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된 크루즈선 위에서의 은밀한 즐거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일명 오픈카지노 논란은 앞서 1998년 강원랜드 설립 전후부터 지속된 명제다. 최근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출범하는 국적 크루즈선을 대상으로 한 내국인의 선상 카지노 출입 허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카지노업계는 물론 해당 부처와 이해관계가 얽힌 각 지역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들썩이는 상황이다.

강원랜드 하나가 외국인 카지노 총매출 맞먹어
해수부·문체부·각 지자체별 이해관계 엇갈려

얄궂게도 크루즈선 허가권은 해양수산부에 있지만 카지노 허가권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내국인 카지노 출입을 두고 이 두 부처 간에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기준 해수부 장관의 내국인 선상 카지노 도입 깜짝 발언이 이목을 끌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 7국적 크루즈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적극 추진하겠다해당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고 조만간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갑작스러운 발언을 했다.

예기치 못한 해수부의 발표에 당황한 문체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바로 다음 날인 8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국적 크루즈선에 오픈카지노를 허용하는 방안은 고려한 적이 없다오픈카지노 허용은 국민적인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정부 부처끼리의 소통에 명확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다.

일명 오픈카지노
추가 허용 움직임에
갈리는 찬반 여론

오픈카지노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다. 비근한 예로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가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개발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다.

이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14000억 원에 달한다. 현존하는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총매출액에 근접한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다는 점 하나만으로 다른 모든 카지노의 매출을 합친 것만큼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만약 선상 카지노가 허용되면 크루즈 특성상 이보다 더한 매출액을 기록할 수도 있다. 국내에 도입될 크루즈는 여정에 따라 다르지만 100~150만 원선의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 정도 수준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계층이라면 카지노에 쓸 수 있는 여윳돈도 더 많아진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정부는 새 오픈카지노 허용에 대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카지노는 사행산업 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하면 정부가 수익성에 눈멀어 내국인에 대한 빗장을 풀어버린다는 비판에 휩싸이기에 충분하다.

현행법대로라면 강원랜드 외의 오픈카지노는 허용이 불가하다. 바다 위, 그것도 국내 영해가 아닌 타국 영해에 나가 있는 크루즈라 하더라도 속인주의에 따라 국내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땅 위든 바다 위든 오픈카지노를 추진하려면 아예 관련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크루즈는 종일 카지노를 하는 겜블링 크루즈가 아니라 이동시간에만 카지노가 개장하는 관광 크루즈라며 실제로 한국과 일본 영해에서는 카지노 운영을 하지 못하므로 도박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다.

관련법 고쳐도
국내 영해에서는
도박 제한돼

여기에 각 지자체별로 이해관계까지 대립하면서 이 같은 오픈카지노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강원랜드를 끼고 있는 강원도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추진하는 인천시는 오픈카지노 허용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반면 오픈카지노로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부산시 등 타 지자체는 허용을 적극 추진하자며 환영하는 모양새다.

카지노업계 역시 해당 업체별로 표정이 갈리고 있다. 가장 수혜를 입는 쪽은 국적 크루즈선 사업을 하게 된 GKL이다. GKL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현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 중이다.

이에 반해 인천 영종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는 파라다이스는 오픈카지노를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다. 당장 추진 중인 사업이 외국인 전용인 데다 향후 해외 카지노와의 경쟁력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강원랜드는 독점 중인 오픈카지노 시장을 분할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오픈카지노 허용에 대해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강원랜드는 자사가 오픈카지노 사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 컨퍼런스를 열어 내국인 입장 허용과 관련한 사회적 폐해를 발표하겠다는 웃지 못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른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형국이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만약 국적 크루즈선의 내국인 카지노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 외국 크루즈선의 내국인 출입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면서 이는 사실상 파이를 뺏기는 것이며 형평성 문제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독예방시민연대 관계자는 선상 카지노에서 단 한 차례의 경험을 하더라도 타 사행성 오락에 비해 소액이 아닌 거액이 오가기 때문에 중독의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또 강원랜드와 같은 보다 큰 규모의 카지노로 빠져드는 입문의 계기가 될 수 있어 분명 제한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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