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보수성향의 김기춘·안택수·이상배·이방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2명은 ‘자유포럼’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집단적인 보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굳건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야당다운 야당’을 강조했다. 향후 대여관계는 물론, 당의 정체성에 있어 보수색깔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여기에 영남권 보수성향 의원들과 홍준표 의원 등 보수성향의 중진들이 ‘보수 목소리 키우기’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이 비주류 노선을 분명히 함에 따라, 당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논란도 예상된다.보수성향의 중진 의원들뿐만 아니라, 보수성향이 강한 TK지역 초선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태환 의원 등 이 지역 초선의원 11명과 같은 지역 비례대표 4명은 17대 국회 시작과 함께 친목모임(명칭은 미정)을 결성하고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측은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참신하고 개혁적이며 생산적인 국회활동을 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모임의 성격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달 29일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앞장섰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 의성 청송)과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박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강금실 법무장관을 상대로 체포동의안의 부당성을 강력히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강 장관을 상대로 “박창달 의원이 이 달(6월) 7일과 8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나, 구속영장은 그보다 앞선 2일에 피의자 신문조사도 없이 신청됐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주호영 의원 역시 한나라당을 대표해, 선거법 적용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정서와 어긋난 체포동의안 부결에 초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참신하고 개혁적이며 생산적인 국회활동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즉 초선의원의 참신성 대신, ‘제 식구 감싸기의 구태에 이미 젖은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보수색 강화와 더불어, TK지역 의원들이 이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선거법 위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27명의 의원 중 10여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한번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몹시 따갑고, 따라서 한나라당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지역을 매개로 서로를 보호하는 강력한 보험을 들어놓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즉 ‘뭉쳐야 산다’는 것이다.물론 이들은 이러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한 의원측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노 코멘트’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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