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여성의 생식기는 남성과 달리 내장기관이다. 외부와 소통되는 통로가 요도와 질입구로 나눠지면서 각각 방광과 자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이를 대음순과 소음순이 덮어주는 역할을 해 외부 감염을 막는다.

하지만 감염이 일어났을 때에는 더욱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출산을 거듭하게 되면 대음순과 소음순의 탄력이 떨어져 점차 열린 구조가 되기 때문에 쉽게 감염에 노출되기도 한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점막을 촉촉이 적셔주는 점액이나 산도가 그나마 유지된다. 하지만 폐경인 여성이나 건강하지 못한 가임기 여성이라면 점막이 메마르고 산도가 깨지면서 질병 감염이 쉬워진다. 감염으로 인한 증상으로는 잦은 방광염, 질염, 냉대하 등이 있다. 간지럽고 따끔거리고 붓고, 냄새나는 분비물, 성교통, 더 진행되면 골반염 등으로까지 진행된다. 자주 반복돼 항생제와 소염제, 세정제 등에 과잉 노출되면서 더욱 정상 산도나 자체적인 면역력이 저하된다.
 
감염으로 인한 증상만이 아니라 몸 속 다른 장기들의 부조화, 감정적인 울체 등으로 인한 증상도 있다. 음통(陰痛), 음창(陰瘡), 음양(陰痒), 음냉(陰冷)이 그것입니다. 
 
음통은 외음부 안팎으로 통증이 있거나 음부를 잡아당기는 통증으로 심한 경우 아랫배나 유방까지 그 통증이 미치기도 한다. 통증 뿐 아니라 붓고 붉어지며 건조해지는 증상을 동반한다. 타고난 체질이 허약하거나 성생활이 문란한 경우, 반복된 출산과 폐경 등이 원인이다. 스트레스로 기운이 울체되게 되거나 과로와 산후 등의 허약한 상태가 가중되었을 경우 기가 아래로 처지면서 나타난다. 마찬가지 상태에서 찬 기운에 노출됐을 때도 발현되기도 한다.
 
음창은 상처가 생기면서 붓고 붉어지고 열나며 통증이 생기며 이 과정에서 피부가 상하고 고름이 흐르면서 궤양화되는 것을 말한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베체트병도 여기에 속한다. 이는 스트레스나 고량진미 등으로 인한 열독으로 인해 생긴 습열이 외음부쪽으로 몰리면서 생긴다. 체질이 약하거나 찬 기운에 노출되어 적은 열독이라도 밖으로 몰아내지 못해 속으로 몰리게 되면 나타나기도 한다. 
 
음양은 외음부 및 질에 심한 가려움과 경우에 따라 대하량을 수반한다. 비위가 약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습열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 증상을 유발한다. 감염에 약해진 외음부와 질 상태에서 세균 등으로 인해 나타난다. 체질적으로나 폐경 등으로 인해 음허가 되면 이로 인해 건조해지며 마음이 초조하거나 분하거나 억울함을 풀지 못한 상태로 있게 되면 울화가 원인이 된다.
 
음냉은 음부 안으로 한냉이 심해 냉기가 아랫배와 서혜부까지 미치는 것을 말한다. 성욕저하와 불감증 등을 동반한다. 주로 선천적으로 양기가 약해져 나타난다. 감정적인 상처 입으면서 기운이 울체됐거나 월경이나 출산 후 약해진 상태에서 찬 기운이 침범해 생기기도 한다. 
 
화장실을 이용한 후 화장지나 물티슈를 사용하거나 여성청결제를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해당 부위의 연약한 피부를 더욱 연약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문질러 닦기 보다는 화장지 정도로 ‘톡톡 두드리듯’ 닦아주고 독한 여성청결제를 쓰기 보다는 화학성분이 없는 것으로 선택해 외음부 정도만 가볍게 쓰는 것이 좋다. 물론 생리중이거나 성관계 직후에는 외음부 및 질의 정상적인 산도가 깨지므로 세정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금물이다. 여성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소문이 난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질정제나 질 안까지 세척한다고 하는 청결제의 사용은 자제하시는 것이 낫다. 
 
기질적인 이상을 동반하거나 혈액 및 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명확히 내릴 수 있는 진단명이 있다면 지름길로 치료 하는 것이 좋다. 세균 및 진균 감염, 트리코모나스와 성병, 간염으로 인한 빌리루빈 이상이나 당뇨, 성병, 암, 빈혈 등등이 그것이다. 한의학적인 진단들은 의료법적인 현실로 인해 진단기기에 의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진단명이 없기에 더욱 드러내지 못하고, 고통을 참아 만성화 된 여성의 심리적 불안감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여성질환은 우울, 분노, 슬픔, 갑작스런 성격변화 등 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인 진단법의 강점은 명확한 진단명보다 환자의 체질, 성격, 식생활습관, 직업 등에 근거한 증상의 차별성을 두루두루 살피는 데에 집중함이다. 그래야 근본적인 치료법도 자연히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과 마음이 불균형을 증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알아챘다면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검사 상 이상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여성이 건강해야, 건강한 엄마가 될 수 있고, 건강한 엄마와 아내가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것이다.
 
<미가람한의원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