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 땅이다”

MBC 방송 캡쳐 장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연 중이던 시게이에 주한 일본 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구속 기소된 김기종씨에 대한 공판이 지난 8월 16일 열렸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일본 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진 행위는 중형 구형이 불가피하다”며 김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이에 김씨의 변호인 측은 “일본 대사에게 독도 관련 질문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고 제지당하자 우발적으로 시멘트 덩어리를 던진 것”이라며 “시멘트 덩어리도 사람이 아닌 연단을 향해 던졌으므로 일본 대사에 대한 폭행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일신시대, 공동번영을 지향하며’라는 주제로 시게이에 일본 대사가 특별강연이 열렸다.

이날 김기종 씨는 일본대사의 강연 소식을 듣고 강연장에 참석했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단체를 대표해 ‘다케시마’를 ‘독도’로 정정해 달라는 서면을 전달했지만, 한 번도 답변하지 않은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에 독도가 다케시마라고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대사는 이날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일이 공동으로 대응 하자”는 취지의 강연을 했다. 강연을 듣던 그는 대사의 발언에 의의 제기를 위해 질의 신청을 했다.

김씨는 “일본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북한을 제외한 채 동북아 평화가 이뤄질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일본대사는 동북아 문제를 넘어 남북문제가 제기되자 당황했고,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씨는 자신이 준비한 ‘독도 성명서’를 일본대사에 전달하고자 통로를 향해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진행요원들이 김씨를 저지했다.

김씨는 “세 차례나 편지를 보냈다. 답장이 없어서 직접 대사에게 편지를 전달하겠다”고 외쳤다.

그리고 연단을 향해 손바닥 크기의 시멘트 덩어리 2개를 잇따라 던졌다. 지름 약 10cm와 7cm 크기의 시멘트 덩어리였다.

일본 대사는 시멘트 덩어리를 피해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통역을 하던 주한 일본대사관 소속 통역사인 마유리 호리에 씨가 손에 파편을 맞아 전치 1주의 부상을 입었다.

김씨의 사건 이후 한·일 정부는 외교 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 긴급하게 처리했다. 한국정부는 일본 측의 반발을 우려해 김 씨를 긴급 체포 구속시켰다. 하지만 이것으로 일단락될 듯 보였던 김씨의 구속사건은 법정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박찬종 변호사와 황상현 변호사가 김씨의 변론을 맡았다. 황상현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 법대 출신으로 김씨의 대학 후배로 알려졌다.

공판의 중점은 김씨가 투척한 두 개에 시멘트가 계획적으로 준비된 테러였느냐, 아니면 우발적이었느냐이다. 김씨의 변호인단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김씨는 언제나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독도를 상징한 돌, 바둑알 등을 주머니 속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이날 범행에 사용된 시멘트 덩어리 두 개도 독도를 상징하기 위해 프레스 센터 앞 화단에서 주워서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목의 의미로 던졌을 뿐

시멘트 덩어리의 목표물이 어디로 향했는가 또한 공판의 핵심 사항이다.

박찬종 변호사는 “대상이 대사가 아니었다. 벽에 부딪친 시멘트 덩어리의 파편이 통역의 손등에 맞은 것”이라며 “당시 김씨의 질의를 방해하고 답변도 주지 않았다. 서류 전달도 막아 옥신각신 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주목하라는 의미로 우발적으로 던졌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통역관이 파편에 맞은 것은 단순 폭행상해죄가 성립되나 외국사절에 대한 폭행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황상현 변호사는 “김씨가 대학시절부터 민족 역사 정통성을 지키고 왜곡된 한일 역사관을 철폐하는데 힘써왔다”며 “일본 대사가 있는 자리를 기회로 삼아 독도 관련 주장을 전달하려다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일본이 역사적, 사실적, 법률적으로 한국 영토임이 명백한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그릇된 주장을 하는 가운데 일어난 시멘트 덩어리 투척은 일본 과실에 대한 상해행위”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형법상 영토를 부인하는 외교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 누군가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나무라고 항의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해 일본에 항의한 것을 중형으로 다스리면 대한민국의 주권 자주성은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도 동경을 비롯한 주요도시에서는 일본 우파세력들이 대사관 앞에서 고성능 스피커와 플랜카드를 대동해 협박한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행위가 한 번도 법적 처벌을 받은 전례가 없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의식해 김씨를 중형으로 다스리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거듭 말했다.

검찰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김씨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기종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일본정부도 이번 재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독도문제가 한·일간 새로운 외교비화로 번질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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