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관통한 설렘과 열정·현실 속 갈등 이야기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이 영화 시리즈는 거의 20년이라는 세월을 머금어 완성된다. 일명 ‘Before시리즈’로 통하는데, 감독과 배우들의 돈독한 유대 관계속에서 시리즈가 완성될 때마다 사람들과 서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생을 앵글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여정’이라는 시간을 필름속에 녹여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설렘’과 ‘열정’은 시간을 관통하면서 현실 속 ‘갈등’으로 둔갑되는 듯하지만 그 시간 속에는 이해와 포용으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시리즈는 동트기 전의 설렘(Before Sunriset)과 해지기 전의 추억을 선사(Before Sunset)하며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부부(Before Midnight)의 삶으로 완성된다.

드라마틱한 만남과 재회의 첫 시리즈에서 배경이 되는 비엔나와 파리는 그리스로 이어진다. 곳곳을 누비며 다니는 두 사람의 동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가는 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덴피의 모습이 세월속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에서는 평생의 인연이 되는 두 사람이 우연히 열차에서 만난다. 영화속에서는 그들이 존재했던 시간 중에 가장 순수했던 시간임을 낭만으로 강조한다.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숨막히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비포 선라이즈 후 9년 만에 개봉한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에서는 반년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뒤로한 채 헤어진 그들이 다시 재회한 곳은, 소설가로 데뷔한 제시가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한 서점이다. 세월을 고스란히 안은 그들의 모습에서 고단한 삶이 엿보인다. 호흡이 긴 장면속에 깊이있는 대화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비포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은 시리즈 중 가장 현실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갈등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을 심도있게 담아냈다. 또한 영화의 장면 중 자정이 될 무렵, 두 사람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카페가 인상적이다. 이때 흐르는 엘리스 하트의 ‘밤의 카페 테라스’ 연주에서 느껴지는 안락함이 이 영화가 그려낸 ‘인생의 여정’과 같아 그 리듬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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