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를 위함?…소비자들 반응 “글쎄”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화해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사는 지난달 31일 세탁기 파손으로 불거진 논란과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건을 포함한 모든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국가경제를 위함”이 이유라고 밝혔으나 세간의 시선은 온도차가 느껴진다. 특히 세탁기 논란의 경우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직접 해명 동영상을 만들어 올릴 정도로 치열했던 만큼 청와대의 중재가 합의로 이어졌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양사의 화해에 대한 시선이 갈리는 가운데 검찰과 법원이 “곧바로 재판을 끝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가 주목된다.

 세탁기·기술유출 등 소송 모두 끝내기로
 검찰 “곧바로 재판 못 끝낸다” 또 다른 논란

화해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싸움이 일단락됐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각사 대표이사 명의로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의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분쟁과 관련해서도 법적인 조치를 지양하고, 원만히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최근 몇 년간 세 가지 사안에서 모두 5건의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가장 최근 것이 세탁기 파손을 둘러싼 분쟁이다. 일명 ‘세탁기 전쟁’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유럽가전전시회) 중에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이 발단이 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LG전자를 고소했고, LG전자는 명예훼손과 증거위조로 맞고소했다. 그러다 지난 1월 검찰의 LG전자 압수수색, 조성진 사장의 출국금지 등의 상황이 벌어지자, 조 사장은 직접 해명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을 두고 서로를 고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연구 개발 공모 과정에서 전 LG전자 임직원의 자료 유출 사건도 있다.

이 싸움 역시 서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검찰조사로 밝혀진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의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자사의 대형 OLED 기술탈취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도 “근거 없는 모함을 중단하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처럼 화해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양사의 싸움이 한 순간의 합의로 마무리되자 세간의 시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사 모두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선이다.

박 대통령 오찬 한 몫했나

일각에서는 “양사의 합의에 청와대의 중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도 나온다. 동시다발로 벌여온 소송을 한 번에 취하한 것이 정말로 양사만의 합의로 이뤄진 결과로 볼 수 없다는 의심의 눈초리인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초청한 오찬 자리가 배경이 됐다. 오찬 자리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양사의 적극적인 협의와 소송 취하 등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또 삼성과 LG의 분쟁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세계시장에서 1위를 노리고 있는 기업이 벌이는 국가적 망신으로 비춰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싸움이 장기화 될수록 양사에게 모두 타격만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극적 화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과 LG 측은 관련 소송을 취하하거나 탄원서를 제출해 선처를 호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이 “곧바로 재판을 끝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측은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 나머지 혐의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단 공소가 제기되면 재판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혐의”라면서 “양측이 합의했다는 점을 법정에서 참작할 수는 있어도 합의를 근거로 곧바로 업무방해와 재물손괴까지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합의 배경과 소송취하를 둘러싼 행방에 시선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모두 “공식 발표 내용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공식 발표를 통해 알린 내용 외에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진행 중인 법적분쟁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청와대가 화해의 배경이란 얘기는 일부의 짐작으로 나온 내용이다”며 “경영진들의 대화와 결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고 강조했다. 또 “공소 취소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만 최대한 선처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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