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화려하지만…“속은 썩어 문드러져요”

룸살롱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을 일컫는 말 ‘나가요’. 그녀들은 직업 자체가 남자들을 만나서 놀고 술 마시는 것이다. 한편으로 ‘놀면서 돈버는’ 일이기에 ‘그런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모두들 할 수 없이 ‘막장’으로 몰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가슴은 ‘썩어 문드러진다’고 말하는 나가요 아가씨들. 하지만 그녀들도 ‘여자’이기에 가슴에 품은 마지막 순정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인 것이다. 도대체 ‘나가요와 사랑’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살짝 들여다봤다.

100명의 나가요들에게 물어보면 100명 모두 ‘하루 빨리 이곳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그 정도로 나가요의 생활은 힘들고 짜증나고 팍팍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도 사랑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일명 ‘나가요걸’들은 화류계에서 일을 하는 특성상 외부에 남자친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정상적인 데이트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같은 화류계에서 일하는 남성을 애인으로 두는 것도 쉽지 않다. 서로의 상황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화류계 남성은 화류계 여성을 싫어하고, 화류계 여성 역시 화류계 남성을 잘 사귀지 않는다.

일단 화류계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약점’이기 때문에 그녀들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해 늘 주눅이 들게 마련이고 마지막에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상남이 원하는 여자는?

그렇다면 정상적인 남성들은 화류계 여성을 좋아할까.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순진한 남성들은 화려한 화류계 여성들에 반해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 있지만 대책 없이 순진한 남성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화류계 여성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결국 이래 저래 ‘사랑’하고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또한 ‘나가요’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들에 마음속에 ‘순정’이라는 감정은 남아있다. 아무리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도 그것을 따뜻하게 감싸줄 남자들의 사랑과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 여자들의 속마음이기도 하다.

K룸살롱 J양은 “사실 화류계에 오면서부터 남자를 만나지 않으려고 결심을 했다. 내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너무 싫었고 그것을 감수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 이런 상황을 감수한다는 것이 결국에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J양은 이어 “그래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 깊은 곳의 본능을 억누르는 것이 바로 화류계 여성들이기도 하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있는 갈망까지는 없애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거의 모든 화류계 아가씨들이 J양과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꾹꾹 억눌렸던 마음도 가끔씩 열릴 때가 있으니 진심으로 가슴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남성들을 만났을 때다.

자신을 ‘이제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대딸방 L양은 “이제 마지막 일주일이 남았다. 그간 열심히 노력했고 힘든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많았지만 잘 참고 이겨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L양은 이어 “그런데 제일 마지막에 계속 생각나는 오빠가 있다. 혹시나 해서 여기 저기 사이트를 둘러보기도 했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남자친구를 사귀어 봐도 막상 헤어질 때는 아무런 기억도 없었는데 이 오빠는 두 번밖에 보지 않았는데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사랑을 했던 것 같다”고 그리움을 표출했다.

또 “핸플업소(대딸방)에 처음으로 출근했을 때 4팀까지 받은 후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서 영영 핸플계를 떠나려고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손님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지금이 생각나는 그 오빠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첫날이라고 했더니 그 오빠는 ‘힘들고 배고팠겠다’고 하면서 탕수육을 사줬다. 정말이지 엉엉 울면서 먹었던 그 탕수육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 말투와 웃음과 안경과 스웨터와 로션냄새와 모든 것들, 떠나는 마당에 생각이 나서 문자 보냈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나가요들이 원하는 남자는?

