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에 따라 털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제모가 필요 없는 곳도 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머리숱은 되도록 풍성하게, 몸의 털은 되도록 적은 것을 추구한다. 특히 겨드랑이와 종아리, 팔 주위에 관심이 많으며 제모가 필요한 부분이다. 배꼽주변도 드물게 털이 나 남몰래 곤혹스러워 하는 부위이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즉시 효과를 보는 건 면도이다. 제모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부위라도 가끔 면도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털이 굵고 많아지기 때문에 적은단계에서는 면도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면도는 며칠마다 밀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리적인 불편함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작은 상처가 모낭염이 될 수 있다. 모낭염은 불편감이나 색소 침착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흔한 문제는 면도 시 문지르는 행위를 통해 오는 색소침착이다. 겨드랑이 부위가 어둡고 검게 점점 변해가는 주요한 원인은 단단한 칼로 털을 면도하면서 생기는 색소침착이다. 피부를 문지르고 세포장벽에 상처가 나면 우리 몸은 색소를 만들어 낸다. 깔끔해 보이기 시작한 면도가 오히려 더 깨끗하지 못한 모습으로 점점 변해간다. 
 
면도 이외에 족집게나 제모기로 뽑는 방법도 있다. 한 번에 넓은 면적의 털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하지만 통증이 크며 붉음증 등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왁싱 또한 통증이 상당부분 수반되고 1-2개월마다 반복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내성모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바디 스크럽 등이 필요하다. 때문에 최근엔 냉각기를 이용해 통증을 줄인 제품도 나오고 있다.
 
제모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레이저다. 레이저 제모시술은 털을 만들어내는 모낭을 파괴한다. 제모가 어느 정도 되면 수 년 동안 털이 자라지 않아 관리가 편하다. 이후에는 솜털처럼 조금씩 자라 나오기 때문에 미관상 보기에도 괜찮다. 레이저는 어두운 색에 흡수가 되고, 그 흡수된 에너지가 조직을 파괴한다. 
 
모낭에서 만들어낸 모발 색은 어둡기 때문에 레이저는 그 모발을 목표로 한다. 흡수된 에너지는 인접한 모낭까지 파괴해 제모가 된다. 두껍고 진한 모발일수록 제모 속도가 빠르다. 몸의 털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 두께를 가지고 있으나 겨드랑이나 종아리 등 두꺼운 털은 더 빠르게 제모 된다. 레이저 제모 후 완벽하게 털이 제거되지 않더라도 두껍거나 진한 털부터 사라지게 된다. 남은 털은 색이 옅고 가는 털이라 관리가 훨씬 편해진다. 
 
사람의 털 성장주기는 일관적이지 않다. 털마다 다르며,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의 주기를 거친다. 레이저 제모는 성장기의 털만 파괴한다. 그렇기에 한번 레이저 제모를 했다고 해서 휴지기의 털까지 모두 제모 되지 않는다. 때문에 레이저 제모는 여러 차례의 반복이 필요하다. 레이저 제모는 털이 검고 털과 주변피부의 색깔차이가 클수록, 털이 덜 촘촘할수록 털이 굵을수록, 모근의 깊이가 깊지 않을수록 제모 후의 만족도가 크다. 
 
레이저 제모는 털과 피부의 색깔차가 많이 날수록 화상으로부터 안전하다. 햇빛을 많이 받지 않은 부위일수록 피부색이 흰색에 가깝고 이 부위는 더욱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반면 햇빛을 많이 받는 얼굴, 상완, 종아리 등은 생활습관에 따라 화상의 위험이 클 수 있다. 따라서 더욱 적은 에너지로 안전하게 시술해야 하고, 이 경우엔 시술 횟수가 당연히 증가하게 된다. 
 
제모 시술과 선탠은 상극이다. 선탠은 피부를 어둡게 해 레이저에 민감하게 만든다. 피부색과 털의 색깔차이가 줄어들수록 화상의 위험은 커진다. 일부러 선탠하지 않더라도 여름철의 짧은 옷차림 등은 선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많이 햇빛에 노출된 경우에는 몇 주 정도 회복기간을 가진 후에 레이저 제모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레이저 제모는 필연적으로 화상의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모낭염의 가능성도 있다. 죽은 모낭의 제거는 우리 신체의 면역기능을 통해서 하게 된다. 몸 기능이 저하 돼있으면 모낭염이 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색소침착의 가능성이 있기에 제모 시술 후 2~3일 후에 가려운 증상이 있으면 즉시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라렌 피부과성형외과 대표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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