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제한 완화 정보 사전 입수했나

용산에 위치한 황의돈 육군참모총장 소유의 건물

황의돈(57) 육군참모총장이 국방부 청사 바로 앞에 위치한 수십억 원대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문제의 핵심은 황 총장이 고도제한 완화가 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가의 여부다. 황 총장의 즉각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군 안팎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태로 군이 국민들의 냉담한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에 제기된 이번 의혹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의 보도로 의혹의 초점이 된 황 총장 소유의 건물은 국방부 청사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6층짜리 건물이다. 이 건물은 황 총장이 매입 후 개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 이후 고도제한 풀려 부지가격 오름세

국방부와 용산구청에 따르면 황 총장은 2002년 8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 1가 대지 316㎡(95평)에 세워져 있던 낡은 2층 건물을 매입했다. 황 총장은 이 2층 건물을 사고 개축하는데 쓰기 위해 은행에서 7억6000만 원을 빌렸다. 이듬해 6월 건물을 전격 철거하고 연면적 1013.32㎡의 6층 건물을 신축했다.

이 건물에 대해 논란이 인 배경에는 황 총장이 매입한지 불과 4개월 뒤인 2002년 12월에 국방부가 이 지역을 포함한 용산구 지역의 고도제한을 95m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황 총장이 이 건물을 매입할 당시의 고도제한은 78m였다. 이 지역 고도제한은 2007년 6월 132m에 이어 2009년 12월에는 148m까지 풀렸다.

고도제환 완화로 이 건물 부지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고도제환 완화 특수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국토해양부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매년 꾸준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2년 8월 매입 당시 5억7196만 원이던 이 건물은 2007년에 15억3140만 원, 올해 1월에는 21억8350만 원으로 매입한지 8년 만에 무려 3.8배가 뛰었다.

이 건물은 국방부 청사 바로 앞에 있는데다 용산 미군 기지와도 가깝다. 앞으로 미군 기지가 이전하는 호재도 남아있다. 미군 기지가 이전한 자리에 공원이 들어서게 되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한결같은 말이다.

이 건물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21억8350만 원이지만 공시지가는 어디까지나 세금 부과 등의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실제 시세는 3.3㎡(평)당 6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참고한다면 황 총장은 60억 원에 달하는 건물을 갖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이 건물은 사무실과 의원, 학원 등으로 임대하고 있다.

황 총장은 건물을 매입한 2002년 8월 국방부 대변인(준장)이었다. 2개월 후인 10월에는 합동참모본부로 보직을 옮겼다. 이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고도 제한을 완화한 주체가 국방부였고 당시 황 총장은 국방부 대변인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미리 고도 제한 완화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닌가에 의혹의 눈길이 쏠려있다.


고도 제한 완화 정보 미리 입수했나

황 총장은 올해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이 건물 시세를 28억 원으로 추산해 신고했다. 은행 채무가 남아 있어 전체 재산은 25억7822만 원으로 신고 돼 군 고위 인사 중 두 번째로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황 총장은 이 같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정했다. “건물 매입 자금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있는 아파트를 팔아서 산 것이고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은 건물을 개축하는 데 썼다”고 밝혔다. “이미 장성 진급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여러 사정기관에서 검증해 해명이 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고도 제한 정보는 보안 사항이라 해당 부서 말고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못 박았다. 육군 관계자 역시 “황 총장이 해당 건물을 매입하던 당시 고도제한 완화 여부를 미리 알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 전면 공세 나서

그러나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황 총장 전면 비판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이 논평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진 국방부 장성이 재테크에 몰두할 정도로 한가한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선진당은 “황총장은 아파트를 팔아 산 것이며 고도제한 정보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정보도 없이 아파트를 팔아 고도제한 지역의 낡아빠진 2층 건물을 매입하고 은행에서 7억6000만 원을 빌렸다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는가”라며 비난했다.

선진당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황 총장을 임명한 정부 검증 시스템도 비판했다. “불법 정보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이 정부가 올 6월에 육군 참모총장에 임명했다는 것은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이제라도 감사원은 황 총장은 물론이고 고도제한 지역이 해제되기 직전의 부동산 거래상황 전부를 치밀하게 조사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국군의 명예를 더럽힌 불법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꾼을 장군으로 둘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황 총장은 육사 31기로 국방부 정책기획국 미주정책과 과장, 제5군단 참모장, 국방부 대변인, 자이툰부대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9월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에 임명됐다. 지난 6월에는 정보 병과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육군참모총장으로 취임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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