나가요들이 관심을 갖는 남성들은 완전히 순진한 남성도, 그렇다고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화류계 남성도 아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남성, 그리고 자신을 알아주고 위로해주며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남성을 무엇보다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녀들의 ‘순정’도 배반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돈이 있을 때는 그렇게 사랑을 하지만 점점 돈이 떨어지면 사랑도 식어가고 결국에 나가요 아가씨에게 남는 것은 카드빚과 외로움뿐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Y룸살롱 R양은 “1년 전에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비록 룸에서 만났지만 유부남이 아니었기에 위험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건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그 남자 역시 혼자 살고 있었기에 서로 살림을 합쳐 동거를 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 사람이 돈이 있건 없건 그것도 상관없었다. 내가 사랑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물건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하게 생활했다. 그 남자가 나의 생활을 이해해줄수록 더욱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그럴수록 더 빨리 돈을 벌어 이 생활을 탈출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R양은 또 “불경기 탓에 수입이 줄어들자 그가 점점 짜증을 내는 듯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는 약간 폭력적으로까지 변하게 됐다. 결국 그 남자와 헤어졌는데 남는 것이라곤 카드빚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회고했다.

마음속에서 사랑을 느꼈지만 끝끝내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안마 업종에 종사했던 N양은 처음에는 ‘좋은 지명 손님’으로 그를 만나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됐지만 결국 맺어지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N양은 “잦은 만남은 결국 내 마음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원래 유부남에게는 전화번호를 주지 않는데 그는 이혼남이었다. 그는 ‘사랑할 자격’을 갖춘 것 같았고 자상한 아빠처럼 보이는 그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가 3일간 몹시 아플 때 집으로 와달라고 했지만 도저히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이어 “결국 3일 뒤에 그는 다시 가게를 찾았고 돌아가면서 나에게 문자를 남겼다. 우리는 더 이상 발전해서는 안 되는 관계인 것 같다고. 그리고 더 이상 서로에게 기대에서는 안 될 것 같은 관계인 것 같다고. 비록 답 문자를 보내지 못했지만 내 가슴을 찢어질 듯 아팠다. 사실 지금도 멍하다”고 고백했다.

또 “지친 나의 일상에 그가 들어왔을 때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뜨거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단순히 ‘안마 아가씨와 손님’의 관계는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N양은 “비록 더 이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었지만 그가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도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여자라는 것을. 그리고 그간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망을 털어놨다.

또 다른 나가요 아가씨 H양은 그나마 약간의 결실을 맺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도 결실을 맺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H양은 “남들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할 때 눈물 흘리며 가슴 아파하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며 설마 나도 저렇게 끝나 버릴까봐 하는 두려운 마음에 사랑을 시작도 못했지만 가슴 아프게도 룸에서 사랑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그냥 일반 사람들처럼 만났더라면 좋았을걸 매일 같이 두려움에 휩싸여 그 사람이 혹시나 다른 사람한테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들을까 하는 걱정을 늘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내 곁을 떠날까봐 그래서 그냥 내가 먼저 떠나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심경을 얘기했다.

H양은 이어 “하지만 결국 내 생각이 짧았다. 내 생각만하고 그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기로 그 사람과 약속했다. 그 사람을 평생 사랑할 것이라고, 그 사람이 떠나가도 행복해 하는 그날까지 사랑할 것이라고, 그리고 얼른 돈 벌고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룸 안에서라도 그 사람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이 왜 이리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연예인 손님에 황당한 적도

진실한 사랑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동경한 연예인을 만난 후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경우도 있다. 남들이 볼 때에 ‘연예인은 연예인이고 서비스는 서비스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동경은 생각보다 강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마 업소에 몸담고 있는 G양은 “안마업소에서 근무했던 나는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게 됐다. 나도 모르게 ‘오빠, 저 오빠 팬이에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분의 반응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닥쳐, 이 XX년아’.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던 나에게 또 한 방을 먹였으니 그 연예인 왈, ‘야, 이 씨X년아, 서비스 안 하냐’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그런 욕을 먹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아마도 그 연예인이 안마업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절대로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자신이 비참해졌다. 다음부터 TV를 볼 때 그 사람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런데 돌릴 때마다 CF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한동안 너무 괴로워서 TV 보기가 힘들 때가 있었다”고 답답해 했다.

사실 화류계 여성들 각자의 마음 한곳에는 누구에게도 말 못한 사랑의 추억이 남겨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슴이 아프기에 그리고 그녀들의 현재 상황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그녀들 또한 쉽게 또 사랑으로 다가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석 헤이맨라이프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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