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즐기다‘버리는 놈’

일명 ‘공사’란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란 자신을 찾아오는 남자 손님들에게 어느 정도의 작업을 통해 아파트와 자동차, 월세 등을 받는 일을 말한다. 물론 나가요 걸이 남자 손님에게 돈과 현물을 받아내는 노하우는 무궁무진하다. ‘사랑하니까’에서부터 ‘이제 더는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돈이 안돼서 시골집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등 남녀 사이에 벌이지는 게임의 법칙에 따라 무한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 남자는 자신에게 마음을 준 여자를 잃고 싶지 않아서, 혹은 계속해서 그녀를 품을 생각에 거액을 ‘질러’ 그녀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아파트와 자동차는 필수고 여기에 한달에 천만 원 단위의 생활비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져 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남성들은 일방적인 ‘희생양’이고 여자들은 영악한 ‘여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이렇게 희생양으로 당하는 남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실제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나가요 아가씨가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제까지의 공사에 대한 편견이 바뀌는 은밀한 ‘게임의 법칙’을 집중 취재했다.

물론 공사는 남성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 보인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각서를 쓸 수도 없는 ‘사랑’을 담보로 거액의 돈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나가요 아가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드는 돈은 최소 3~4억이다.


공사? 빚좋은 개살구

아파트, 외제차,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더 들면 들었지 절대 그 이하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남자들은 그러한 비용을 들이면서도 딱히 뭔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여자가 자신 몰래 젊은 남자를 만나거나 혹은 도망이라고 간다면 ‘말짱 도루묵’이나 다름없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전세는 완전히 남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이것은 과연 사실일까. 정말로 남자들은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전직 나가요 출신인 미용실 원장 K씨(38)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나가요들에게 공사를 당할 정도의 남성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부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아가씨들이 당하면 당했지 그런 남자들은 절대로 당하지 않는다. 어설픈 나가요들이 ‘공사’, ‘공사’하면서 다니지만 고수들의 눈에는 어린애들 장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말은 이제까지 공사와 나가요 아가씨에 대한 이미지를 단번에 뒤집어 버린다. 그렇다면 고수들은 과연 어떠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까.

일단 고수들은 절대로 아파트를 여성의 명의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아파트에 관한 명의는 법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나가요들도 상당히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성들은 이에 까닥하지도 않는다. 제 아무리 ‘사랑’을 운운한다고 하더라도 호락호락하게 아파트를 아가씨들의 명의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아가씨들 역시 자신들끼리 공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반드시 아파트 명의는 자신 것으로 하라’는 조언을 하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이는 상당히 모순적인 말이기도 한다. 명의문제는 이를 증여하는 자가 결정하는 것이지 증여받는 자가 명의를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부자’들은 아파트 명의를 여성의 것으로 하지 않는다. 고급 외제차 역시 마찬가지다. 턱 하니 매장에 가서 구입하고 아가씨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자동차 역시 남자의 명의로 하고 아가씨에게 빌려주는 형식을 취한다고 한다. 다만 생활비에 대해서는 특별한 것 없이 매달 500만원에서 1000만원 단위의 거액을 준다.

물론 이는 본질적으로는 ‘고정 화대’라고 할 수 있다. 전직 룸살롱 아가씨 H양의 이야기다.

“공사, 그거 알고 보면 모두다 빚 좋은 개살구다. 돈 많은 남자들은 절대로 그렇게 여자에게 간, 쓸개를 모두 빼주지 않는다. 물론 겉으로는 나가요걸들이 이득인 것처럼 보인다. 남자가 마련해준 고급 아파트에 외제차를 타고 다니니 남들도 부러워하고 자기 자신도 마치 유한 마담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거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핵심적인 키는 돈이 많은 자가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한순간 즐겁게 놀 수는 있어도 남자가 마음이 변하면 여자는 꼼짝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 남자는 다른 여자를 들어앉히고 기존의 여자는 개보다 못하게 버림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친구들, 곁에서 많이 봤다. 친구들은 ‘남자가 자신에게 엮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속내를 따져보면 여자들이 남자에게 단물 다 뽑아 먹히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나 외제차? 그냥 잠시 공짜로 렌트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 렌트한다고 그게 내 것이 되나?”


