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여중생의 거짓말에 경찰이 있지도 않는 납치범을 잡느라 열흘이 넘게 진땀을 뺐다.

지난달 14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1일 밤 A(13·중2)양의 어머니는 나주경찰서 금성지구대에 “딸이 3시간 동안 납치돼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했다.

A양은 이날 오후 6시 20분께 나주시 성북동 길에서 노동자로 보이는 40대 남성이 자신을 차에 태우고 눈과 입을 테이프로 가린 뒤 집으로 데려가서 성추행했다고 진술했다.

A양은 “납치범이 부엌에 있는 사이 테이프를 떼고 집에서 빠져나왔다”고 말했지만 딸의 찢어진 옷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본 A양 어머니의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경찰은 성북동 일대에서 남자 혼자 사는 집을 찾느라 일일이 호구조사에 들어갔으며 A양이 지목한 차종의 차량 소유자와 동일 전과자를 상대로 행적을 조사했다.

A양 휴대전화 등에 대한 통신수사는 ‘기본’이었으며 PC방에 드나드는 학생들의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그러나 12일간 제자리를 맴도는 수사에 답답해하던 경찰은 지난 13일 밤 A양 친구들의 고백을 듣고는 더욱 허탈해졌다.

A양 친구들은 “그날 저녁 3학년 선배들에게 끌려가 훈계를 듣고 귀가가 늦어지자 A양이 어머니에게 혼날까 봐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던 것.

A양은 어머니가 거짓말을 사실로 믿도록 머리핀으로 옷을 찢고, 머리카락을 스스로 헝클었으며 가방도 친구 집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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