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 만든 김영희 PD 정치색깔 논란


김 PD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대표직 수행 취업규칙 위반?

윤지환 기자 = 최근 TV예능프로그램 가운데 단연 화제는 MBC의 ‘나는 가수다’이다. 이 프로그램을 맡았던 PD는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대중에 친숙한 김영희(51) PD다. 김 PD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칭찬합시다’ ‘느낌표’ 등을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키운 PD로 유명하다. 얼마 전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 진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 “사회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정치에 뛰어들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PD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센터)’가 정치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나아가 김 PD의 센터 대표직 수행이 명백한 취업규칙 위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센터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센터를 진보적 성향을 지닌 단체로 보고 있다.

2008년 10월 9일에 설립된 센터는 일종의 시민단체로 기록정보의 대중화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고 사회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표이사로 김 PD외 이승휘(명지대 기록관리학과 교수), 서경기(여울교회 목사) 등 3명이 선임돼 있다.

이 센터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 MBC 관계자는 예능국의 김 PD 말고도 PD수첩으로 유명한 시사교양국 한학수 PD(센터 이사), 박모 춘천MBC 기자 등이 있으며 이밖에 김모 KBS 기자, 박모 KBS 기자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 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들을 살펴보면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글이 눈에 띈다. 이에 일부에서는 김 PD의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진보적 인사들이 주축

센터가 정부나 기관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주로 하기 때문에 다소의 정치색을 띄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민주사회에서 이 같은 단체는 당연히 존재할 수 있고 불순한 의도를 가미하지 않는다면 그 활동 자체는 매우 건전하다.

그러나 김 PD가 이 센터 대표직을 수행하는데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MBC의 취업규칙 위반이다.

MBC취업규칙 제6조 7항에 보면 ‘정당 또는 정치적 사회단체의 고문 기타 이에 준하는 직위 또는 그 결성의 발기나 준비를 위한 직위에 취임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10항에는 ‘기타 회사 직원의 명의로 정치활동을 하거나 회사 구내 또는 근무지에서 특정 정당이나 조직을 위하여 하는 정치활동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7조 1, 2, 3항에는 ‘외부 연출, 출연 등 대외발표를 하는 경우, 근무시간 중에 직무와 관련 없는 사항에 관하여 집회, 연설 또는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직무와 관련 없이 회사의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등으로 MBC 직원의 대외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2008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센터 대표이사로 몸담고 있는 김 PD가 사규를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6조(금지사항)를 살펴보면 “직원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임의로 업무상의 약정 또는 승낙을 하는 행위 ▲직무와 관련하여 타인으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으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는 행위 ▲직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종사하는 행위 ▲직원의 정당가입 행위 ▲공직선거 입후보 행위 ▲방송내용을 통해 공직선거의 특정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 ▲정당 또는 정치적 사회단체의 고문 기타 이에 준하는 직위 또는 그 결성의 발기나 준비를 위한 직위에 취임하는 행위 ▲사 내외에서의 정치적 집회 행위 ▲방송강령에서 금지한 행위 ▲기타 회사 직원의 명의로 정치활동을 하거나 회사 구내 또는 근무지에서 특정정당이나 조직을 위하여 하는 정치활동 행위 등이다.

박원순 지지글 논란

센터가 정치 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센터가 ‘국민의 알 권리 찾기’라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활동을 전개하는 단체이면서 정치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센터의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이다. 홈페이지에는 지난 9월 6일에 센터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이 올라와 있다. ‘박원순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이글은 센터의 전진한 사무국장이 작성한 것으로 박 전 상임이사를 지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 국장은 글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80년대는 인권변호사로, 90년대는 시민활동가로, 2000년에는 소셜 디자이너로 폭풍처럼 살아 온 분입니다”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공익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80년대 선배 변호사였던 조영래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당시 잘나가고 있었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철저히 공익을 위해 평생을 사셨던 분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 밖에도 박 전 상임이사에 대한 여러 면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 전 상임이사가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딱히 문제되지 않겠지만 그가 출마선언을 한 지금 이 같은 글이 게시된 것은 정치적 성향의 표면화로 비칠 수 있다. 이를 놓고 보면 김 PD의 센터 대표활동에 논란이 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대해 전 국장은 “내가 글을 올린 것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기보다 박 변호사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박 변호사님을 잘 알고 있어서 그 분의 좋은 면들을 글로 옮긴 것일 뿐 특별히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또 전 국장은 센터를 진보적 단체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홈페이지의 일부 게시물을 보고 진보단체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며 “우리 센터에서 공개한 정보들은 진보 보수 언론들이 모두 이용하고 있다. 또 우리가 공개 정보의 원문을 그대로 올리는 이유는 진보든 보수든 공개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알고 있는 박 변호사님의 좋은 점을 소개한 글을 올렸다고 해서 센터를 정치활동 단체로 규정하고 그로인해 김 대표님(김 PD)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 단체의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다소 억지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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