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본 궤도… 승계 그림 완성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결정됐다. 앞서 제일모직도 삼성물산과의 합병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지난 5월 26일 합병발표 직후 헤지펀드가 합병 반대를 주장하면서 53일간 끌어온 싸움이 17일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2020년 매출 60조 원을 목표로 한 새로운 회사로 거듭난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을 완성케 됐다.


 찬성률 69.53%…신사업 탄력, 지배구조 단순화 성공
주식매수청구권 문제 아직 남아…엘리엇 움직임 주목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까지 흡수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4.1%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 16.5%를 소유해 개인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생명에 대한 기존 지배력까지 합치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 <뉴시스>
논란이 됐던 순환출자도 단조롭게 됐다. 그동안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 된다.

또 2013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돼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사업구조 재편작업이 이번 합병승인을 통해 마무리 절차에 들어가게 되며  사업 재편과 바이오 등 새 먹거리에 대한 투자에도 보다 속력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통합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을 최대주주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 역시 탄력을 받게 됐다.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에 방점을 찍게 되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다만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복병은 남아 있다.
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된 이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합병이 승인된 날부터 내달 6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비용이 삼성물산 1조 원, 제일모직 5000억 원을 넘어서면 지난해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의 경우와 같은 이유로 무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행사가격은 5만7234원 수준으로 주식매수청구비율이 11.18%를 넘어서면 문제가 발생한다.
16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의 주가가 6만9300원인 것을 가정했을 때 주식매수청구 비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된 시각이지만, 합병 무산 소식에 주가가 요동칠 수 있어 내달 6일까지는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엘리엇(7.12%)과 메이슨 캐피털(2.2%)의 보유 비율이 적지 않아 마음먹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엘리엇은 현물배당, 중간배당 등도 요구하고 있으며 이사진을 교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7%의 지분으로 경영권에 본격 간섭하기 시작했다.
엘리엇은 먹잇감을 찾으면 독수리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벌처펀드로 악명이 높다. 삼성물산 합병전이 마무리돼도 치열한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 비율은 물론 엘리엇과의 법정공방도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 주총 참석률은 83.57%로 전체 주식의 69.53%가 합병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합병 성사에 필요한 찬성률 55.71%을 10%포인트 이상 넘겼다.

제일모직 주총은 약 25분 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합병계약서 승인건은 별도 투표 없이 참석 주주의 동의와 재청으로 가결됐다. 
삼성물산 주총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500명이 넘는 주주들이 몰리면서 주주 및 위임장 확인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최초 예정인 9시를 훌쩍 넘긴 9시 35분에야 시작됐다.
주총이 개회된 이후에는 주주들의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반 공방이 지리하게 이어졌다. 합병 반대 선봉에 나선 엘리엇측은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한 반면 외국계 자본의 투기적 행태를 비난하면서 찬성표에 힘을 실어달라는 소액주주도 적지 않았다.

결국 11시부터 표결에 들어간 끝에 12시를 훌쩍 넘긴 48분경에 합병 찬성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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