알고 보면 불쌍한 나가요 걸

어떤 면에서 화류계에서는 공사를 하는 여성이 고수가 아니라 ‘화류계 여성을 집으로 들어앉히는 남성이 고수’라는 말이 있다. 온갖 잔머리를 쓰면서 남자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여성을 심리적으로 콘트롤하고 ‘손해 보는 게임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서 결국은 손해를 보게 만드는 사람, 그들이 바로 ‘공사를 당해주는 고수들’이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회사 대표의 경우 법인 명의로 구입해 잠시 빌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아가씨들에게 ‘곧 네 명의로 바꿔줄께’라고 약속한 뒤 시간을 끌면서 쾌락을 맛본 뒤 결국에는 명의를 이전해주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결국 공사에 성공했다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 아가씨들은 몇 달이 되지 않아 소위 ‘개털’이 된다는 이야기다.


공사를 당해주는 진짜 고수들

화류계 사람들에 의하면 이렇게 ‘공사를 당하는 남성’들 역시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적으로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늘 공사를 당하는 사람만 당한다는 것.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이 남자들이 정기적으로 공사를 당해주는 척 하면서 끊임없이 화류계 아가씨들을 바꿔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따로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면서 들킬 것 같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에다 들여앉힌 후 안정적으로 즐긴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러한 남성들의 경우 절대로 사적인 정보를 흘리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 이름이나 위치, 자신의 직책, 혹은 집의 위치도 전혀 다른 곳으로 알려준다. 실제 집은 강남이면서도 아가씨들에게는 강북의 어느 지역을 말해준다든지, 회사 이름 역시 아예 알려주지 않거나 다른 이름을 댄다.

이는 최종적으로 아가씨들의 복수심에 불타는 ‘난동’을 막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에 버림을 당할 때 회사나 집으로 찾아와 복수를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거의 ‘고수 중의 고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결국에는 아파트, 외제차 한 대 마련해 두고 정기적으로 아가씨들을 바꾼다는 이야기다.

나가요들도 비록 매월 엄청난 액수의 생활비를 받기는 하지만 쫓겨날 때는 그것마저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의 행복이 영원히 될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면서 돈을 써대기 때문이다. 결국 집을 나갈 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명품들을 주섬 주섬 챙겨나가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심지어 어떤 남성들의 경우 ‘남자를 뜯어 먹겠다고 달려드는 나가요들의 행태’ 그 자체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속으로 비웃으며 적당히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자신의 ‘육욕’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이런 것도 모른 채 나가요들은 ‘자기 꾀’에 빠지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끔씩은 ‘회장님’ 레벨의 남성들에게 공사를 성공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이지 ‘극히 드문’ 경우라는 것. 회장님의 레벨이 ‘하찮은’ 나가요 아가씨 한명에게 넘어갈 리도 없고 또 그런 식으로 달려드는 여성들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거의 ‘로또 수준의 확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정작 헤어져 나갈때는 빈손

결국 이렇게 한번 공사에 성공했다가 다시 쫓겨나는 경우에는 더욱 심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룸살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예전에 생각하는 것 보다 더욱 비참하다고 한다. 차라리 그러한 화려한 생활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막강한 돈의 맛을 봤으니 자신이 버는 돈 역시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대다수의 아가씨들이 꿈을 잃고 또다시 방황의 세월을 살아가기도 한다고 한다.

이른바 ‘공사 후유증’에 시달린 적이 있다는 한 나가요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사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생활이 갑자기 다운되면 자신이 참으로 초라하게 느껴진다. 사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이 삶 역시 자신만 성실하게 살면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나가요들에게는 술로 점철된 슬픈 일상의 연속 밖에 없다. 나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6개월간의 화려한 생활이 6년 동안 후유증을 남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헛된 공사의 꿈을 품지 말고 하루 빨리 저축해서 나가요 생활을 청산하는 것이 정답이다.”(화류계 7년차 S양)

공사는 성공만 하면 인생 역전의 꿈을 꿀 수도 있다. ‘선수촌’의 월세에 살면서 콜택시로 집과 룸살롱을 오가는 여성들이 번듯한 고급 아파트와 외제차를 굴리면서 자신의 삶을 마음껏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운의 여신은 아무에게 미소를 짓지 않는다.

설사 미소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찰나의 달콤함일뿐, 대개의 경우 얼마가지 않아 가혹한 댓가를 동반하며 다시금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는 끝없는 룸과 테이블의 순례라는 윤회를 되풀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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