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만퇴치를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선포하였는데, 우리나라 역시 성인의 25-36%, 청소년의 15-25%가 비만인 것으로 보고되면서 비만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비만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역시 건강과 미용 증진의 목적으로 식습관·생활방식·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비만치료는 단순한 외모지상주의를 넘어 건강과 관련된 웰빙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모든 인간은 먹고, 입고, 자는 공통된 생리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식생활에서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만의 원인인 과도한 음식섭취 이외에도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비만을 유도하는 공통된 원인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사람은 적게 먹어도 살이 쪄서 비만으로 판정을 받고, 어떤 사람은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과연 왜 그럴까?

이러한 개체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에는 고대의 아유르베다 의학, 중국의 황제내경부터 시작해서 DNA와 유전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돼 오고 있다. 그 중 체질에 관하여 심도 있게 연구한 학문이 사상의학(四象醫學)이다.

사상의학에서의 체질은 한 개체가 지닌 심리·인간관계 및 사회생활·생리·병리·약리 등 모든 특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사상의학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4개의 체질(태양인(太陽人), 태음인(太陰人), 소양인(少陽人), 소음인(少陰人)으로 나뉘며 각 체질별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각각 장부의 대소(大小)를 바탕으로 생리와 병리가 의학적으로 설명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미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어 공유되고 있다. 각 체질별 주요 특성을 보면, 태양인은 간(肝)의 흡위지기(吸取之氣)가 약하고 폐(肺)의 호산지기(呼散之氣)가 강하며, 태음인은 폐의 호산지기가 약하고 간의 흡취지기가 강하다. 소양인은 비위(脾胃)의 승양지기(升陽之氣)가 강하고 신장(腎臟)의 강음지기(降陰之氣)가 약하며, 소음인은 비위(脾胃)의 승양지기가 약하여 음화(陰化)되는 경향이 강한 체질이다. 따라서 각 체질들은 이러한 장부의 차이로 인하여 병증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론적으로 살펴보면 비위의 승양지기가 약해 소화기가 비교적 좋지 않다고 알려진 소음인이 비만이 될 가능성이 가장 적고, 흡취지기(吸取之氣)가 강한 태음인은 비만일 확률이 가장 높다. 기존의 논문의 연구결과 역시 비만을 측정하는 BMI의 경우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순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상사례 통해 태음인의 비만확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언한 것처럼, 각 체질마다 나타나는 생리와 병리가 다르기 때문에 사상의학에서는 비만의 경우에도 각 체질별 비만의 원인을 살피고, 각 체질에 기초를 둔 맞춤형 치료법을 권한다. 태양인의 경우 간의 흡취지기를 강화시키고 폐의 호산지기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치료법이다. 태음인의 경우 폐(肺)의 호산지기(呼散之氣)가 약하고 간(肝)의 흡취지기(吸取之氣)가 강하기 때문에 일단 내 안으로 들어온 것은 내보내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다. 이에 살이 잘 찐다고 생각해봐도 좋다. 소양인의 경우에는 비장(脾臟)의 승양지기(升陽之氣)가 강하고 신장(腎臟)의 강음지기(降陰之氣)가 약하기 때문에 기(氣)의 승강작용 부재가 비만의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면 소음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비만의 가능성이 가장 낮은 체질로 알려져 있는데, 필자의 임상경험으로 보아 소음인의 경우는 비위의 허약으로 인해 나이가 들면서 복부비만의 형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체질별 나타나는 특성을 바탕으로 건강 균형을 바로잡아 준다면 비만의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상의학에서는 이러한 장부의 대소에 따라 각 체질마다 건강을 관리하는 보명지주(保命之主)라 하는 지표가 있다.

기본적인 체질별 신체적 특성 이외에도 비만을 치료를 위해 임상에서는 비만치료를 목적으로 한의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체질별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비만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왜냐하면 태음인은 식욕의 항진, 과식, 폭식의 습관, 소양인은 식욕의 항진과 빠른 식사속도, 소음인은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와 배변이상이 비만의 요인이 되는 확률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임상에서 보면 환자분들이 비만 때문이 아닌 피로 등을 주소증으로 내원해 보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을 때 신체 컨디션은 좋아지고 불편한 사항들은 개선되면서 체중이 감소하는 경험을 많이 한다. 소양인의 경우 약한 신장을 강하게 해주고, 쉽게 범람하는 위의 화기를 식혀주면 체중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양인 여성 환자의 경우 부종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반적인 장부의 대소 관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주면 비만치료에 크게 도움 되는 경우가 많다. 소음인 복부비만의 경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비위의 약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화기의 강화를 통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의 경우 태음인은 호산지기를 키우기 위하여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비만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소양인은 하체를 강화시키는 운동이 비만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소음인은 과도하지 않는 선에서 전반적인 근육운동이 비만관리에 도움을 준다.

올바른 비만의 치료의 시작은 단순히 몇 킬로그램의 체중을 감량하느냐에 두는 것보다 비만이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본인의 체질에 맞는 건강한 치료법으로 치료해야 흔히 말하는 요요현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비만에 대한 올바른 치료 정보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운 후 꾸준하게 노력해야 건강한 비만치료가 가능하다.

체질에 따른 비만의 원인을 찾아 관리한다면 단순한 미(美) 목적만이 아닌 100세 시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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