정보업체 가입했다 맘 변하면 80%만 돌려받아
계약서에 기록하지 않은 사항은 보상 불가능, 계약서 잘 살펴야

최근 결혼정보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피해 상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 신고는 1500여건에 달했다. 이 중 대부분은 중도 계약 해지와 관련된 신고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를 이용하다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가입비의 80%(잔여만남횟수/총횟수)를 환급받을 수 있다. 만약 300만원의 회비를 내고 1년에 총 5회의 미팅을 가지는 조건으로 가입했을 경우 1번의 미팅을 했다면 240만원x(4/5)=192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단 한번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가입금의 80%를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다.

결혼정보업체를 상대로 불만을 제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 전 약관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최우선이다. 만약 결혼정보업체가 계약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없다면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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