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공히 새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야권 주도권 다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국민들은 무능한 19대 국회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는데,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조차 하지 않으며 현역의원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 여·야는 공히 국민들의 새정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신진 인사의 정치권 충원을 계속했다. 그 때는 나름의 원칙을 세워 인재영입을 했기 때문에 큰 논란이 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정치권에 대한 차고 넘치는 불만을 여·야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기 때문이다.

최근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법조인 4명을 포함한 6명의 1차 외부 인사 영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조인 비율이 너무 높다. 20명이 넘는 법조인 출신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으로 있고, 원외 당협위원장들 중 상당수도 법조인 출신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일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 ‘새누리당이 웰빙정당의 체질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안팎의 비난을 면치 못할 수 있다.

오죽하면 정계 원로이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미 입당한 사람들을 새로 영입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당에서 스크린을 잘못했다”고 지적했겠는가.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국민경선의 명분에 집착하여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능력 있고 애국심 있는 인물들이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울타리’를 뚫고 예비경선부터 참여하겠는가. 이제라도 제도적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

안보와 경제는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이다. 지금은 안보와 경제가 위중한 국가 비상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집권당의 영입 대상은 안보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북핵 전문가, 경제활성화·청년실업 문제 타결을 위한 경제전문가, 격변하는 정세에 국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교전문가, 탈이념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중도층을 아우르는 ‘중원전략’을 펼 수 있는 중립적 인사, 나아가 개혁 이미지의 진보 인사여야 한다.

위기에 처한 더민주당은 운동권·진보 성향의 인물을 영입하던 과거의 노선과 달리 무색무취한 분야별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영입 여성 1호였던 김선현 교수가 논문 표절 및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 무단 사용 논란으로 입당을 자진 철회하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다. 다만,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고 문재인 대표가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전략은 더민주당의 ‘중도선점’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은 더민주당 의원 빼내오기에 주력하며 호남 인사들과 이명박 정부 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일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감찰부장 등 호남 인사들을 영입했지만 이들 3명은 영입 발표 3시간 만에 비리 연루 의혹 등으로 영입이 취소됐다. 안철수의 원칙 없는 결정이 대형 인사 참사를 부른 것이다. 자신을 버리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이 발휘되지 않고는 ‘안풍’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인재영입에 올인하고 있으나, 원칙과 감동이 없다. 관객(국민)은 관심이 없는데 감독(여야 대표)은 애꿎은 배우(예비후보)들만 고생시키고 있는 형상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정치 신인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 하는 최악의 선거를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인재영입은 삼고초려(三顧草廬)가 따르는 법이다. 김무성 대표는 ‘인재영입=전략공천’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영입인사들의 격을 떨어뜨리는 무례(?)를 범했다. 마치 서자 홍길동이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영입’을 영입으로 부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정치 코미디이다. 야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보여주기식 ‘정치쇼’에 머물고 있다. 더민주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하는 국민의당 공히 현역 물갈이보다는 현역 전진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급기야 새누리당 정인봉 종로구 당협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역 개정이 지연되는 기간만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미뤄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총선 연기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이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 공범이라며 지난 13일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른 정치신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대 총선 연기’ 검토를 제안했다.

이 같은 비정상 상태가 지속된다면 총선 연기 주장은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적으로 힘을 얻을 것이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대통령이 선거연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은 호랑이와 같다. 정치권은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여야는 한 발씩 양보하여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을 끝내야 한다. 아울러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을 통과시켜 식물국회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입법부작위에 의해 총선이 연기되는 국가 초유의 비상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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