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132만 명을 회원으로 둔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은 “호국정신의 함양 및 국가발전과 사회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6·25전쟁 와중인 1952년 창설된 준군사조직이다. 또한 150만 회원의 보수 총본산을 자랑하는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항구적으로 옹호·발전시키고 평화통일 추구”를 목적으로 1954년에 창설된 국민운동단체이다.

이처럼 60 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향군과 자총 회장이 최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두 단체 내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리·감독 기관인 국가보훈처와 행정자치부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처가 두 단체의 부실과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향군과 자총은 각각 지난 4월 10일과 2월 25일 회장선거에서 조남풍 예비역 대장과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회장으로 선출됐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두 회장은 선거법위반·배임 등의 혐의와 경찰 동원 부정선거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향군과 자총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호국안보단체이다. 분단국가에서 국가안보와 정체성 확립, 나아가 선진통일 시대를 열기 위해 시대적 역할이 크게 요청되는 국민운동단체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두 단체의 전 현직 회장들이 그동안 방만한 경영을 한 결과 심각한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 6000억 원에 육박하는 향군의 빚 문제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총의 빚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결국 국가의 부담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지난 6월 특정감사에서 조 회장의 대의원 매수의혹과 매관매직 등에 대한 조사나 검찰고발 등을 하지 않은 채 인사규정 위반에 대해서만 시정조치를 내리는 선에서 특정감사를 마무리해 ‘반쪽’감사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보훈처는 ‘낙하산 임직원’ 25명의 임용을 취소하고 인사 담당자 2명을 징계하라고 권고했지만 조남풍 회장은 25명 가운데 21명을 공개채용 절차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춰 다시 임용하여 보훈처의 조치에 반발했다. 이에 보훈처는 향군 수익사업 전반에 대한 재무감사를 이례적으로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지만 무기력한 모습을 지울 수 없다.

한편 행자부는 회장선거 낙선자의 요구에 의해 지난 3월 한달 간의 특검조사(제 15대 자총회장 선거관련 전반)에서 대의원 불법접촉과 경찰간부 동원 등에 대해 검찰고발을 하지 않은 수박겉핥기식 ‘축소’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대신 면피성 특검이 말썽의 소지가 있다고 보이자 “사무총장 제청 없이 직급에도 불 부합한 인사발령을 시정조치하고 관련 인사담당 국장을 징계처분 하라”는 솜방망이 감사 결과를 자총에 통보했다. 그나마 허준영 회장이 행자부의 기관경고를 지금껏 지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외부인사들을 고위직에 임용하는 방식으로 낙하산 인사전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안하무인으로 전횡을 일삼는 조남풍-허준영 회장이 공교롭게도 각각 보훈처장과 행자부장관의 육사-고교 선배인 것도 닮은꼴이다. 산하단체장이 관리감독기관장의 지휘방침에 불복하는 것은 행정법 체계상 일종의 항명이다. 두 회장의 항명은 아마도 직선제로 선출되었다는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보훈처와 행자부가 향군과 자총에 대해 관리·감독 기관으로서의 감독권을 강화하고, 두 단체가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군과 자총은 회원이 주인이고 국민이 대주주인 국민운동단체이다. 당연히 두 단체의 회장은 명예직으로 스스로 주인행세를 하면 안 된다. 임기동안 수임 받은 범위 내에서 사심 없는 직무수행을 하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 하겠다.

문제는 선거 과정의 과열에서 돈이 오가고 불법이 난무하면, 이런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은 결국 임기 중 논공행상과 인사청탁 등으로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선거후유증에 시달리다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공인정신이 없는 자가 회장이 되면 사업 전반과 인사권에 매몰되어 장기집권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보다 공을 앞세워야 하는 조직이 공보다 사를 앞세우는 ‘공사(公私) 역전 현상’이 생겨 조직을 사유화하게 된다. 이로부터 모든 불행이 싹트게 된다. 이에 선거불복을 사전에 제거하고 당선 후 불행을 방지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향군과 자총 회장의 선거 과열과 부정을 막기 위해서 정관 및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회장 선출방식을 감독기관장의 추천을 반영한 간선제로 바꾸어 국립대 총장 간선제처럼 직선제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다음은,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인 것에 기초해서 향군과 자총 회장의 임기도 변경해야 한다. 조직을 사유화할 수 있는 연임규정을 5년 내지 4년 단임으로 개정해서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향군과 자총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가 외부감사단을 구성해 충실한 견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두 단체의 설립취지에 맞는 조직활동이 활성화 되어야 내부 비리와 부실화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감독기관인 보훈처와 행자부의 명령을 듣지 않으며 돌출 행동을 일삼는 조남풍-허준영 회장에 대해 정부가 아무 재제를 하지 못하는 현 제도의 허점을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애국보수단체인 향군과 자총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조직을 이용하는 인사가 아니라 단체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회장직이 회장 개인과 선거참모들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정의로운 리더십을 세워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이뤄내야만 한다. 보수우파 지도자들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젠다의 부재, 운동방식의 우둔함, 권위적인 성향도 개선되어야 한다. 갈 길이 먼 향군과 자총이 수익구조 변화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 향군과 자총이 제 이름값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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