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이 책이 기존의 서적과 차별적인 점은 중세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호작용을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살펴봄으로써 한반도의 미래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대륙의 중국과 해양의 일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와 대만 등의 나라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큰 흐름이다. 또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대만이나 사할린 등이 동아시아 국가들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 언급한다.

때론 낯선 인물과 지명의 등장이 가독성을 늦추지만 단편적으로만 알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삽화나 사진자료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주고 있다. 필리핀에 표류했던 조선인 문순득의 이야기라든지(표해시말), 홋카이도 쪽에 표류한 조선인 이지항의 이야기(표주록), 그리고 의도치 않게 러시아를 둘러본 일본의 다이코쿠야 고다유의 이야기가 그 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대륙이 아닌 해양세력과 맞서면서 강해졌다고 전한다.
‘해양과 대륙의 충돌로 해석하는 임진왜란은 한반도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 이후 동아시아는 어떻게 흘러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아시아를 보는 일반적인 통념과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양과 대륙이라는 양대 세력이 다투면서 문명과 역사가 바뀌었다는 주장은 많았다. 다만 그 배경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이고,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일본이라는 해양 세력이 주축이 되어 전개되는 것을 보면 생소함을 넘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양과 대륙 사이에 있는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륙 일변의 역사에서 벗어나 해양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본다면, 오늘날까지 연속하는 해양과 대륙의 패권 대결을 현명하게 바라봄으로써 그런 지리학적위치에 걸맞은 역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앞서 언급했던바와 같이 고문서, 엽서, 팜플릿 등 180여 종의 시각자료를 담았다.
이 책은 각종 자료를 활용한 저자의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중국, 일본, 러시아의 고문서를 비롯해 우표와 엽서, 사진, 팜플릿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새로운 해석과 상식을 덧붙여 흥미를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이를테면 조선을 침략한 일본의 장수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는 각각 불교와 가톨릭 신자였는데, 이들에게 임진왜란은 종교적 성전처럼 해석했다. 일본인도 임진왜란에 대한 조선인의 복수를 두려워했고, 이러한 불안감을 연극과 소설로 표출했다. ‘인도는 한반도에는 악몽이었던 대동아공영권에 독립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등의 이야기는 낯설고 생소하다. 그러나 이는 역사의 궁벽한 곳에서 애써 찾아낸 것이 아니다. 한국이 동아시아사를 대륙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놓치는 것들이다. 만주와 러시아, 동남아시아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지리적 범주와 다양한 이야깃거리 사이에서 해양 세력이 만들어낸 역사의 흐름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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