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생식기관에 발생하는 종양들을 한의학에서는 징가라 한다. 현대의학으로 보면 자궁근종, 골반 염증성 종괴, 난소낭종, 자궁경부암 등을 포함하게 됩니다. 기질적 진단명을 듣게 되면 크게 불편감이 없던 분들조차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처럼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 뉴시스
레이저든 복강경이든 기질적 이상을 빨리 도려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진단기기와 객관적인 통계를 근거로 해 수술하는 것이 낫다는 의사의 의견을 듣고 나면 조금 더 지켜보고자 하는 여유는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걱정을 잠시 멈추고 내가 앓게 된 병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몸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성에게 가장 흔한 종양인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20% 이상이 앓고 있다. 이는 여성의 난소 기능이 활발할 때 생기는 종양이다. 폐경기 즈음이면 급속도로 발생률이나 발전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자궁 적출술 기준에 들더라도 폐경기 전후거나, 임신을 고려하는 여성이라면 가능한 자궁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관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궁 적출술 기준은 종양으로 인한 자궁 크기가 12~14주 크기 이상일 경우, 출혈양이 많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 종양이 급속히 성장하거나 다른 골반 질환과 함께 있는 경우, 암에 대한 공포감이 심한 경우 등이 있다. 간혹 한약을 복용하고 출혈양이 많아졌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혈을 제거하기 위해 뭉친 것을 풀어내고 배출되도록 하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어지럼증이나 통증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원 치료와 함께 최대한의 안정을 취하면서 경과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난소종양은 무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양 크기가 커짐으로 복부가 불편한 것 외에는 파열이 되기 직전까지 모를 수도 있다.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복부에 살이 붙으면서 변비가 심해져 내원한 환자에게 자궁난소부위 종양이 의심돼 산부인과 진료를 권유한 적이 있다. 당시 20cm짜리 낭종이 발견돼 응급수술을 했다며 감사 인사를 받은 적도 있다. 
 
이 환자는 낭종이 파열 직전이었음에도 증상이 없었다. 당시 가장 큰 주소증이었던 어혈성 변비 치료 처방을 복영한 후 이가 해소된 것에 만족해했다. 낭종파열로 장관 기능 회복을 위한 후 치료가 들어가지 못한 상태로 치료가 종료됐었다. 수년 후 3~4차례의 원인불명의 유산을 겪은 후 겨우 임신이 안정이 돼 출산까지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술 자체보다 종양이 생기게 된 원인을 고려한 치료 및 관리가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예였다. 
 
보통 자궁적출을 고려하는 기준은 근종의 크기가 4cm 이상이다. 또한 통증정도와 출혈양이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힘들 때다. 크기가 작지만 자궁 경부 쪽에 발생할 시엔 적출 대상이다. 점막이나 장막하 근종은 직장 방광 등을 압박해 대소변 장애를 주거나 통증과 출혈이 심한 정도라면 수술을 고려한다. 
 
자궁을 적출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자궁을 적출하더라도 난소를 남겨둔다면 그 또한 다행이다. 한의학적으로 자궁과 난소는 하초(下焦) 장기를 대표한다. 아궁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궁이 기능이 좋지 못하거나 아예 없다면 가마솥의 물이 끓어 밥이 될 리가 없다.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출산을 완료한 자궁은 제 기능을 이미 다 한 상태이며 암이 자리 잡을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금의 여지가 있다면 제거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팽배한 때가 있었다. 50~60대 여성들 사이에서 자궁적출술을 받은 분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고 문진을 해보면 굳이 적출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경우가 많다. 물론 자궁적출을 한 후 매달 겪던 불편감에서 자유로워졌고 삶의 질도 좋아진 경우도 종종 만난다. 그러나 한의학적으로 자궁과 난소는 단순한 장기 이상으로 여성을 여성스럽게,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유지하고, 여성으로서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중요 장기다. 
 
자궁, 난소 부위의 종양이 있으면 치료 목적의 적출을 감행하는 것이 모든 치료의 끝이 아니다. 평소 자신의 스트레스와 과로 등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혹 증상의 정도가 좋지 않다면 이왕이면 조금 덜 절개하고 관리치료에 힘쓰는 것이 좋다.
 
<미가람한의원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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