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국내에 사모투자펀드(PEF)가 도입된 지도 벌써 11년이 지났다. 이 중 지난 5년은 자본시장에서 PEF가 얼마나 놀라운 질적·양적 성장이 가능한지 보여준 기간이었다. 여기에는 지국을 기반으로 생성된 PEF와 해외에서 직접 들어온 PEF 모두가 해당된다. 최근 PEF에 대한 규제 완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들의 표정도 다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봤다.

인가제에서 신고제로지분 처분 기한은 두 배로 늘려
공모·사모 재간접펀드는 설립 불가투자자 기대 무너져

통상적으로 PEF는 일반 사모와 전문 PEF, 사모투자전문회사, 기업재무안정 PEF 등으로 나뉜다. 전문 PEF는 헤지펀드에 해당하며 사모투자전문회사는 주로 경영권에만 투자하는 형태다.

또 재무안정 PEF는 재무구조개선 기업의 경영정상화와 재무안정 등을 위해 운용된다. 이러한 구분은 곧 운용목적과 전략에 따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두 가지로 압축된다.

국내 도입된 지
11년 만에 50조원 시장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돼 있는 PEF 누적 약정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51조 원이다. 이 가운데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46조 원으로 총 690개 기업이 여기에 관련돼 있다.

이들 PEF 사이에서도 국내와 외국계라는 뿌리를 두고 명암이 갈리기 마련이다. 국내 PEF로는 토종 PEF 1호인 보고펀드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MBK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라비스테온공조 공동인수 등으로 약진한 한앤컴퍼니도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 글로벌 PEF로 유명한 곳은 빅3인 블랙스톤, 칼라일, KKR 등을 비롯해 맥쿼리, JP모간 등 큰손들이 많다. 매각차익으로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킨 론스타나 뉴브릿지캐피탈 역시 잘 알려진 PEF.

지금까지 국내 PEF들은 외국계에 비해 운용 규제가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를 기반으로 한 PEF들은 굵직한 인수건들을 앞두고도 각종 규제에 얽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금회수를 위한 매각에서도 현행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내 PEF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투자기업 지분 처분 기한도 늘리기로 했다.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PEF 설립에 대한 변경안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통과시켰다.

같은 펀드 내
다른 투자대상 편입 가능

해당안에 따르면 PEF 설립요건은 현행 사전인가제에서 사후보고제로 바뀐다. 펀드 설립 후 14일 내에만 금융당국에 신고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PEF는 금융당국과의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허가가 힘들다는 기존 정서상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운용 면에서는 한 펀드 내에서 각기 다른 투자대상을 동시에 다룰 수 있도록 풀어줬다. 지금까지는 투자 대상별로 펀드를 설정해 각각 운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개정안대로라면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같은 펀드에 편입해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추가적으로 다중 특수목적법인(SPC) 설립도 허용된다.

또한 금융그룹과 같이 대기업집단 계열에 속한 PEF에 대한 규제도 완화됐다. 현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PEF가 타 회사 지분을 취득하면 이를 5년 내 처분해야만 했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최장 10년까지 유지시킬 수 있다.

반면 공모투자재간접펀드와 사모투자재간접펀드의 설립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모재간접펀드는 일반 공모펀드의 PEF 투자를 말하며 사모재간접펀드는 전문운용사를 통해 사모펀드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오브PEF’.

이렇게 보면 현재 개정안에서 수혜를 입는 것은 대부분 대형 PEF나 금융사 PEF들이다. 정작 국내 토종 중소형 PEF들을 위한 규제 완화는 없고 개인투자자들의 PEF 참여폭 역시 좁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손발이 묶여 있던 국내 PEF들에는 다소 반가운 소식이나 대형사와 금융계열사에만 혜택이 집중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소 소외된 중소형사들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펀드오브PEF’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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