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보육대란이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논란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학부모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여당은 지방교육청 책임을, 야당은 중앙정부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교부금이 늘었는데 정치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안 쓴다고 한다. 진보 교육감들과 야당은 교부금에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변한다.

국민은 헷갈린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다. 차제에 누가 암까마귀이고 누가 수까마귀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대구·경북·대전·충남·울산·세종 6곳은 누리예산을 전부 편성했거나 앞으로 편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부산·인천·충북 등 또 다른 6곳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일부만 편성돼 있다.
문제는 나머지 5곳이다. 원생이 가장 많은 경기와 서울, 그리고 광주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교육감의 의무이다. 당연히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하라며 교부금을 지난해 대비 1조8000억 원 증액해 내려 보냈다. 그런데도 진보 교육감들은 무상급식에는 예산을 배정하면서도 누리과정만은 ‘중앙정부 책임’이라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유아 학비와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모든 유아에게 생애 출발선에서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유아 교육과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누리과정은 MB 정부인 2012년 3월부터 우선 만 5세 전체를 대상으로 시작했다. 도입 당시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신년사 등을 통해 “누리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방재정교부금으로 41조 원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시·도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대폭 확대되고 세출은 늘어났는데, 정부가 내려 보내는 돈은 지난 2013년과 달라진 게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013년도부터 2016년도를 계산하게 되면 약 4년간 17개 교육청의 인건비 증액, 자연 증액분만 해도 4조에 달한다”고 했다. 또한 그간 “누리 과정 때문에 교육청 빚이 엄청나게 불어났다”며 “내국세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20.27%에서 25.27%로 올려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사건건 대통령에 맞서고 있는 이재정 경기 교육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에 교실 70%가 놀고 있는 학교 7곳 짓는데 2300억 원을 펑펑 쓴 것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도 교육감은 예산 수립과 집행까지 꼼꼼히 따져 새는 돈이 없도록 해야 할 도덕적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감들의 공약사업에 대해서는 1년 치 1조6000억 원 전액을 모두 편성해서 쓰고 있다”고 했으며, 시·도 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반드시 누리과정에만 쓰도록 법을 고치겠다고 했다.
정부가 긴급 지원금 3000억 원을 누리과정 예산을 일단 편성해 놓은 시·도 교육청에만 주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옳다. 차제에 시·도 교육청은 누리 과정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청 힘겨루기에 교육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 유치원들은 누리과정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려고 빚을 내기로 했다. 어린이 1명당 최대 월 29만 원까지의 예산 지원이 되지 않으면, 일부 지역 유치원은 당장 이달 말부터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칙을 지키는 정부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들 정치 진보 교육감들이 우리 아이들을 정치적 볼모로 잡고 있다. 야당과 진보 교육감들은 ‘보육 대혼란’을 야기, 이를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다’ 라는 총선전략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反問)하고 싶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특히 5살 이하 영유아에 대한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위한 초석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1.21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누리예산 문제 하나 풀지 못하는 나라가 저출산의 질곡(桎梏)을 헤처나갈 수 있을까.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보육대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정치 진보 교육감들은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누리예산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표풀리즘의 굿판을 걷어치워야 한다. 이제라도 교육감과 지방의회는 벼랑 끝 정쟁을 그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대동(大同)과 상생(相生)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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