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 폭력사태, 내면은 신·구파 알력 다툼


새해 첫 주말에 벌어진 소망교회 담임목사와 부목사 간의 폭행사건이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미스런 폭행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 언뜻 보면 우발적인 사태로 보이는 이 사건의 이면에는 원로 목사 측과 후임 목사 측의 뿌리 깊은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교회 게시판에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주먹’이라는 뼈있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는 등 질책의 목소리도 높다. 새해 초부터 개신계교는 물론 전국에 상당한 충격을 준 소망교회 폭행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망교회는 신도가 7만 명이 넘고 전·현직 장관급 인사 60여 명 등 이른바 권력자 다수가 다니고 있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이 교회 신도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인사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이 교회 61명의 시무장로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2007년 12월 27일에는 이 대통령의 당선을 기념하는 ‘이명박 장로 대통령 당선 감사 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정부’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처럼 정권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소망교회가 새해 첫 주일예배가 열린 지난 2일 벌어진 성직자간 폭력사태로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사건의 추이를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지철 목사, 일방적 폭행당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일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김지철(62) 담임목사에게 폭력을 휘둘러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전 부목사 최모(53)씨에 대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최 전 부목사와 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소망교회 부목사인 조모(61·여)씨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전 부목사와 조 부목사는 지난 2일 1부 예배 직후 담임 목사실에 찾아가 출입문을 걸어 잠근 후 아침식사 중이던 김 담임목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담임목사가 왼쪽 눈 부근이 함몰되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최 전 부목사 등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담임목사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망교회 신도들에 따르면 이날 폭행 사태로 2부 예배부터 5부 예배를 이미 진행됐던 1부 예배 녹화영상으로 대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 3일 오전 9시께에는 이 교회 권사회에서 교회 신도들에게 ‘1월 2일 1부 예배 후 담임목사님이 최 목사와 조 목사에게 폭행당함. 안면 골절 함몰 긴급 기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으며 김 담임목사 쾌유를 위한 기도를 교회 측에서 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망교회는 지난 4일 ‘소망교회 전교인 일동’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전·현직 부목사 두 명이 일방적으로 집단폭행한 사태에 대하여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하나님과 국민 여러분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서로 먼저 폭행했다 주장

사건의 전말은 양측의 주장이 다르다.

우선 최 전 부목사와 조 부목사측의 주장에 따르면 조 부목사는 지난 2일 1부 예배 때 배포된 2011년도 교구 편성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신이 담당 교구를 배정받지 못한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최 전 부목사 역시 당회 의결이라는 절차 없이 해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목사의 임기는 1년으로 최초로 청원하거나 연임 청원할 때는 당회의 결의를 받아야 하나, 이번 담당 교구 배정에는 당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 2일 8시 40분께 1부 예배가 끝난 후 이를 항의하기 위해 김 담임목사 집무실을 찾아갔다. 마침 아침 식사 중이던 김 담임목사에게 교구를 배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항의하던 중 먼저 김 담임목사가 최 전 부목사의 뺨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담임목사가 최 전 부목사의 넥테이를 잡고 목을 졸랐고 조 부목사가 김 담임목사가 쥔 넥타이를 풀기위해 엎치락뒤치락 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며 “이 와중에 김 담임목사가 넘어지며 책장과 의자 등에 부딪쳐 다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소란스런 와중에 옆방에 있던 한 장로가 들어와 ‘왜 폭력을 쓰느냐’고 소리치며 양쪽 팔로 최 전 부목사와 조 부목사의 목을 졸랐다”고 말했다.

현재 최 전 부목사와 조 부목사도 건국대 병원학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담임목사 측의 주장은 다르다.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최 전 부목사와 조 부목사가 들어와 문을 걸어 잠그고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김 담임목사 측은 최 전 부목사가 지난해 7월 해임되고 조 부목사가 교구 배정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다. 다만 한 신도는 “최 전 부목사가 해고된 것은 외국 시민권자는 교회 시무를 할 수 없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고 전했다.


벌써 3번째 폭력 다툼

한편 다른 신도들은 최 전 부목사 등이 항의하게 된 배경에는 당회를 통해 재직에서 제외된 J 목사가 당회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노른자위’ 지구를 맡게 된 반면 자신들은 김 담임목사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쳐진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곽선희 원로목사 지지 세력과 김지철 담임목사 지지 세력 간의 알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977년 소망교회를 세운 곽선희 원로목사가 만 70세의 나이로 2003년 정년 퇴임했다. 퇴임 당시 곽 원로목사는 자신의 후임으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젊은 목사 두 명을 추천했지만 ‘소망 교회와 같이 큰 교회를 이끌고 가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당시 장로회신학대 교수로 있던 김지철 목사가 부임하게 됐다.

김 담임목사가 부임하던 2003년부터 소망교회의 세력 다툼이 시작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신·구 세력 간 갈등이 있었던 셈이다.

김지철 담임목사가 해임해 갈등이 촉발된 두 부목사는 곽선희 원로목사 측 세력이다. 특히 최 전 부목사는 곽 원로목사 비서출신이다.

한 교회 신도는 2003년부터 지속되던 소망교회 다툼을 언급하며 “사실상 소망교회에 남은 곽 원로목사 지지파는 대부분 교회를 떠나 최 전 부목사와 조 부목사 두 분 뿐이다“고 전했다. 이어 “몇 년 전 소망교회를 떠난 목사님이 마지막 예배에서 ‘달리는 말을 타고 봤더니 호랑이 등에 타 있었다. 그런데 앞에는 절벽이요, 내리면 먹히게 되어있다’는 뼈 있는 말을 했었다”고 말했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 터진 것

소망교회 폭력사태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9월에는 장로 간 폭행 사건이 일어났고 2008년 12월에도 지지하는 세력이 다른 장로와 집사 간의 다툼이 폭행으로 비화됐다. 김 담임목사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간에 얽힌 고소·고발도 10여 건에 이르는 등 내홍을 겪어왔다.

연초부터 벌어난 폭행사태에 네티즌들은 비판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기독교계에 신뢰도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소망교회 목사님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목회활동을 하는지 참 궁금하다. 동시에 한심하기도 하다” “교회도 자리 싸움이 치열하군요” “종교 지도자 간 난투극을 보니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이 무색하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망교회 신도들은 “사랑과 용서를 설파하는 기독교 내에서 성직자 간에 일어난 이번 폭력이 안타깝고 창피하다”며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