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논란…누리과정 예산 해법 없어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6년도 예산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의 대립과 졸속 예산·법안 심사 비판은 예산안 확정 후에도 불량 심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번 누리과정 예산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표심 잡기를 위한 이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거듭된 논란으로 2016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이에 [일요서울]은 각 부처별 2016년 정부 예산안과 주목할 만한 나라살림을 살펴봤다.

시작부터 말 많고 탈 많더니 진통 계속
총선 의식한 예산·이슈 의혹 나와

2016년 예산안은 통과부터 쉽지 않았다. 국회는 2014년부터 개정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매년 12월 2일로 정해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일 오후 11시 10분께 열린 2016년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 본회의는 차수를 변경한 3일 오전 0시 48분에 통과됐다.

이는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벌인 결과다. 여야의 대립과 본회의 시일을 결정한 심야합의에 대한 잡음이 계속되면서 법안을 심의해야 할 보건복지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는 줄줄이 파행을 겪었다.

이렇게 본회의 시간은 오후 2시에서 7시, 8시로 연기되다 오후 11시 10분께 열리게 됐고, 2일을 넘긴 시간이 돼서야 2016년도 예산 합의가 이뤄졌다. 이날 확정된 예산안은 정부안 386억7000억 원에서 3000억 원 감액된 386조4000억 원이다.

예산안은 통과 후에도 국회의 불량 심의가 논란이 됐다. 누리과정 예산이 대표적이다. 국회는 무상교육 예산인 누리과정 예산을 예비비에서 3000억 원을 우회 지원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시행 범위 확대에 따라 투입해야할 돈에 대해서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 중 누가 더 돈을 낼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예산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누리과정은 만 3세에서 5세까지 유치원와 어린이집 비용을 국가가 내주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5월 만 5세에 누리 과정을 2012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만 3~4세로 누리과정 시행 범위를 확대했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설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시·도 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라도 편성했지만, 서울과 전북 교육청 등은 어린이집 누리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지자체도 대신 편성할 계획이 없어서 오는 3월에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월급으로 쓰이는 보육료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논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누리과정 관련 이슈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심잡기를 위함이란 것이다.

여당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교육감의 의무이며, 교육감이 예산 편성을 하지 않고 진보교육감과 야당 지방의원들이 정치 현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1년 시·도교육감과 누리과정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반면 시·도교육감들은 “기획재정부가 교육부와 합의한 것이지, 자신들과는 합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교육부, 시·도교육감과 합의했지만 2014년 선거에서 새로 뽑힌 시·도교육감들이 이전 시·도교육감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번 총선 공약에 ‘누리과정 100% 중앙정부 지원’을 포함시켰다.

유사·중복사업 미흡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여야 간의 현수막 전쟁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이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강원 등 5개 지역에 내걸은 ‘교육감님, 정부에서 보내준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라는 현수막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이 약속했던 0~5세 무상보육 약속을 지키십시오’, 정의당의 ‘대통령이 약속하신 누리과정 예산, 안 줬다 전해라’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16년 예산안 합의 때도 총선을 겨냥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예산안 챙기기가 논란이 된 바 있어 2016년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들이 총선 때문이라는 시선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앞서 2016년 예산안 합의 당시 여야 정치권에서 총선용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우선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반영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늘어났다. 당초 정부는 SOC 예산을 2015년보다 6%(1조5000억 원) 줄여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약 4000억 원이 늘어났다.

게다가 올해 국가 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나라 빚에 신경쓰기 보다 선거용 예산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2016년 예산안의 세부내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보건·복지·고용은 5000억 원, 문화·체육·관광은 1000억 원, 공공질서·안전은 400억 원 예산안이 늘었다. 산업·중소·에너지 분야도 2000억 원 늘어났다. 산업·중소·에너지 분야는 정부안에서 삭감이 예정돼 논란이 있었지만 예산안 증액으로 마무리됐다.

세부적으로는 보건·복지·고용 부문은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보다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청년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는 데 쓰일 예산은 12.8% 늘어난 15조8000억 원으로 결정됐다.

문화·체육·관광 부문은 문화창조융합벨트, 국내관광 활성화와 지역관광 개선에 쓰일 예정이다. 산업·중소·에너지 분야는 기초, 나노 연구와 과학벨트 조성, 산업진흥, 고도화, 소상공인 지원 등에 쓴다는 계획이다.

2016년 예산안을 놓고 일각에서는 유사·중복사업에 대한 개선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유사·중복사업 초과 감축 발표에도 2016년 예산안에는 33건의 유사·중복사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직 찾지 못한 유사·중복사업이 있을 수 있음도 시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세 부담을 확대하는 내용들은 줄줄이 무산돼 비판을 받고 있다. 법인세율 인상과 대기업 사내보유금에 대한 과세 강화,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 인상 등에 대한 법안들이 모두 무산된 것이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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