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예계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이상민과 이혜영 부부의 갑작스런 이혼소식으로 술렁거렸다. 연예인들의 이혼은 워낙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혼사실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69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집니다”라는 세기의 유행어를 남기고 갈라선 영화배우 김지미와 고 최무룡 이후 연예인들의 이혼은 마치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관문처럼 자리잡았다. ‘잘 살고 있겠거니’ 했던 부부는 물론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잉꼬부부로 더없는 금실을 과시하던 이들이 어느 순간 ‘남’이 되어 버리는 것도 부지기수. 이러한 현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수많은 지인들의 축복속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들이기에 더욱 그러할 터. 그러나 연예인들의 이혼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무늬만 잉꼬부부

연예인 중에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언론이나 매스컴을 통해 공개하는 이들이 유독 많다. 실제로 결혼 후 언론에 부부가 동반 출연해 연애과정은 물론 프로포즈를 받았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처럼 행해져 온 것이 사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 및 배우자 자랑, 은밀한 부부관계까지도 ‘푼수처럼’ 털어놓는가하면, ‘행복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늘어놓음으로써 ‘닭살부부’의 면모를 서슴없이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마냥 행복해보였던 이들중에는 어느날 갑자기 별거에 들어갔다는 소문에 이어 결국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놀라움과 동시에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세기의 결혼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최진실과 조성민은 ‘세상에 둘도 없는 찰떡궁합’을 자랑했지만 ‘폭력’과 서로의 치부를 들춰내는 추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각자의 길로 돌아섰다. 또 남편의 외조를 자랑하며 돈독한 부부애를 과시했던 이경실과 김미화 역시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전락했다. 특히 “방송에서 보여준 화목함은 거짓이었다”는 김미화의 고백은 세간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서로를 ‘최고의 배우자’로 추켜세우며 ‘잉꼬부부’백재의 전형을 보여주던 개그맨 염경환과 현, 탤런트 이상아, 윤해영, 강문영, 배종옥, 홍진희, 고 길은정과 편승엽도 결국 남남으로 갈라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불화·별거설 결국 이혼으로

연예인들의 이혼전에는 여러가지 불화설이나 별거설이 나도는 등 특별한 ‘조짐’이 있어왔다. 당사자들은 ‘근거없는 루머’라며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이는 멀지않아 ‘이혼’이라는 불미스러운 소식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 97년 결혼한 허준호와 이하얀은 불화설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으나 매번 ‘펄쩍 뛰며’ 부인해오다가 결국 결혼 6년만인 2003년 10월 합의이혼했다. 95년 결혼한 김승우와 이미연 역시 제 3자의 개입으로 회복불능의 관계가 됐다는 악성루머가 돌기 시작한 얼마 후 이혼, 5년만에 남남이 됐다. 또 2002년 10월 결혼한 김국진과 이윤성은 결혼 직후부터 별거설이 나돌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듬해 3월, 5개월간의 짧은 결혼생활을 마감했다.

재벌가의 여인에서 자유부인으로

연예인 중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의 자제들과 결혼한 이들이 유독 많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녀 연예인들은 재벌 2세들과의 화려한 염문설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한때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숱한 화제를 뿌리며 시작한 이들의 결혼생활은 정작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와 명성을 누리는 재벌가 안방마님으로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이들의 결혼이 이혼으로 치닫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76년 동아그룹 전회장과 결혼한 펄시스터즈의 멤버였던 배인순은 98년 전격 이혼했다.

87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으로 미스 유니버스 2위에 입상하기도 했던 장윤정은 97년 23살의 나이로 준재벌로 알려진 은행원과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컴퓨터 미인’ 황신혜 역시 87년 굴지의 제화업계 2세와 결혼했다가 8개월만에 이혼도장을 찍었다. 94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 한성주는 지난 99년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셋째 아들과 결혼, 연예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했지만 10개월 만에 이혼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또 지난 95년 톱 탤런트에서 삼성가 며느리로 변신,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고현정 역시 결혼 8년6개월여 만에 파경을 맞아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초스피드 이혼-황혼이혼 ‘극과 극’

“예쁘게 잘 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화려한 결혼식을 치른 연예인 중에는 대체적으로 2년미만의 짧은 결혼생활로 종지부를 찍는 경우가 많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업가와 결혼했던 탤런트 김청은 결혼 3일만에, 95년 미국의 엔지니어와 결혼한 탤런트 김현주는 5일만에 돌연 파경을 맞아 충격을 주었다. 2000년 한살 연하의 사업가와 결혼한 음정희는 반년만에 별거를 시작, 3년만에 결혼생활을 마감했다. 동갑내기 여성과 결혼한 탤런트 이범수 역시 40일만에 별거에 들어가 5개월만에 결국 파경을 맞는 아픔을 겪었다. 한편 이들과는 달리 10년이상 살고도 헤어지는 부부들도 상당수다. 잉꼬부부로 소문났던 탤런트 노영국과 서갑숙은 결혼 10년만에, 3대 트로이카중의 한명이었던 유지인은 결혼 16년만에, 고두심은 결혼 22년만에 파경을 맞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또 2002년에는 가수 서수남이 오랜 결혼생활을 접었고, 중견배우 김영애와 백윤식도 각각 27년만의 결혼생활을 정리해 아쉬움을 남겼다.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자유롭고 화려한 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은 평범한 가정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배우자가 되어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심히 부담을 느끼거나 독신때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없음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걸핏하면 터지는 이혼건과 관련, 그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자신이 그동안 누려온 인기와 명성을 기대하고 부부간에도 자존심만을 내세운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연예인들의 이혼은 엄연한 개인사로 타인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신성일-엄앵란 부부를 비롯해 연예계에는 모범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쉽게 이혼도장을 찍어버리는 일부 연예인들의 처신은 ‘성격차이’만으로 해명되기에는 너무 가벼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제각기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요란한 결혼식을 올린 연예인들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결혼식날의 순수한 맹세를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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