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매년 어버이날 즈음엔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고르느라 분주하다. 현금을 드리자니 왠지 성의 없어 보이고 건강기능식품들은 잘 챙겨 드시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건강검진을 해드리자니 주머니 사정이 허락지 않고 대충 넘어가자니 부모님의 늙은 얼굴이 자꾸 눈에 밟힌다. 부모님의 은공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선물을 할까를 고심하기보다는 부모님의 건강과 마음을 살피는 것이 자녀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맡아 돌봐주는 경우라면 더욱이 부모님의 건강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55세 이상 인구의 70%가 퇴행성관절염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행성질환으로 인한 통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는 호미로 막아도 될 것을 가래로 막을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을 필요는 없다. 특히 부모님의 걸음걸이에 작은 관심만 기울여도 큰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보통 걸음걸이가 11자 형태가 돼야 정상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발은 바깥쪽으로 10~15도 정도 벌려서 걷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발끝이 바깥으로 많이 쏠리는 팔자걸음은 가장 흔한 잘못 걷는 습관이다. 발끝이 바깥으로 15도 이상 벌어지며 ‘O'자 다리형태를 띈다. 이 걸음걸이는 주로 퇴행성관절염으로 고관절과 슬관절에 변형이 일어나면서 바깥쪽 연골이 손상돼 생긴다.
 
무릎의 연골판이 손상되면 통증으로 인해 절뚝거리며 걷고, 무릎이나 고관절의 퇴행이 심하거나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다리를 끌면서 걷는 모양새를 띈다. 연골판 손상이 의심된다면 발견 즉시 치료가 필요하다. 연골판은 파열 후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치료가 지연될 경우 기능이 완전히 소멸되어 관절연골의 손상까지 초래할 수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부모님이 평상시 손 목 주변에 파스를 붙이고 있거나 시큰거린다고 말한다면 십중팔구 ‘손목터널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이 질환은 손바닥으로 향하는 정중신경과 수지굴근건(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이 있는 ‘수근관’을 좁게 만들어 관절부위에 지속적인 압박과 충격을 일으키는 증상을 말한다. 무리한 손목 사용은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를 손상시키고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생기게 한다. 
 
만약 어린 손자를 돌보기 위해 아기 띠를 착용이 잦다면 허리통증의 강도도 여쭤봐야 한다. 장시간 아기를 앞으로 안게 되면 아이의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몸이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진다. 아이 체중의 10~15배에 달하는 하중이 고스란히 허리에 실리게 되면서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허리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포대기로 업는 편이 앞으로 아이를 안는 것보다 낫다.
 
퇴행으로 약해진 척추에 반복적으로 높은 하중이 전달되면 퇴행성 척추통증 및 척추관협착증 등의 증상이 악화된다. 척추와 척추 사이의 수핵이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의 위험성도 그만큼 커진다. 최선의 방법은 육아는 쉬는 것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아기띠보다는 포대기로 업는 것이 앞으로 아이를 안는 것보다 허리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버이날, 이 세 가지만 챙겨도 조금이나마 부모님의 통증을 덜어드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질환은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늦출 수는 있다. 또한 관리를 잘 하면 노년의 삶의 질을 크게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의 건강상태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
 
<일산하이병원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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